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섭
제공 | 삼성전자 육상단

[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한국 육상의 간판 주자들이 베이징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한국 경보의 대들보 김현섭(30·삼성전자)은 한국 육상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고, 사상 처음으로 남자 100m에 자력 출전한 김국영(25·광주시청)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기록으로 고개를 떨궜다.

김현섭은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15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20㎞ 경보에서 1시간21분40초로 10위에 올랐다. 2011년 대구대회 6위, 2013년 모스크바 대회에서 10위를 차지한 그는 베이징대회에서 10위에 오르며 한국 육상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 3회 연속 톱 10을 달성한 선수가 됐다. 김현섭은 10㎞ 지점 이후 한때 15위권까지 순위가 밀렸지만 뒷심을 발휘한 끝에 스타디움에 들어오는 순간 2명의 경쟁자들을 제치며 10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김현섭은 결승선을 통과한 직후 탈진해 구급요원들의 부축을 받을 정도로 레이스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김현섭은 “10위안에 들었지만 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 아쉽고 죄송한 마음이 더 크다. 예상보다 너무 일찍 선두그룹의 스피드가 빨라졌고, 순간적인 방심으로 선두 경쟁에서 밀려났다. 다만 후반부에 앞 선수들의 힘들어하는 모습에서 자신감을 되찾아 추격이 가능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레이스에서는 무더위로 인해 이변이 속출했다. 세계기록 보유자인 일본의 스즈키 유스케는 레이스를 포기했고, 미겔 로페즈(스페인)가 1시간19분14초로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우며 우승을 차지했다. 김현섭과 함께 출전한 남자 경보 차세대 주자 최병광(24·삼성전자)은 1시간28분01초로 46위에 올랐다.

반면 한국 선수로는 18년만에 세계선수권 남자 100m에 출전한 김국영은 자신의 올시즌 최고 기록에 0.3초 이상 뒤지는 레이스로 큰 아쉬움을 남겼다. 김국영은 22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100m 예선 1조 경기에 출전해 10초48로 예선 7위를 차지해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그는 출발 반응속도 0.117초로 8명의 선수 중 가장 빠른 스타트를 보였지만 레이스 초반부터 경쟁자들에게 밀리며 결국 7번째로 레이스를 마쳤다.

김국영에게는 여러모로 뼈아픈 레이스였다. 그는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맞대결을 펼치고 싶었던 동양인 최초 9초대 기록을 보유한 쑤빙텐(중국)과 같은 조에서 레이스를 펼쳤다. 쑤빙텐은 10초03의 준수한 기록으로 준결승에 진출한 반면 김국영은 또 한번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지난 7월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10초16으로 5년만에 한국 기록을 갈아치운 그는 첫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많은 땀을 흘렸지만 결국 부담감을 떨치지 못했다. 김국영이 기록한 10초48은 자신의 올시즌 최하위권 기록이다. 김국영은 레이스 직후 “10초4대 최악의 기록이 하필 세계선수권에서 나왔다. 큰 경기에서 실력 발휘를 못한 건 내 탓”이라고 자책했다.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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