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티엘(BTL)_이지수 (1)
비티엘 이지수. 제공 | 키로이컴퍼니


[스포츠서울]“운은 노력하는 사람에게 온다는 걸 믿어요. ”

올해 데뷔한 신인그룹 비티엘(BTL)의 리더 이지수의 이름 앞에는 ‘신인 가수’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어엿한 경력 10년차 가수다. ‘신인 가수’ 타이틀만 이번이 세번째지만 한번도 성공에 대한 꿈을 내려놓은 적이 없다. ‘중고 신인’인 그는 현재가 만족스럽다. 지난 11월29일 방송한 KBS2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에서 송창식의 ‘비와 나’를 선곡해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감성적인 무대를 펼쳐 눈길을 끌기도 했다. 100명 중 한명 성공하기 어렵다는 ‘정글’ 같은 가요계에서 여전히 ‘이름 없는’ 채 살고 있는 이지수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 어디선가 스타를 꿈꾸며 묵묵히 땀 흘리는 수많은 이들의 ‘자화상’을 들여다 본다.

◇“17살에 데뷔, 곧 ‘스타’가 될 줄 알았어요”
SBS 드라마 ‘마이걸’을 기억하세요? 저는 2006년 고1 때 그 드라마 삽입곡 ‘사랑은 힘든가봐’를 불러 데뷔했어요. 데뷔곡 반응이 나쁘지 않아서 어린 나이에 ‘이게 참 쉽구나’ 생각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2006년 바로 정규앨범을 내게 됐죠. ‘한숨만’이란 곡이었는데, 아무래도 제목을 잘못 지었는지 곧바로 작곡가 등과 이중 계약 문제에 휘말렸어요.

마지막으로 한번 도전해보자는 마음에 2009년 2집 ‘바보라서’를 냈는데 노무현 대통령 서거 때문에 발매 2개월만에 활동을 접었어요. 그리고 2011년 비오엠이라는 4인조 그룹에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들어가게 됐어요. 그렇게 ‘두번째 신인’이 됐죠. 그 팀은 앨범 하나, 디지털 싱글 하나를 발표한 직후 회사가 망해서 2012년초 해체됐어요. 회사가 재정난 탓에 문을 닫는다는 걸 저희 멤버들은 팬카페에 올라간 글을 통해 알았어요. 그때 동료들이 아역배우 출신 맹세창, 현재 위너의 래퍼로 활약 중인 송민호예요.

비오엠 해체 직후 진짜 힘들어서 대학원에 진학했어요. 그러다 지난해 현 소속팀 비티엘에 리더로 합류해 세번째로 ‘신인가수’ 타이틀을 달게 됐네요. 저보다 어리거나 경력 짧은 ‘선배’들에게 인사하는 게 힘들지 않냐고요? 그런 마음은 이미 2011년 비오엠 시절 내려놨어요. ‘10년차 무명가수’라는 호칭보다는 ‘세번째 중고 신인’이 낫잖아요.

◇“운은 노력하는 자에게 온다는 걸 믿어요.”
사람들은 저를 ‘불운의 아이콘’이라 불러요. 늘 운이 따라주지 않았거든요. 2008년 ‘드라이브’라는 곡을 낸 지 한달반 지난 때 일화예요. 지상파 쇼프로그램 생방송을 위해 대기실에 있으면 원래 관계자가 데리러 와서 무대로 안내하거든요. 그날따라 담당자가 깜빡 했나봐요. 그러다 누군가 뛰어오더니 “이지수, 뭐하는 거야?”라고 소리지르더라고요. 무명이나 신인은 대기실에서 무대까지 멀잖아요. 뛰었는데 생방송 무대에 약 15초 정도 늦게 나타난 거예요. MC가 “가수가 안왔나보다”라고 애드리브를 하고 있었어요. 그 사건으로 저는 1년간 지상파 방송정지를 당했어요. 몇년 후 일본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저에게 방송정지를 준 PD를 만났어요. 그분도 여행온 거였는데 제가 공손하게 인사하니 “너 망하고 일본와서 사니?”하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운은 저를 외면해 왔어요. 그런데 어느날 어머니가 그러시더라고요. “네가 운을 따르려 하지 말고, 네가 열심히 한 만큼 운도 따라온다고 생각해라”고. 그게 맞는 거 같아요. 만날 망하면서도 왜 포기하지 않냐고요? 노래엔 자신 있거든요. 그리고 저 때문에 10년여 동안 마음고생한 가족에게도 뭔가를 보답하고 싶고요. 늘 마지막이란 각오로 임해왔지만 이번 비티엘 활동도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 그리고 자신 있어요. 멤버 모두 개성 넘치는 좋은 팀이거든요. 이번에도 안되면 저 정말 큰일 나요.
이지석기자 monami153@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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