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글로벌 모바일 앱 통계 분석업체인 앱애니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국의 ‘캐시슬라이드(Cash Slide)’라는 무명의 회사가 두드러지게 눈에 띈다. 한국이 모바일 데이터 사용량에서 세계 1위로 나타난 가운데, 국내 사용자들이 가장 자주 쓰는 커뮤니케이션 및 소셜 관련 애플리케이션(앱)에서 1위(카카오톡)와 3위(페이스북)처럼 설명이 필요없는 거대기업 틈바구니 안에서 캐시슬라이드가 당당 2위를 차지한 게 이채로웠다.

캐시슬라이드는 세계 최초의 모바일 잠금화면 플랫폼으로, 스마트폰 첫 화면에 자동으로 뜨는 광고를 보면 적립금을 주는 앱이다. 지난 2012년 9월 설립된 NBT(구 NBT파트너스)가 그해 11월 공식서비스를 시작했으니 아직 3년이 안된 스타트업 앱이다. 하지만 성과는 대단하다. 지난해 매출액 380억원, 올해 매출 목표 700억원이다. 네이버, 다음 등 모바일의 강자를 누르고 2014년 상반기 모바일 앱 광고 매출 1위를 달성했고, 1300만이 다운로드 받아 하루 220만명, 1억5000만 페이지뷰(PV)의 성장세를 과시하고 있다.

CAM_7754
캐스슬라이드 박수근 대표가 회사 문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사무실을 찾아 캐시슬라이드 박수근 대표(29)를 만났다. 사무실은 온통 은은한 간접조명으로 채워져 있고, 젊은 직원들이 분주히 일을 하고 있었다. 자본금 3억원으로 창립 2년만에 300억대의 매출을 일으키고 올해는 700억대를 바라보는 회사답게 벽에는 생일 축하 메시지등이 붙어 있는 등 자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입구에는 ‘Next Big Thing’이란 문구가 크게 눈에 띄었다.

◇회사를 먼저 만든 뒤 사업아이디어를 낸 독특한 캐시슬라이드-넥스트 빅 팅이 무슨 의미인가.

그것은 우리 회사 NBT의 약자이다. 원래 NBT 파트너스가 사명이었는데, 이름이 벤처캐피털의 느낌이 있어서 현재는 파트너스를 뺐다. Next Big Thing 은 기존 기성 시장을 벗어나 새로운, 남들이 해결하지 못한 특별한 뭔가를 만들어보자는 의미에서 출발한 우리의 좌우명이다. 4명이 공동창립해 각자 영업, 기술, 기획, 대표로서 현재까지 함께 호흡하고 있다

-회사를 먼저 만들고 아이디어를 취합해 캐시슬라이드를 론칭한 것으로 아는데.

그렇다. 저같은 경우는 학교(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2년반 일하다가 나왔다. 다른 파트너들도 각자 직장다니다 의기투합했다. 회사를 차린 뒤 사업 아이디어를 갖고 고민했다. 당시 향후 몇년은 모바일 영역에서 사업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현재는 크게 변하는 흐름(웨이브)상 모바일 웨이브이기 때문에 2~3년은 모바일에 집중하자면서 처음에는 모바일과 미디어 포털을 합치는 것을 구상하다가 버려진 휴대폰의 첫화면을 주목하게 됐다. 통계상 하루 70번은 스마트폰을 열어본다는데 착안했다.

-너무 작은 금액에 연연해 광고를 보는 이용자가 많을까 싶다는 지적도 나올 법한데.

