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U-17 월드컵에서 보여주겠다.”

지금 이 순간 한국 축구 최고의 ‘핫 플레이어’는 17세 ‘원더키드’ 이승우(FC바르셀로나 후베닐A)다. 지난 해 16세 이하(U-16) 아시아선수권에서 5골 4도움으로 한국 준우승을 이끌고 MVP와 득점왕을 휩쓴 그는 최근 막을 내린 ‘수원JS컵’에서 안익수 감독이 이끄는 18세 이하(U-18) 대표팀 멤버로 변신해 축구팬들을 수원월드컵경기장으로 불러모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유소년 이적 규정 위반에 따른 징계로 소속팀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그는 수원JS컵 3경기에서 실전 감각 저하를 드러내며 기대에 못 미치는 플레이를 펼쳤다. 그럼에도 번뜩이는 드리블과 간결하고 부드러운 퍼스트 터치, 상대 수비수를 자신에게 유도한 뒤 반대편으로 넘겨주는 중거리 패스로 ‘천재의 재능’은 여전히 살아있음을 증명했다. 골을 넣지 못한 뒤 광고판을 걷어차는 승부욕, 축구계와 미디어에서 부각시킨 안익수 감독과의 대립 관계, 이승우에 대한 이영표·히딩크 감독의 언론을 통한 조언 등 축구 외적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그런 이승우를 14일 자신이 운동하는 서울 강남 피트니스센터 ‘잇짐’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이승우와 계약을 맺고 있으며 FC바르셀로나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를 보유한 세계적 스포츠 에이전시 ‘MBS’의 에이전트 파우 클라베로가 처음으로 국내 언론 앞에 나타나 의미를 더했다. 이승우는 수원JS컵 이후 여러 논란에 대해 특유의 솔직 화법으로 답변을 이어나갔다. 그는 “경기력에 대한 비판은 축구 선수로서 받아들여야 할 운명이다”며 의젓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겉모습만 보고 나에 대해 섣부르게 결론내리시는 분들이 있어 그런 것은 아쉽다”고 전했다.

이승우


◇“안익수 감독님? 보통 선수들처럼 평범한 사이”
수원JS컵이 끝난 뒤 인터넷은 더 크게 들끓었다. 이승우와 백승호 등 FC바르셀로나 유스팀에서 뛰는 두 선수가 ‘안익수호’에서 홀대를 받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1일 벨기에전에서 후반 44분 교체투입된 백승호가 경기 직후 침통한 표정을 짓고, 이를 이승우가 위로하는 사진도 눈에 띄었다. “안타까웠다. 내가 그 때 60여분 뛰고, 승호 형이 1분을 뛰었다. 그때 내가 운동장 밖에 있었는데 뭔가 모르게 미안하고 안타까웠다”는 이승우는 “솔직히 말해 한국 최고의 미드필더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선수인데 그렇게 뛰어, 다가가 ‘힘내라’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그런 장면이 안 감독과 대립각으로 비쳐지는 것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이승우는 억울한 표정이었다. “우리 팀 경기력이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고, 축구 선수로서 비판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그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지만, 결론을 섣부르게 내리는 것은 이해가 가질 않는다. 겉모습만 보고 나에 대해, 또 나와 안 감독님에 대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 기분이 좀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팀 선수로서 나와 승호 형은 안 감독님과 평범한 사이다. 감독님이 ‘독사’라고 날 혼내신 것도 아니고, 경기에 뛰지 못해도 우리가 알아서 맞춰야 하는 거다”며 FC바르셀로나 선수들이 ‘돌연변이’가 아님을 강조했다.

이승우
[스포츠서울] 대한민국 축구계의 차세대 스타로 FC 바르셀로나 후베닐 A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승우가 스포츠서울과 인터뷰하고 있다. 2015.05.14.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이영표 선배 고맙지만, 만나서 듣고 싶어요”
프리미어리그와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며 센추리클럽에 가입한 이영표 KBS 해설위원의 발언에 대해선 “맞는 말”이라고 존중하면서도 특유의 솔직한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며 서운함도 살짝 내비쳤다. 이 위원은 거스 히딩크 감독이 현재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는 세계적 공격수 아르연 로번을 17살 때 데려와 강한 규율로 길들인 것을 사례 들어 “이승우가 유럽 축구의 좋은 것만 배우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글은 봤다. 맞는 말이고 이영표 선배가 경험을 많이 갖고 계시니까 좋은 조언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직접 만나서 내게 얘기를 해주셨다면 더 많이 와 닿았을 것 같다. 인터넷을 통하면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이게 뭐지?’란 반응이 나온다. 쉽게 다가오지는 않는다”며 언젠가 이 위원과 만나고픈 소망을 전했다. 그런 면에서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 등 몇몇 대선배들과의 만남은 즐거웠다. 홍 감독은 수원JS컵이 끝난 뒤 이승우를 만나 불고기를 사주고 2시간 가량 그의 고민을 들어줬다. “예를 들면, 어떻게 하면 공을 더 많이 받고 팀에 빨리 익숙해져 적응을 잘 할 것인가에 대한 말씀을 해주셨다”는 이승우는 “최진철 (U-17 대표팀)감독님, 정정용 (전 U-15 대표팀)감독님도 좋은 얘기를 해주셨다. 현실도 느낄 수 있고 가슴에도 많이 새겼다”고 전했다.

이승우


◇“U-17 월드컵에서 보여주겠다”
이제는 오는 10월 칠레에서 열리는 U-17 월드컵이다. 지난 해 한국을 U-16 아시아선수권 결승에 올려놓은 이승우는 ‘최진철호’가 세계 4강을 외칠 수 있는 자신감 중 하나다. 이승우도 수원JS컵을 통해 쌓아올린 경기 감각을 내달 ‘U-17 수원컵’으로 더 끌어올린 뒤 칠레에서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가득 차 있다. “안익수 감독님과는 1~2주 정도 만나서 서로를 몰랐고, 그래서 경기력이 잘 안 나왔던 것 같다”는 이승우는 “U-17 대표팀은 다르다. 선수들과는 작년 아시아선수권에서 손발을 맞췄고, 최 감독님과 나 사이엔 신뢰가 있다. U-17 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어 행복하다. 모든 대회에서 내 목표는 똑같고 이번에도 우승”이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최연소 국가대표팀 합류에 대한 꿈도 여전히 갖고 있다. 그는 FC바르셀로나가 13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에 어린 선수 3명을 데려간 예를 들며 “꼭 경기를 뛰지 않아도 영광스러운 자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소속팀에 대한 로드맵도 갖고 있다. FIFA 유소년 이적 규정 위반으로 2년 넘게 FC바르셀로나 유스팀 공식 경기에 나서지 못한 이승우는 내년 1월6일 만 18세가 되어 자유를 얻는다. 그는 “많은 축구인들이 이승우의 볼 터치가 굉장히 부드럽고, 다른 한국 선수들보다 공격적이다는 평을 한다”는 말에 “바르셀로나에서 5년 째 배우다보니 그런 볼 터치가 습관이 된 것 같다”며 “내년 1월을 기다린다. 징계가 풀리면 후베닐A 혹은 FC바르셀로나 B팀에서 열심히 뛴 다음 빨리 1군에 가고 싶다. 지난 달 성인팀인 FC바르셀로나 B에서 훈련했는데, 알렌 할릴로비치 같은 각 나라 대표 선수들과 같이 운동할 수 있어 정말 신났다”고 밝혔다.
김현기기자 silva@sportsseoul.com

사진=김도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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