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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고진현기자]삼성 그룹의 스포츠 허브(hub)로 급부상한 제일기획이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까지 인수해 그룹 프로 스포츠정책의 마지막 퍼즐을 맞춘다. 삼성 라이온즈의 제일기획 이관 시점은 올 시즌이 끝난 12월 15일로 정해졌으며,이 같은 결정은 ‘삼성 스포츠’의 정책적 밑그림을 그리는 그룹 수뇌부들이 지난 주 최종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동안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던 삼성 라이온즈가 제일기획으로 넘어가게 된 사실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삼성 라이온즈의 제일기획 이관 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의견이 분분했다. 삼성 라이온즈는 그룹 승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데다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 최고 명문구단이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져 섣불리 결정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인지 삼성 라이온즈의 제일기획 이관은 삼성 스포츠의 거센 변화의 바람과는 별개의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삼성이 이 같은 세간의 관측을 뒤로 하고 삼성 라이온즈의 제일기획 이관을 전격 결정한 배경은 새롭게 변화한 스포츠 정책에 대한 확고한 소신과 의지 때문이다. 정책 흐름의 일관성에서 삼성 라이온즈도 예외일 수 없다는 인식은 앞으로 스포츠에 대한 새로운 가치와 비전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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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국내 프로 구단은 모기업의 홍보수단에 만족하며 기업의 존립근거인 수익모델 창출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제일기획이 지난 해부터 그룹내 프로 스포츠구단을 통합 운영하기로 결정한 배경은 바로 이러한 폐단을 없애고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시대에 맞지 않은 ‘우승지향 모델’을 버리고 산업으로서의 스포츠 가치를 부각시켜 ‘수익지향 모델’을 추구하겠다는 게 변화된 삼성 스포츠의 핵심 포인트다.
지난해 프로축구 수원 삼성,남자 프로농구 서울 삼성,여자 프로농구 용인 삼성생명 등 3개 프로구단을 넘겨받은 제일기획은 지난 5월 남자 프로배구 삼성화재 블루팡스까지 인수했다. 오는 12월 삼성 라이온즈까지 인수하게 되면 제일기획은 명실상부한 5대 프로스포츠 구단을 모두 보유한 국내 유일의 스포츠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그룹내 PR 전문기업인 제일기획이 5개의 프로 스포츠구단까지 거느리게 되면 다양한 수익모델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삼성 스포츠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도 더욱 거세질 게 분명하다. 일단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우수 선수들을 끌어모으던 낡은 프레임은 더 이상 발을 붙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 될성부른 떡잎을 키우고 다듬는 육성 시스템을 중요하게 여기며 스포츠에 잠재된 숨은 가치를 발굴하고 또한 수익을 낼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내는 쪽에 치중할 것으로 점쳐진다. 또한 국내 5대 프로스포츠 구단을 유일하게 보유한 기업답게 프로 스포츠의 통합 마케팅을 통해 유무형의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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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스포츠에 대한 밑그림은 사실상 마무리한 삼성이 아마추어 스포츠에 대해서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도 관심사다. 체육계도 이 점을 주시하고 있다. 삼성이 올 해 아마추어 스포츠에 대한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비인기 종목의 대명사인 삼성중공업 럭비단과 US오픈 16강 신화의 이형택을 배출한 삼성증권 테니스단 등 2개 팀을 없애 체육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제 삼성이 보유한 아마추어 팀은 삼성에스원의 태권도,삼성생명 탁구,삼성생명 레슬링,삼성전기 배드민턴,삼성전자 육상 등 모두 5개팀이다. 그 동안 삼성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포커스를 맞춰 한국 스포츠의 든든한 후원자로 아마추어 종목 육성에 힘썼지만 그러한 기조가 계속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삼성 스포츠에 부는 변화의 바람이 거세지면서 김재열(47) 제일기획 스포츠사업 총괄사장의 행동반경도 넓어졌다. 현재 김 사장은 삼성의 스포츠정책 변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장을 보좌하는 스태프진 역시 프로스포츠 구단 통합운영에 따른 수익모델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입체적인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내 스포츠를 총괄하며 변화의 새 바람을 주도하고 있는 김 사장의 대외적 위상도 높아졌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과정에서 장인인 이건희 회장을 도와 능력을 인정받았던 그는 현재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을 비롯해 대한체육회 부회장,2018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 체육계를 이끄는 ‘젊은 피’로 주목받고 있다.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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