사용자의 편의성을 올리기 위해 앱을 여러차례 변경했다. 최초의 리워드 모델이 버전 1.0이라면 현재는 버전 7.0 단계다. 단순히 광고만 보고 나가지 않도록 이용자들이 여기서 놀 수 있도록 계속 바꿔왔다. 서비스 1년 뒤인 4.0부터 간단한 뉴스를 제공했고, 5.0부터는 위 아래로 슬라이딩시켜 뉴스를 골라서 볼 수 있도록 했다. 6.0부터는 사용자가 좋아하는 분야의 뉴스나 광고를 보여주는 개인화 큐레이션을 했고, 7.0에서는 뉴스외에 가볍게 작은 론처(시작화면) 서비스를 시작했다. 론처 화면을 열면 전화, 메시지, 인터넷, 카메라 등 사용자가 가장 많이 사용한 기능이 자동으로 뜬다. 가급적 잠김화면에서 오랫동안 머물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CAM_7851
캐시슬라이드 첫화면을 보여주고 있는 박수근 대표.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광고 리워드앱? No, 나름 뉴스 포털로 성장중-뉴스를 공급하는 CP(Contents Provider)는 어떻게 되나.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JTV 등 40개 언론사로부터 하루에 적게는 3개, 많게는 5개의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받는다. 우리는 그들에게 트래픽을 돌져주는 상생모델이다. 캐시슬라이드의 PV가 하루에 1억5000만인데 그 가운데 광고가 30%, 미디어가 70%다. 사람들이 광고를 보러 들어오는 것만은 아니다.

-광고가 수익모델인데, 광고에 대해 얘기해달라. 아무래도 젊은 사람이 캐시슬라이드를 이용할텐데.

네이버와 수익모델이 똑같다고 보면 된다. 대신 모바일 단독 매체로선 캐시 슬라이드가 광고 개수와 금액면에서 제일 낫다. 지난해까지 3000여개의 광고를 수행했다. 처음에는 10대, 20대 유저 중심이었는데 서비스 3년차가 되다보니 10대 30%, 20대 40%, 30대와 40대 15%씩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광고주 특성도 약간 젊은 층쪽을 타깃으로 삼은 회사들이다. 40%는 모바일 게임사, 30%는 티몬, 쿠팡, 옥션 등 커머스회사, 나머지는 금융, 모바일서비스 등이다.

◇중국으로, 미국으로. 해외 첫 화면을 잡으러 간다-2~3년 모바일에 집중하자고 시작했는데, ‘넥스트 넥스트 빅 팅(NNBT)’도 고민하는가.

(웃음) 사실 지금도 고민하고 있는 부분인데, 앞으로도 여기 모바일에 기회가 있다고 보고 더 최적화를 하면서 세계로 나가려고 하고 있다. 이동통신사와의 제휴에 대한 고민, 중국, 미국 등으로의 진출도 그런 맥락이다.

-이통사와의 제휴라는 것은.

스마트폰의 첫 화면의 활용은 매우 매력적인 아이디어다. 그래서 구글과 삼성 등도 계속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우리로선 이통사나 알뜰폰(MVNO) 사업자와 제휴해 아예 다운로드 없이 캐시슬라이드를 사용하는 서비스를 구상하며 논의중이다.

-해외 진출 상황은 어떤가.

2013년 국내외로 경쟁이 치열했다. 우리를 따라서 하는 ‘카피캣(모방)’이 국내외로 나왔다. 그래도 그 위기를 극복하고, 2014년 5월 중국에 ‘쿠후아’, 7월 미국에 ‘프론토’라는 서비스명으로 해외에 나갔다. 미국은 아직 파일럿 단계로 아직 베타 버전이어서 계속 최적화를 진행중이다. 중국에서는 3000만다운로드를 받아 하루 300만 액티브 유저가 생겼다. 하지만 5억명이 안드로이드 폰을 이용하는 중국에서 의미있는 액티브 유저는 1000만명이다. 그 수준까지 끌어올리려고 하고 있고 올해말 정도면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본다.

-NNBT가 해외인 셈인 것 같다.

한 3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캐시슬라이드의 성장이다. 하루 500만명, 700만명 정도 쓸 수 있도록 성장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최근 손예진, 황정민, 육성재 등 연예인을 기용해 마케팅을 하고 있다. 두번째는 모바일 영역에서 최적화를 통한 고도화다. 셋째는 해외 첫 화면 시장을 장악하는 일이다.

