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효원 기자] 개연성이 사라졌다. ‘눈물의 여왕’이 아침 드라마같은 전개로 시청자들을 힘들게 만들고 있다. 드라마가 철봉이라면 더이상 매달려있기 힘든 지경. ‘백현우 앓이’에 빠져 한쪽 눈을 감고 보던 시청자들마저도 감은 눈이 떠지려고 하는 상황이다.

지난 21일 방송된 tvN 토일극 ‘눈물의 여왕’(극본 박지은, 연출 장영우, 김희원) 14회에서는 수술 뒤 기억을 잃은 아내 홍해인(김지원 분)이 수술에서 깨어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윤은성(박성훈 분)이 친 덫에 걸려 독일 감옥에 갇힌 백현우(김수현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백현우를 해치운 윤은성은 홍해인의 병실을 지키며 깨어나길 기다렸고, 수술로 기억을 잃은 홍해인에게 백현우는 스토커이며 자신이 사귀는 사이라고 주입시켰다.

고구마도 이런 고구마가 없다. ‘수술을 하면 기억을 잃는다, 고로 나는 수술하지 않고 기억을 간직한 채로 죽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홍해인에게 일차 고구마를 먹었던 시청자들은, 변사체에서 발견된 지문으로 백현우가 범인으로 지목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인터폴에 수배를 내려 매우 빠르게 독일에 가서 잡아가는 경찰의 활약에 또 한 번 고구마를 먹어야 했다.

뇌종양 수술을 한 홍해인이 수술 후에도 치렁치렁한 긴 머리를 그대로 가지고 있어, 의학지식은 하나도 없는 문과 출신이지만 최소한 붕대라도 싸매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기게 했다. 누리꾼들이 “초음파 수술은 칼을 대지 않으므로 가능하다”, “뇌종양을 초음파로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는 의술이라면 노벨상감이다” 등 논쟁하게 했다.

물론 드라마는 드라마다. 그러나 우리가 누구인가. 드라마 시청 인생 수십 년의 ‘척척박사 시청자’가 아닌가. 패러글라이딩을 타다가 북한으로 떨어지는 설정 정도는 아주 거부감없이 산뜻하게 받아들인다. 드라마의 재미를 위한 장치를 납득한다고 하더라도, 해도 해도 너무한 설정을 보게 되면 “역시 드라마는 작가 놀음”이라는 교훈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그럼에도 ‘눈물의 여왕’ 14회는 21.625%를 기록하며 tvN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 1위인 ‘사랑의 불시착’ 시청률 평균 21.683%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사랑의 불시착’ 시청률을 넘어선다 해도 기분 좋은 기록일 수는 없다. 시청자들은 고구마에 목이 메어 눈물을 흘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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