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덕수궁
1998년 서울 중구 세종대로 덕수궁 즉조당(위), 경선당의 모습.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조선의 마지막 임금 고종이 숨겨둔 황금이 덕수궁에 묻혀있다?

지금으로부터 50년전인 1973년3월18일 선데이서울 231호에는 눈길을 단박에 잡아끄는 기사가 실렸다. 제목은 ‘덕수궁에 묻어 둔 고종의 황금 85만 냥’. 선우 훈이라는 사람이 쓴 ‘덕수궁의 비밀’이란 책 내용을 추적한 기사로 덕수궁 어딘가에 고종이 황금 85만 냥을 12개 항아리에 나눠 묻었다는 꽤 쇼킹한 이야기였다.

85만 냥이라면 30톤쯤 되고 1973년 당시 돈으로 420억원쯤 된다고 했다. 그해 우리나라 국가 총 예산이 6600억원 정도였으니 단순 계산해도 예산의 15%를 넘는 엄청난 돈이었던 셈이다.

만약 사실이라면 엄청난 뉴스다. 그 금을 캐내기라도 하는 날이면 전국에 다리와 공장 수십 개를 더 지을 수 있었으리라. 묻힌 장소도 덕수궁으로 특정하였으니 마음만 먹는다면 금방이라도 발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 그 많은 금이 거기에 묻힌 사연은 무엇일까.

책 ‘덕수궁의 비밀’은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고 했다. 나라의 운명이 기울고 있을 때인 1910년, 고종이 훗날 국권회복운동 자금으로 쓰기 위해 미국, 영국, 일본 등에 광산 채굴권을 넘기면서 대가로 받은 금을 묻었다는 것이다. 땅에 묻는 과정과 방법까지 눈에 그려지듯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납작한 편자로 만들어 백지로 둘러싸고 관(官)이라는 인장을 찍고 항아리에 차곡차곡 넣어 물을 부은 다음 땅속에 묻었다’는 식이다.

덕수궁의 비밀

덕수궁의 비밀
1973년3월18일 발간된 선데이서울 231호에 실린 ‘덕수궁에 묻어둔 고종의 황금 85만냥’ 제하의 기사. 스포츠서울DB

책에 담긴 여러 상황과 묘사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과연 그 많은 금을 측근 몇 명만 알고 그것도 궁궐 어딘가에 땅을 파고 감쪽같이 숨길 수 있었을까도 의문이었다.

당시 최영희 국사편찬위원장은 “전부터 떠도는 소문”이라고 일축했다고 기사는 덧붙였다. 은밀한 소문으로 돌기는 돌았던 모양이다. 물론 그 뒷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어쩌면 한 개인의 상상력과 떠도는 소문을 교묘하게 엮어낸, 믿거나 말거나 식의 숨겨진 보물찾기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사실 황금이나 보물 매장 이야기는 동화 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가끔 등장해 우리를 흥분케 하기도 한다. 1945년 8월, 패전한 일본군이 퇴각하면서 남해안 어느 섬 동굴에다 금은보화를 잔뜩 숨겨두고 갔다더라라는 소문이 언젠가 떠돌았다. 발굴자금을 모은다거나 탐사에 나섰다는 이야기 등을 풍문으로 들은 기억도 있다.

또 한국전쟁 당시 대구 어느 사찰의 대웅전 뒤에 금괴 40㎏을 묻어두고 월북한 이의 후손이 훗날 탈북해 발굴에 나선 사연은 TV 프로그램에서도 소개됐다. 문화재인 대웅전 근처의 땅을 파볼 수도 없어 금속탐지기까지 동원했지만 결국 일확천금 뒷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숨긴 황금과 보물 이야기는 전쟁이나 큰 변란이 있을 때 만들어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결국 그런 혼란기에 만들어진 사연이 세월이 흐르면서 온갖 억측과 소문으로 발전(?)한 것이 아닐까. 숨긴 금은보화가 귀한 만큼, 실물은 쉽게 나타나지도, 찾을 수도 없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돈을내고걸읍시다-전체
1973년3월18일자 선데이서울에 우리나라 최초의 자선모금 걷기운동 기사가 실려 눈길을 끈다. 스포츠서울DB

◇돈 내고 걸읍시다- 한국 최초의 ‘자선 모금 걷기운동’

우리나라 최초의 자선 모금 걷기운동 기사가 1973년 3월18일자 선데이서울 231호에 실렸다. 성남 개발을 돕기 위한 이색 자선 모금 운동을 알리는 기사였는데 내용으로 보아 돈을 내고 걷는 최초의 자선 모금 걷기운동으로 추정되었다.

경기도 성남단지 성남탁아소와 사회복지법인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국제라이온스클럽 한국지부 (309A지구대) 등에서 마련한 것이라고 했다. 이런 행사는 처음이라서였겠지만 방법과 유의 사항을 매우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었는데 그 내용은 이러했다.

13살 이상이면 참가할 수 있고, 참가자들은 자신이 1㎞에 70원 이상의 스폰서가 되거나 스폰서를 업고 일정한 참가금을 내야 한다고 했다. 걷는 도중에 그만 둬도 되지만 속보 경기와는 달라 우승도 없고 빨리 간다고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니라고 친절히(?) 설명했다.

청계천 걷기대회
지난 2003년 5월 서울 중구 청계천복원사업에 따라 철거 예정이던 청계고가에서 열린 시민걷기대회에 1만여명 시민들이 참가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스포츠서울DB

아마도 1등이면 상품이나 선물이 있는 것으로 오해할까봐 그랬을 것이다. 요즘은 참가 기념품에다 더러는 행운의 선물 추첨도 하는 것을 보면 자선 모금 걷기운동도 50년 동안 많이 변했다. 코스는 제3한강교 입구에서 성남 단지까지 24㎞, 만만치 않은 거리였다.

기사는 1965년 영국에서 처음 시작된 이 운동은 건강에도 좋고 자선도 한다는 긍지도 가질 수 있어 외국에서는 상당히 인기가 있다고 소개했다. 이날은 미8군 부사령관 부부, 동아일보 사장, 가수 패티김, 김상희, 김세환, ‘후라이보이’ 곽규석, 배우 남궁원 등 연예인도 많이 참가한다고 행사를 띄우고 있었다.

지금은 자선 모금을 위한 이런 걷기운동이 흔하지만, 그때는 돈을 내고 걷는다는게 생소했을 것이다. 만약 이날 걷기운동이 최초였다면 우리나라의 ‘자선 모금 걷기운동’의 역사는 올해로 딱 50년을 맞은 셈이다.

자유기고가 로마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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