◇내년 하반기 상장목표로 뛴다-그러고보면 캐시슬라이드는 IT기술 회사인가, 마케팅회사인가 하는 우문을 해야겠다.

직원 75명중 기술인력이 35명(개발자 25명, 웹디자이너 10명)이니 기술중심적 회사인 것도 같고, 마케팅·기획도 20명이고, 영업·사업쪽도 20명이니 조금 복합적이다. 그래도 기술기반의 스타트업이라고 본다.

-직원들 대우는 좋은가.

(웃음)창업초기 모두 100만원씩 받고 시작한 일이다. 지금도 매년 올리고는 있어서 국내 스타트업 회사중에서는 경쟁력있는 봉급이지만, 네이버나 카카오는 물론 구글이랑은 아직 상대가 안된다. 회사를 키워서 그만큼의 보상을 노려보겠다.

-이 정도의 급성장과 자금 필요성이면 증시 상장도 생각해볼만 하다.

안그래도 내년 하반기에 상장시키려고 대우증권을 주관사를 세워 진행중이다. 국내외에서 이 회사를 인수하려는 제안이 많이 있었지만, 증시를 통해 자금을 직접 조달해 Next Big Thing을 우리가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다.

조병모기자 bryan@sportsseoul.com

CAM_7696
스마트폰 초기화면의 슬라이드잠금해제를 광고도구로 활용한 캐시슬라이드 박수근 대표, 그의 생일을 축하하는 메시지가 대표실 문을 가득 메워 눈길을 끈다.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취재후기>

캐시슬라이드는 처음부터 소위, ‘잘나가는’ 그런 기업이 아니었다.

자본금 3억원은 창립멤버 4명이 퇴직금과 차를 팔아 어렵게 2억원을 만들었고 여기에 앤젤투자 1억원을 받아 마련한 돈이었다.

두뇌와 의욕, 자신감은 있었지만 아직 사업 아이디어를 구체하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를 차려 예산은 빠듯했다. 서울 강남의 관세청 사거리 근처의 옥탑방에 첫 사무실을 차린 이유다.

캐시슬라이드 박수근 대표는 “당시 옥탑방의 크기는 한 5평도 안됐다.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80만원에 들어갔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 사무실에서 2012년 9월 법인을 설립했고 11월 마침내 캐시슬라이드를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옥탑방이라서 그런지 매우 추었다. 하루는 난로가 고장났고, 다음날 여직원 한명은 사표를 냈다. 점점 인력이 필요해 직원은 10명으로 늘었는데, 비좁은 5평 사무실은 포화상태가 됐다.

2013년 1월 인근 지하주차장 자리로 둥지를 옮겼다. 이제 20평으로 늘었다. 직원도 20명으로 늘었다. 2명 정도가 여성으로 채워졌다. 지금은 직원의 40%가 여성이지만, 그 당시는 그랬다.

지하 사무실에서의 해프닝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공장 같은 허름한데서 젊은 사람들이 오고가니 동네 사람들이 쑤근거렸다고 한다. 그래서 하루는 집주인이 와서 “당신들 뭐하는 사람들이냐, 조폭아니냐”며 따져묻기도 했다고 한다.

그 사무실에서 캐시슬라이드는 엄청난 도전을 받는다. 전세계적으로.

2012년 11월 서비스한 게 세계 최초이다 보니 엄청난 모방이 뒤따랐다. 상반기에 10개가 쫓아왔고, 하반기에는 ‘막강’ 네이버가 2개씩 서비스하며 첫 화면 시장에 뛰어들었다. CJ E&M, SK플래닛 등도 추격해왔다.

박 대표는 “이 모든 경쟁을 뚫고 나오니 2014년에는 대부분 정리돼, 이 부문 특성대로 1등 사업자 중심으로 재편됐다”며 “지금은 시장점유율이 80% 정도 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조병모기자 bryan@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