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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아! 어머니!’
두산 마무리 투수 노경은(31)이 23일 오후 모친상을 당했다. 전날 어머니가 위독하다며 구단에 보고하고 1군 엔트리에서 빠지자마자 23일 오후 어머니의 영면을 접해야했다. 노경은은 어머니가 암 판정을 받은지 얼마 안됐는데 이렇게 빨리 하늘 나라로 가실 줄은 꿈에도 몰랐다. 노경은의 어머니 고 전기순씨는 이제 갓 쉰 살로 세상에 이별을 고하기엔 너무도 젊은 나이라 슬픔은 더 크기만 하다.
노경은이 어머니가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처음 들은 건 턱뼈골절로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재활을 하던 4월말 이었다. 재활을 거의 끝내고 1군 복귀를 앞둔 시점에서 어머니가 유방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암이라지만 현대 의학이 발달해 반드시 쾌유할 것으로 믿으며 자신도 팀에 복귀해 어머니에게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는데 뭔가 보여드리기도 전에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며 임종을 맞이하게 됐다.
노경은은 어머니의 병환이 모두 자신 때문인 것 같아 더 자책감에 빠지게 된다. 프로 입문 후 10년간 유망주로 지내다 2012년과 2013년 선발투수로 두자릿수 승수를 올리며 비로소 꽃을 피웠지만 지난해에는 극도의 부진을 겪으며 어머니에게 마음 고생만 안겨드렸다. 그리고 지난 겨울 스프링캠프에서는 덜컥 불의의 턱뼈 골절 부상을 입어 어머니의 상심을 더 크게 한 것이 큰 병으로 이어진 것 같아 더욱 마음이 아프다. 좋은 성적으로 암과 싸우는 어머니에게 힘을 드리고자 했는데 이 마저도 기복 있는 플레이로 상심만 끼쳐 드린 것 같아 더욱 죄송할 뿐이다.
기복있는 플레이를 한 건 어찌보면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재활을 끝내고 낯선 마무리 보직을 처음 맡아 온전히 야구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생사와 싸우는 어머니 병간호와 야구를 병행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지는 말하지 않아도 상상이 간다. 그래도 선수단에는 그런 내색을 전혀 하지 않으며 묵묵히 버텨온 그였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노경은의 슬픔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나. 어제 위독하시다는 얘기를 듣고 엔트리에서 뺐는데 …”라며 “열흘이 지나도 마음을 안정시키는데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지난 주말부터 당분간 노경은 앞에 투입하고 이현승과 오현택을 상황에 따라 마무리로 기용할 계획이었는데 이젠 어쩔 수 없이 이현승 오현택 마무리 체제로 간다”고 말했다.
두산 선수들은 모친상을 상을 당한 노경은을 위하자는 한뜻으로 뭉쳐 23일 SK전에서 더욱 힘을 냈다. 투타가 그 어느때보다 힘을 내며 완승을 거뒀다. 노경은이 모친상의 아픔을 이겨내고 더 성숙된 모습으로 구장으로 빨리 복귀하길 기대해본다.
잠실 | 이환범 선임기자 whit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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