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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야구엔 ‘노히트노런 징크스’가 있다. 노히트노런, 퍼펙트처럼 대기록을 세운 투수가 다음 경기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투구를 펼친다는 것이 야구계의 정설이다. 대기록을 세울 때 많은 공을 던지거나 전력 투구 빈도가 높아져 기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다음경기 등판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21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 등판한 두산 선발 유니에스키 마야도 그랬다. 그는 9일 잠실 넥센전에서 노히트노런을 작성한 뒤 12일 만인 넥센전에 다시 선발 등판했다. 그는 3이닝 동안 안타 8개(홈런 3개)를 얻어맞으며 11실점(11자책점)으로 무너졌다. 9일 넥센전에서 한계투구수를 넘긴 136개의 공을 던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노히트노런 징크스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많은 투수들이 다음 경기 등판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가장 최근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NC 외국인 투수 찰리 쉬렉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해 6월 24일 잠실 LG전에서 노히트노런을 달성했는데 다음 등판인 29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4.2이닝동안 7안타(2홈런) 9실점(1자책)으로 무너졌다. 잇따른 수비 실책과 제구력 난조로 찰리는 패전투수가 됐다.
국내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완벽한 노히트노런을 작성했던 정민철(현 MBC스포츠+ 해설위원)도 그랬다. 정민철은 한화 소속이던 1997년 5월 23일 대전 OB전에서 9이닝 동안 무사사구 무실점 노히트노런을 작성했다. 마지막 타자를 낫아웃 출루 시키지 않았다면 완벽한 경기였다. 그는 다음 등판이었던 5월 28일 롯데와의 경기에서 8이닝 동안 7개의 안타를 허용하며 완투패를 했다. 정명원(현 kt코치)은 현대 소속이던 1996년 10월 20일 해태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노히트노런을 작성했는데 다음 경기였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기력이 쇠진해 무너졌다. 그는 4이닝 동안 7개 안타를 내주며 2실점을 기록해 패전투수가 됐다. 결국 이 경기에서 패해 우승트로피를 해태에 내줬다. 살아있는 전설 선동열(전 KIA 감독)도 노히트노런 징크스를 피해가지 못했다. 선동열은 1989년 7월 6일 광주 삼성전에서 대기록을 세웠다. 이후 그는 17일 광주 태평양전에 구원등판했는데 4.2이닝 동안 안타 4개 1실점했다. 호투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선동열이 해당시즌에 21승 3패 방어율 1.17을 기록했다는 점을 상기하면 큰 부진이라고 평할 수 있다.
노히트노런 징크스는 메이저리그에서 더욱 뚜렷하다. 지난 2013년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3명의 투수, 호머 베일리와 팀 린스컴, 엔더슨 알바레스는 모두 다음 경기에서 승리를 기록하지 못했다. 지난해엔 류현진과 한솥밥을 먹었던 조시 베켓이 노히트노런 후 다음경기에서 패전투수가 됐다.
노히트노런 이후 호투를 이어가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선 많은 시각이 존재한다. 1986년 4월 2일 OB 장호연과 배터리 호흡을 맞추며 노히트노런을 기록했고 감독으로서 지난해 찰리의 노히트노런을 지휘했던 NC 김경문 감독은 선수의 심리 상태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김 감독은 21일 “대기록을 세우면 선수가 들뜰 수 있다. 그러면 다음 등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체력저하와 함께 심리적인 요인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을 미친다는 의미다.
김경윤기자 bicycl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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