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전님들 다치시면 안되니까요.”
11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LG와 롯데의 시범경기 엔트리가 발표된 뒤 취재진이 의아해하자 LG 정의윤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LG는 한화와의 시범경기 개막 2연전에는 베스트 라인업으로 출장했다. 그런데 이날 롯데전에서는 라인업이 180도 뒤바뀌었다. 김용의를 톱타자로 내세우고 문선재-채은성-최승준-정의윤-김재율-조윤준-황목치승-박지규 등이 차례로 타석에 섰다. 타선을 전부 백업 멤버로 교체한 것이다.
LG 양상문 감독은 이에 대해 “처음 두 경기에서 주전 선수들을 시험가동했으니 백업 선수들에게도 기회를 줄 차례가 됐다. 주전선수들에게 휴식을 주면서 페이스를 조절할 수 있게 하는 한편 백업 선수들의 기를 살려줄 필요도 있다. 주력 선수들도 마지막에 교체로 한 타석 정도 내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날씨 때문이었다. 전날 한파의 여파가 이어진 탓에 이날도 바람은 찼다. 이런 날씨에 경기를 하다 주력 선수들이 자칫 부상이라도 입을 경우 전력에 커다란 차질을 빚게 된다. 그렇지만 이를 전면에 내세울 경우 백업 선수들이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다. 양 감독이 굳이 그럴듯한 변명을 만들어낸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양 감독의 심중을 선수들이 모르는 것도 아니다. 정의윤이 대뜸 밝힌 것처럼 선수들도 이날 선발 라인업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들이 소모품일 수도 있다는 생각보다는 주어진 기회에 감사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보이려는 마음은 절실하다.
감독은 선수들의 속내까지 살뜰하게 배려하고, 선수는 감독의 의도를 정확하게 받아들여 최선을 다해 뛰었다. ‘이심전심’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사직 | 박현진기자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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