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프로야구의 살아있는 전설 김응룡 전 한화 감독(74)이 후배 감독들이 공로행사를 준비했다는 소식을 듣고 “참 행복하다”라며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김 감독은 12일 스포츠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요즘 잘 지내고 있다. 후배들이 올스타전 때 행사를 준비했다고 하는데,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자리를 만들어줘 참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10개 사령탑들은 오는 18일 수원구장에서 열리는 올스타전 때 김응룡 감독을 위한 감사의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시즌 한화 감독직에서 물러난 김 감독을 아무런 인사 없이 보낼 수 없다는 의지 때문이었다.
|
◇김응룡 전 감독을 위한 자리, 이렇게 마련됐다
김응룡 감독을 위한 자리를 따로 마련해야 겠다는 현장의 목소리는 지난 1월, 미국 애리조나에서 처음 나왔다. NC 김경문 감독이 애리조나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 중인 나머지 4개 감독들에게 제의했고 4개 구단 감독들은 흔쾌히 찬성표를 던졌다. 구체적인 내용은 개막 전 미디어데이 행사 직전 감독자 회의에서 마무리했다. 사령탑 중 최연장자인 한화 김성근 감독이 적극 찬성했고 감독들은 사비를 털어 트로피를 제작하자고 결의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물심양면으로 돕기로 했다. 행사의 실무는 선수·코치·프런트 등 많은 역할을 섭렵했던 넥센 염경엽 감독이 맡기로 했다. 염 감독은 지인인 함영석 작가에게 김응룡 감독에게 수여할 트로피 제작을 맡겼다. 트로피는 순금 50돈과 은이 쓰였으며 재료비만 1000만원 이상이 들었다. 금액은 10개 구단 감독들이 주머니를 털었다. 염 감독은 “통산 승수가 보여주 듯, 김응룡 감독님은 한국 야구의 역사다. 그런 분을 별다른 자리 없이 보내드리는 것은 뭔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올스타전에서 진행될 행사는 은퇴식과는 거리가 멀다. 염 감독은 “아직도 정정하시기 때문에 은퇴식을 치러드리는 것은 아니다. 감사와 존경의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헹가래 등 은퇴식으로 오해될 만한 이벤트를 펼치지 않기로 했다.
|
◇김응룡 감독 “기쁘고 행복합니다”
김 감독은 지난해 한화 지휘봉을 놓은 뒤 자택에서 생활하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최근엔 야구 제자들이 김응룡 감독을 위한 생일 축하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는 “요새 별다르게 하는 것이 없다. 푹 쉬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현장에서 촉발된 감사 행사가 구체화 됐고, 김 감독은 후배들의 따뜻한 자리 마련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김 감독은 “행복하다”고 말했다.
10개 구단 감독들은 올스타전에서 김응룡 감독에게 직접 지휘봉을 맡길 생각이다. 염 감독은 “10개 구단 감독들은 김응룡 감독님께 올스타전 지휘를 부탁드릴까 생각하고 있다. 1이닝 정도 지휘봉을 부탁드릴까 한다”고 말했다. 김응룡 감독은 이에 대해 “아직은 잘 모르겠다”며 허허 웃었다.
김 감독은 1983년 해태 2대 감독으로 프로야구 지휘봉을 들었다. 지난해까지 통산 2935경기에 출전해 1567승 1300패 68무를 기록해 역대 최다승 기록을 갖고 있다.
김경윤기자 bicycle@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