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건
성호건 한국부동산개발연구소 대표.

[스포츠서울] 이번 칼럼에선 지방소멸도시를 막기 위한 산업들에 대해 살펴보겠다.

필자는 경기도 양평에서 토지와 전원주택을 위주로 중개업 및 개발업을 해왔다. 첫 마을 개발했을 때가 2018년 봄이었다. 당시 양평군 청운면이라는 동네에 60세대 마을 개발을 기획했다. 청운면은 양평에서도 가장 동쪽에 있어 서울과도 멀고, 개발이 덜 된 동네 중 하나였다.

개발 상품 콘셉트는 과수원 부지에 토지 115평에 농막 6평을 놔주고 위치에 따라 9900만원~1억900만원에 분양을 시작했다. 도로는 기존 농약을 뿌리던 농로를 따라 인위적이지 않게 길을 넓혔다. 사실상 전원주택이라 기보다는 과실수가 있는 과수원 분양을 기획한 것이다. 당시 분양을 시작하고서 60필지를 분양 계획해서 한 달 만에 30필지가 분양되는 대박이 났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지금은 과실수가 상당수 사라지고, 토목공사가 대대적으로 이뤄지며 전원주택지화 됐다. 좋은 기획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참 마음 아픈 경험이었다. 틀어졌던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 시행사 즉, 필자 회사에서의 기획대로 미는 힘이 약했던 부분이 있었을 것이고, 시공사의 이기심이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전원주택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던 고객의 변심이 있었다.

먼저 시행사, 즉 디벨로퍼에 대한 얘기를 해보겠다. 도시에서 크게 부동산 개발을 했던 사람일지라도 지방의 전원마을을 개발하는 것은 또 다른 분야일 수 있다. 이는 디벨로퍼 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된 건축설계 회사도 모두 마찬가지다. 최근에도 도시에서 업력이 20년 이상 된 건축사 대표님과 한 사례가 있었다.

이 분은 도시에서 모두 조성이 끝난 대지 속에서 건축설계 업력을 쌓아 임야나 농지 등을 다뤄 본 경험이 거의 없었다. 이렇게 자연적인 토지에 건축설계가 들어갈 때는 개발행위허가를 함께 논의해야 하기 때문에 토목설계회사와 소통이 긴밀해야 한다. 당시 토지는 개발행위허가를 득해 놨던 토지였으며 건축허가만 들어가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이해와 소통이 부족했던 탓에 건축관련 보완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토목관련으로 착각해 이미 허가가 나온 허가과까지 들썩이게 하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었다. 실제로 처리는 건축과 담당 공무원분에게 보완에 대한 내용을 묻고 거기에 대한 서류를 건축설계사에서 정리해 보내주는 정도로 일단락됐음에도 말이다. 만약 이때 필자가 경험과 끌고가는 힘이 부족했다면 업력이 많다는 이유로 건축사 대표의 말을 전적으로 믿고 인허가 풀어가는 방향을 잘 못 잡았을 지도 모른다. 따라서 규모를 떠나 경험적인 측면에서 이런 인허가나 상품기획을 안 해봤다면 시행사가 사업 진행에 있어 다소 헤매게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또한 땅의 특색이나 ‘전원스럽게’ 개발한다는 부분에 있어 약할 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개발은 숲이나 산을 미는 것에 익숙하다. 따라서 현재 행안부, 국토부, 문광부, 중기부, 보건복지부 등 5개부처에서 대대적으로 준비하는 ‘지역활력타운’ 조성에 있어서도 단순히 규모가 아닌 이런 지방토지 개발에 특화되고 지역 특색들을 잘 이해하고 있는 민간 개발 기업들을 선정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는 시공사다. 필자가 위에 과수원 분양을 기획할 때 상품을 가장 흔들어 놓은 것이 바로 시공사다. 필자는 당연히 위 개발했던 토지도 처음부터 전원단지로 개발하고자 했다면 거기에 맞는 인허가나 토목공사를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과실수를 살리면서 자연친화적으로 과수원을 분양하자는 콘셉트였기 때문에 많은 토목공사를 최대한 지양한 것이다. 그럼에도 시공사는 시행사의 이러한 콘셉트를 정확히 이해하지 않은 채 돈을 벌고자 고객들이 집을 크게 짓도록 유도했다. 그러다 보니 불필요한 토목공사와 예상치 못한 행정적 인허가 변경들이 발생하면서 현장이 매우 꼬여갔다.

처음 사업 분양이 잘 됐음에도 그 꼬인 실타래를 다시 푸는 데는 4년이 걸렸다. 최근에는 전원주택 시공사도 전문성을 갖추고 있지만 여전히 집 짓는데 급급하고 부동산 이해력이 낮거나 행정업무 경험이 없는 시공사들도 많다. 심지어 부동산의 기반이 되는 토지를 무시한 채 집만 예쁘게 잘 지으면 끝나는 회사들도 적지 않다. 이럴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들이 떠안게 된다.

불과 5년전이지만 정보의 비대칭으로 토지나 전원주택 기준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는 고객들이 많았다. 실제로 처음 20평을 기획하며 집을 짓던 목조주택이 짓는 과정에서 마음이 변해 나무를 덧대기 시작하면서 35평 집으로 늘어난 사례도 있었다. 필자 현장에서만 두 번이나 경험했다. 이에 따른 인허가 변경 등의 행정적 문제 뿐만 아니라 설계도가 제대로 완성되기도 전에 덧대면서 짓는 집이다 보니 하자도 상당히 우려됐다.

사실 이번 회차에서 도시와 지방을 연결 수 있는 렌터카 서비스 그리고 여행, 플랫폼 서비스 등을 함께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중앙부처에서도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 ‘활력타운조성’인 만큼 핵심이 될 지방 마을 개발에 특화된 부동산개발회사와 시공사 관련 얘기를 다뤄봤다. 필자의 글이 ‘중앙’에 잘 전달될 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시장과 밀접한 내용을 잘 이해해 지역활력타운이 순조롭게 조성되길 바란다.

성호건 한국부동산개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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