차주영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에서 ‘스튜어디스 혜정이’로 사랑받은 배우 차주영. 제공 | 넷플릭스

[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 ‘파트1’ 공개 뒤에는 싼 티 나는 캐릭터와 달리 지적인 유학파 배우라는 사실에 놀랐다. ‘파트2’ 공개 뒤에는 화끈한 노출과 CG 논란을 불러일으킨 풍만한 가슴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0일 ‘파트2’ 공개 사흘만에 압도적인 시청시간을 기록하며 글로벌 1위에 오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의 ‘스튜어디스 혜정이’ 역을 연기한 차주영 이야기다.

1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차주영은 “어쩌다 보니 화제의 중심에 섰다. 바로 어제 공항에서 촬영하는데 퇴근하는 스튜어디스들이 저를 보고 ‘스튜어디스 혜정이’라고 수근대는 소리에 몸 둘 바를 몰랐다”며 “본의 아니게 스튜어디스가 학교폭력 가해자처럼 묘사돼 죄송하다”고 겸연쩍어했다.

차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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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의 한 장면. 제공 | 넷플릭스
◇열등감 강했던 혜정, 학폭 무리 속했다는 우월감에 취했을 것

차주영이 연기한 ‘스튜어디스 혜정이’는 박연진(임지연 분), 이사라(김히어라 분), 전재준(박성훈 분) 등 부유한 친구들과 달리 평범한 세탁소집 딸이다.

가진 것 없는 혜정에게 연진은 “그때 문동은(정지소/송혜교 분)아니면 너였어”라며 혜정에게 학교폭력 피해자가 될 수도 있었다고 은연 중에 협박한다. 연진은 자신의 약점을 남편 하도영(정성일 분)에게 얘기한 혜정에게 “우정만으로 우정이 되니? 분수에 맞게 입고 한도에 맞게 들자”고 계급 차를 확인시키기도 한다.

대형교회 목사 딸인 화가 사라도 “근로소득세 내는 너는 모르는 종합소득세 내는 이들의 세계가 있다”며 경제적 신분 차를 강조한다.

‘스튜어디스’라는 사회적으로 선망 받는 직업을 가졌음에도 왜 혜정은 이들과 관계를 끊지 못한 것일까. 차주영은 “가진 게 없는 혜정은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될 수 있기에 처음에는 두려움에서, 그 뒤에는 무리에 속했다는 사실에 우월감과 대리만족을 느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우이자 인간 차주영은 혜정이를 이해하기 어렵다. 아마도 스스로 만들어낸 세계 안에서 자기 자신을 가스라이팅하며 상황에 잠식되고 중독된 것 같다.”

학창시절 친구인 전재준(박성훈 분)을 향한 집착은 ‘사랑과 오기’가 만들어낸 부산물이다. 차주영은 “아마 혜정은 고교 시절부터 재준을 짝사랑 했을 것이다. 그런 재준이 연진을 좋아했을 때 느낀 박탈감, 함께 살자고 했을 때 연진을 이겼다는 우월감, 그 뒤 재준에게 버림당했다는 배신감이 지배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화려해 보이는 외양과 달리 내실이 없고 타인의 불행을 소문내기 즐겼던 혜정은 연진, 사라, 재준을 향한 동은의 복수를 자기도 모르는 새 어시스트한다. 물론 서로의 약점과 치부를 잘 아는 이들의 불협화음이 만들어낸 파국이었지만 그중에서도 혜정의 역할은 눈부시다.

차주영은 “안 그래도 온라인에서 ‘혜정이가 동은의 망나니’라고 하더라. 다른 배우들도 모두 혜정이가 자신들을 몰락시켰다며 나를 지목했다”면서 “혜정이가 아슬아슬 선을 타며 어디로 붙을 지 몰랐다. 가볍게 흩날리는 인물처럼 보이고 싶었던 의도가 잘 들어맞아 다행이다”라며 웃었다.

‘동은의 불행에 크게 웃던 그 입’을 가진 혜정은 끝내 목소리를 잃는 벌을 받게 된다. 차주영은 “외적인 모습이 중요한 혜정에게 참혹한 벌”이라면서도 “그렇지만 악바리 근성이 강한 친구라 어떻게든 재기할 것”이라고 연민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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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차주영. 제공 | 넷플릭스

◇논란의 가슴노출 “연진보다 우월한 몸 가진 혜정 캐릭터 위해 꼭 필요”

실제 차주영은 혜정과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그는 중고교 시절부터 해외에서 유학해 미국 유타 주립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엄친딸’이다.

학창 시절 학교폭력 가해와는 거리가 멀고 되레 ‘인종 차별’을 겪었다. 차주영은 “학교 폭력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한다. 드라마 속에는 폭력 외에 차별에 관한 이야기도 있는데 나 역시 간접적으로 인종차별을 당했다. 다만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이라 최대한 휘말리지 않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혜정과 접점이 거의 없던 차주영은 혜정이 되기 위해 캐스팅 미팅 때 “어떻게 지냈어요?”라는 안길호 PD의 질문에 “X같이 지냈어요”라고 답하며 철저히 ‘혜정화’됐다.

‘파트2’에서 수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노출신 역시 CG로 처리한 장면이다.

차주영은 “캐스팅 단계부터 제작진이 혜정은 가슴을 수술한 인물이고, 노출신이 있지만 CG와 대역으로 처리할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며 “그 장면은 혜정이 연진보다 우월한 ‘몸’을 가졌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래서 꼭 필요했다. 내 몸과 대역 배우의 몸, CG가 적절히 섞인 장면이었다”고 웃었다.

딸이 세계적인 드라마로 명성을 떨쳤음에도 차주영의 부친은 여전히 그의 연기 활동을 못마땅해 한다.

차주영은 “‘파트1’을 시청한 뒤에는 별 말씀이 없으셨다. 현재 아버지가 해외에 계신데 ‘파트2’에 깜짝 놀랄 장면이 있지만 너무 놀라지 말라고 미리 말씀드렸다. 흔들리지 말고 딸을 믿어달라고 당부했다”면서 “차기작이 KBS2 주말극 ‘진짜가 나타났다’인데 빨리 이 드라마가 방송 되어야 아버지가 좋아하실 것 같다”고 웃었다.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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