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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대전 조진호(42) 감독이 사퇴의사를 밝혔다. K리그 클래식 일정이 각 구단을 상대로 한 경기씩을 모두 마친 상황에서 나온 사퇴 소식이다. 부진한 성적에 대한 책임감과 팀에 대한 걱정으로 쌓인 심신의 피로가 사퇴의 이유였다. 때마침 전득배 대전 대표이사는 조 감독의 사의표명이 알려진 21일 오전 대전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초에는 최근 구단 자체적으로 실시한 내부감사 결과를 보고하고 사무국 조직개편안을 소개하는 자리였지만 조 감독의 사퇴와 관련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조진호 감독, 자진사퇴는 언제 결심했나.
대전 구단 사무국은 조진호 감독의 자진사퇴 소식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퇴가 갑작스럽게 이뤄지지는 않았다. 조 감독은 지난 16일 전북과 리그 11라운드를 마친 뒤 전득배 사장을 만나 사퇴의사를 전했다. 전 사장은 고민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지난 20일 오후 대전구단에 지원을 약속한 한 기업체와 구단 선수단 및 사무국 전체가 회식을 가졌는데 식사자리가 파한 후 조 감독이 다시 전 사장에게 사퇴의사를 밝혔다. 전 사장은 조 감독의 사표를 수리하기로 했다. 전 사장은 “조 감독이 심신이 피곤해 쉬고 싶다고 하더라. 우승을 안겨준 감독이라 고민을 며칠 했다”면서 “21일로 예정된 기자회견 이전에 결정을 내릴 생각이었다. 어제 회식 후 조 감독의 사퇴의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 감독의 직접적인 의사표현은 전북전 직후였지만 그보다 더 이전부터 고민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의 한 관계자는 “시즌 초 연패가 이어질 때 사임할 생각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선수구성이 좋지 않았던 점, 부상자들이 너무 많은 점 등에 대해 걱정이 있었다”고 전했다.
◇내부감사결과, 조 감독 사퇴에 영향미쳤나.
전 사장이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지난 달 구단의 운영상 문제점을 점검하기 위해 내부감사를 실시했다. 대전지역의 일부 언론은 내부감사 결과를 놓고 “메디컬테스트도 제대로 받지 않고 선발한 선수가 10명이 넘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전은 투명한 선수선발을 위해 선수단구성위원회를 구성했지만 구성원들이 대부분 축구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감독의 생각에 반대의사를 내놓지 못하며 사실상 감독의 의지대로 선수를 선발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전 구단 관계자는 “드래프트에 나선 선수들은 이미 프로축구연맹에 관련서류들을 제출했기 때문에 선발 당시가 아닌 선발 이후 테스트를 했다. 자유계약 선수들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지만 선수선발에 대한 문제제기는 곧 감독에게 실책을 묻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전 사장은 21일 기자회견에서 “지난 달 전력강화위원장을 뽑는다고 할 때 조 감독과 협의를 했다. 당시 수용하면서도 ‘내가 더 해야 될지 그렇다’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 위원장 선임이 보류됐다”고 말했다. 성적부진의 원인이 감독의 선수구성 실패 때문인 것으로 비쳐지며 조 감독이 더 큰 압박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후속조치, 차기 감독 선임은 어떻게.
대전은 당분간 김영민 수석코치의 감독대행체제로 경기를 치르기로 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나서는 서울과 경기가 다음달 13일로 미뤄지면서 오는 30일 포항 원정경기까지는 경기가 없어 팀을 추스르는데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 전 사장이 최대한 빨리 차기 감독을 선임할 생각인 가운데 주변인들을 통해 몇몇 후보자들을 추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국가대표급의 젊고 참신한 인물’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여력을 고려할 때 여름 이적시장에서 선수단 인원구성을 크게 바꾸기는 어려운 만큼 현재의 인원으로 팀을 잔류시킬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전 사장은 “차기 감독 물망에 오른 인물이나 후보군은 없다”면서도 “머릿 속에 그림은 그리고 있지만 아직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미 몇몇 인물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물밑에서 의사를 타진할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정수기자 polari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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