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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변화구에도 유행이 있다. 포크볼과 체인지업이 대유행을 타기 전에는 직구 외에 커브와 슬라이더가 변화구의 대세였다. 그러나 커브를 제대로 구사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슬라이더를 던지는 투수가 더 많았고 이후 포크볼과 체인지업으로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그런데 최근 커브를 구사하는 투수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LG 양상문 감독은 “커브는 기본적으로 다른 구종에 비해 손목을 많이 비틀어야 하고 제구를 잡기가 어렵다. 그러다보니 갈수록 각이 큰 커브를 잘 구사하는 투수가 줄어든 것이다. 변화구는 기본적으로 타자를 속이는 구종인데 커브를 많이 상대해보지 않은 타자들이 간간이 만나는 커브에 속는 경우가 늘어나고 커브를 던지는 투수들이 성공하면서 다시 커브를 던지는 투수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감독은 현역 투수들 가운데 가장 커브를 잘던지는 선수로 KIA 김진우를 꼽았다. 그는 “삼성 윤성환의 커브도 일품이다. 그런데 윤성환의 커브는 손에서 놓는 순간 살짝 위쪽으로 향했다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런 커브는 타자의 타이밍을 뺏기에는 좋은데 위닝샷으로 사용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윤성환은 다른 구종의 제구가 워낙 좋아서 그런 단점을 커버하고 있는 것이다. 김진우의 커브는 손에서 빠지는 순간부터 바로 떨어진다. 게다가 키까지 커서 떨어지는 각이 훨씬 커보인다”고 설명했다. 양 감독은 “롯데 송승준의 커브도 괜찮다. 다른 투수들과 달리 손톱으로 실밥을 찍어누르듯 잡고 던지는 너클커브다”라고 덧붙였다.
역대 프로야구를 주름잡았던 커브의 달인들도 줄줄이 거론했다. 양 감독은 “돌아가신 최동원 선배와 NC 김상엽 코치, SK 김원형 코치 등이 커브를 정말 잘 던졌다. 최동원 선배의 커브는 정말 위력적이었다. 공이 머리로 날아오는 줄알고 피하면 무릎까지 뚝 떨어졌다. 김상엽 코치의 커브는 각이 크면서도 빨랐다. 그래서 아마 파워커브라는 용어가 그 때 처음 사용됐던 것 같다. 김원형 코치도 커브를 참 예쁘게 던졌다”고 돌이켰다.
그런데 가장 기본적인 변화구로 꼽히는 커브와 슬라이더를 동시에 구사하는 투수들은 드물다. 커브를 주로 던지는 투수들은 슬라이더 구사에 애를 먹고,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삼고 있는 투수들은 커브를 던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커브와 슬라이더의 원리는 똑같다. 실밥을 잡고 손목을 비틀어 회전을 주는 것인데 커브가 슬라이더에 비해 더 많은 회전이 걸리기 때문에 떨어지는 각이 큰 것이다. 똑같이 손목을 비틀어 회전을 거는데도 두 구종을 동시에 장착하기 어려운 것은 변화구를 던지는데 사용되는 근육이 미세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양 감독은 “ 슬라이더나 커브 모두 근육을 비트는 운동을 하게 되는데 슬라이더는 조금 뻗어내는 느낌이고 커브는 잡아 당기는 쪽의 근육을 많이 쓰게 된다. 이런 근육 사용의 빈도나 발달 정도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두 구종을 동시에 잘 던지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커브 던지다 슬라이더를 장착하기 보다는 슬라이더 던지던 투수가 커브를 던지는 것이 훨씬 힘들다. 그런 면에서 커브와 슬라이더를 모두 잘 던지는 kt 장시환 같은 경우는 아주 특별해 보인다”고 말했다.
박현진기자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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