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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두산이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외부 프리에이전트(FA)를 잡았다. 두산은 지난 29일 오전 계약기간 4년에 총액 84억원(계약금 40억원, 연봉 10억원, 인센티브 4억원)에 장원준(전 롯데)과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두산은 이전까지 홍성흔 등 두산에서 뛰다가 다른 팀으로 갔던 선수를 FA로 다시 영입한 적은 있지만 순수하게 다른 팀 선수를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원소속구단 롯데의 88억원(4년 보장금액 80억원+ 인센티브 8억원) 제의를 뿌리친 장원준을 롯데보다 적은 84억원으로 계약했다고 발표해 그 배경과 숨은 이야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산 ‘돈 보다 마음’ 전략 통했다
두산은 지난 28일 서울에서 장원준과 만나 입단계약을 조율했다. 이 자리에는 두산 김태룡 단장 뿐만 아니라, 김승영 사장이 직접 나가 장원준을 설득했다. 김 사장은 “내가 직접 나간 것은 새로 영입하려는 선수에 대한 예의와 열의의 표현이었다. 협상은 단장이 알아서 한 거고 나는 가이드라인만 제시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롯데가 제시한 보장금액 80억원에서 한 푼도 깎지 말고 시작하라는 것이었고, 보상금액 포함해서 90억원 틀안에서 협상하라는 것이었다. 김 사장은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외부 FA를 영입하면서 이 정도는 해주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사장 단장이 직접 나섰을 뿐만 아니라 선수들도 장원준 영입에 발 벗고 나섰다. 두산 투수 노경은은 “장원준이 우리팀과 계약하기전 서울에 올라와 나를 먼저 만났다. 두산 팀분위기에 대해 물어보길래 ‘이적한 선수들이 적응하기에 두산 같은 팀은 없다. 선후배 관계나 프런트, 코칭스태프 등 두산 만큼 야구하기 좋은 팀은 없다. 꼭 와서 함께하자’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노경은과 장원준은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멤버로 함께 하며 돈독한 우정을 쌓았다. 이 밖에 롯데에서 뛰었던 홍성흔, 경찰청에서 같이 복무했던 투수 유희관, 외야수 민병헌 등도 직접 전화를 걸어 함께하자고 종용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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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시즌 전부터 FA보강 결심했다
장원준이 롯데의 88억원 제의를 일찌감치 뿌리치고 시장에 나오면서 과연 어느 팀의 품에 안길까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자금력이 풍부한데 장원준과 인연이 깊은 양상문 감독의 LG, 신임 김성근 감독이 강력하게 영입을 촉구한 한화 등이 먼저 물망에 올랐는데 27일 갑작스럽게 두산이 강력한 영입후보 구단으로 떠올랐다. 투수층이 얇은 팀 사정상 장원준에 관심을 가질만 했지만 이전까지 FA영입을 위한 투자에 인색했던 두산이기에 진짜 영입의지가 있는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많았다. 그러나 두산은 시즌초부터 ‘이번엔 FA를 영입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하고 차분하게 준비를 해왔다는 후문이다.
두산 관계자는 “시즌초부터 FA보강을 생각했다. 장원준을 비롯해 윤성환, 안지만 등 투수에 관심이 있었다. 삼성에서 어떤 투수가 시장으로 나올지 알 수 없는 가운데 김강민까지도 대상후보로 놓고 면밀히 검토했다”고 발표했다. 장원준 등에 대한 검토를 마친 구단은 FA시장이 열리기 전 구단주에게 “선수 보강이 필요하다”고 보고했고, 구단주도 “필요한 선수가 있다면 잡아라”라고 말했다.
김태형 신임 감독은 미야자키 마무리 훈련 중 ‘장원준이 롯데와 계약이 결렬됐다’는 소식을 접한 뒤 핸드폰 문자로 구단 경영진에게 ‘장원준 나왔습니다’ 식으로 우회적으로 그를 영입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했고, 구단으로부터 ‘알았다. 생각하고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는 후문이다. 갑작스런 접근이 아니라 착실하게 영입 작전을 펼쳐왔다는 얘기다.
김승영 사장은 “장원준을 데려왔다고 당장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장원준이 향후 두산 마운드의 축으로 활약해주리라 믿는다. 더스틴 니퍼트가 최근 몇 년간 버텨주면서 우리팀이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장원준이 축 역할을 해주면 조승수 진야곱 등 아직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한 선수들이 기량을 만개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88억 제의 뿌리친 장원준과 탬퍼링?
두산은 “롯데와 비슷한 금액이지만 장원준 선수가 다른팀에서 야구를 하고 싶은 의욕이 강했고, 그를 영입하고자 하는 우리의 노력이 맞아떨어져 영입에 성공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 그렇지만 장원준이 원소속구단보다 적은 돈에 연고가 없는 타 팀으로 이적을 결심했다는 것에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다. 계약전인 지난 27일 오전 김승영 사장과 김태룡 단장이 부산까지 갔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도는데 만나지는 않았다고 한다. 두산 관계자도 부산에 갔던 사실은 부인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이전부터 교감이 있었는지와 발표된 내용 이상의 그 무엇이 있는지는 여전히 미궁 속에 가려져있다. 분명한 건 계약내용과 상관없이 두산이 선수의 마음을 잡는데 성공한 건 분명해 보인다.
잠실 | 이환범기자 whit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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