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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만두(네팔) 글·사진=스포츠서울 남병화기자] 우리는 매일 빠른 변화와 치열한 경쟁속에 살아가고 있다. 지금 충분히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더 가지려 몸부림을 치고 현재의 생활에 만족 못한다. 자살률 세계 1위가 될 정도로 삶이 힘들어 생명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각박한 일상에 쉼표가 되어 주고 정신적 힐링까지 할 수 있는 여행지가 네팔이다.
‘어머니와 조국의 대지는 천국보다 좋다’는 네팔의 국가 표어다. 8000m급 히말라야 14좌 가운데 8개가 네팔에 있고 유네스코 지정 유산들이 전국토에 걸쳐 있다 보니 자부심을 가질만도 하다. 세계 최빈국에 속하면서도 사람들의 행복지수는 늘 상위권에 들어간다. 자연에 순응하며 여러 민족이 함께 어울려 평화롭게 살고 내일에 대한 걱정이나 죽음에 대한 슬픔도 없이 현재에 자족하며 오늘의 축제를 즐긴다. 이런 낙천적 사고방식이 행복의 근원이다. 그런데 지난 4월 25일 네팔에서 진도 7.8 규모의 대지진이 발생했고 이어진 여진으로 수많은 사상자와 이재민이 발생했다. 지진이후 상처를 달래가며 살고 있는 네팔 사람들과 아름다운 자연, 위대한 문화유산을 느껴 보자.
◇힌두교와 불교의 조화 속에 왕국이 번성한 도시 카트만두 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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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에서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까지는 6시간 거리다. 날씨가 좋을 경우 네팔 영공에서 멀리나마 에베레스트 등 히말라야 고봉들을 감상할 수 있는 행운이 따른다. 카트만두는 고대왕국 박타푸르, 파탄과 함께 카트만두 밸리를 형성하고 있으며 유네스코가 지정한 주요 문화 유적지들 또한 이 지역에 집중돼 있다. 지난 4월 25일 대지진 때 이 지역을 중심으로 동북쪽에 집중 피해가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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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에서 첫 행선지는 부처의 사리를 모셨다는 보드나트 사원. 보드나트는 Bodh(깨달음)와 Nath(사찰)가 결합된 이름으로 ‘깨달음의 사원’이라는 의미다. 네팔에는 힌두교 사원 못지않게 티벳 불교 사원도 많다. 수많은 불교신자들이 마니차(불경이 새겨진 경통)를 돌리며 탑돌이를 하고 있는게 이색적이다. 글자를 모르는 사람들도 이 경통을 돌리면 불경을 한번 읽었다고 인정해줘 이렇게 불심을 표현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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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나트 사원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티벳불교 사원 주변에도 불심이 강한 티벳인들이 난민촌을 형성해 살고 있었다. 생존력이 강한 티벳인들은 현재 네팔경제의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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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만두 최대의 볼거리는 역시 구도심의 더르바르 광장이다. 19세기까지 네팔왕족이 거주했으며 광장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옛 건축양식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원숭이 수호신’ 하누만이 지키고 있는 옛왕궁 단지 하누만 도카에서는 지금도 국가의 주요행사가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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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누만 도카와 마주하고 있는 2층 짜리 사원 자간나트는 더르바르 광장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로 지붕을 받치는 버팀목들이 정교하게 서로 맞물려 있어 이번 지진에도 거의 피해가 없었다. 지붕 사방으로 돌아가며 떠 받치고 있는 받침목 하단에는 남녀의 성애를 노골적으로 묘사한 조각들이 드러나 있어 여행객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모든 종교가 성욕을 억제하고 금기로 다룬 것에 비해 힌두교는 성애속의 천국의 개념을 비밀스럽게 담았고 이런 에로틱 조각들은 카트만두 밸리에 있는 다른 왕조도시 박타푸르, 파탄에서도 흔히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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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간나트 사원에서 광장쪽으로 돌아서면 500여년 전 우물공사 도중에 발견 되었다는 ‘칼리 바이라이브’를 볼 수 있다.칼리 바이라이브는 여섯개의 팔을 가진 시바신의 화신을 상징하며 얼굴은 익살스럽지만 한손에는 칼을, 다른 한손에는 사람의 잘려진 머리를 들고 있어 섬찟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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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르바르 광장 남쪽 끝에 다다르면 ‘살아있는 여신’ 쿠마리의 거처가 있다. 쿠마리는 힌두교의 여신인 두르가(Durga)의 화신으로 간택된 소녀를 말하며 석가모니 성을 가진 어린 여자 아이들중에서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검고, 몸에 흉터가 없어야 하는 등 32가지의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야 쿠마리가 될 수 있다. 쿠마리가 되면 이 사원안에서만 생활해야 하며 소리내어 웃거나 울 수도 없고 사원 밖으로 나갈 수도 없다고 한다. 관광객들이 돈을 줄 때나 오후 4시에만 2층 창문을 통해 얼굴을 잠깐 내밀 수 있다고 하니 사실상 감금이나 다름없다.이렇게 신성시 대우 받던 쿠마리도 초경이 시작되면 악령이 깃든 여인으로 낙인 받아 사원에서 쫒겨나며 결혼을 하면 남자가 불행해진다는 속설 때문에 혼자서 불행하게 살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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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만두 시내에서 우뚝 솟은 언덕에 위치한 스와얌부나트 사원에도 올랐다.‘스와얌부’란 스스로 솟았다는 의미여서 지형에 맞추어 이름을 지은 것 같았다. 사원 곳곳에서 원숭이 가족들을 흔하게 만날 수 있어 원숭이 사원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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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두렵게 생각하는 한국 관광객들은 보고싶어 하지 않는다는 파슈파티나트 화장터는 카트만두 시내 중심에서 동쪽으로 6㎞ 떨어져 있다. 대부분 힌두교를 믿는 네팔인들은 죽으면 다시 환생한다고 믿기에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고 죽으면 바로 화장한다. 상류층은 상류에 재를 버리는 반면, 하류층은 하류에 재를 버리고 땔나무를 제대로 장만하지 못한 사람들은 사체를 다 태우지도 못하고 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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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만두에서 동쪽으로 14㎞ 떨어진 박타푸르는 18세기말 고르카족 출신 사허가 삼국을 통일하기 전까지 예술과 건축이 가장 번성했던 고대도시다. 매혹적인 포장도로와 붉은 벽돌로 된 집들을 보면 중세로 돌아간 느낌을 준다. 왕궁이나 사원들뿐만 아니라 오래된 집들이 많다 보니 지난 지진에서도 많은 피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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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파수르 세르파 문화관광성 장관은 “지진으로 네팔의 문화유적지 20%, 트레킹코스 15%가 피해를 입었지만 많이 정리 되었고 랑탕을 제외한 인기 트레킹 코스는 거의 피해가 없는데 지진위주로 네팔을 보도하다 보니 관광객이 전년대비 80%나 줄었다”며 “네팔경제에서 관광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네팔국민을 생각한다면 많이 방문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시아의 열대 정글 ‘치트완 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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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만두에서 무수히 많은 사원들과 신들에 대한 공부로 머리가 찌근해 질 무렵 네팔의 남쪽 도시 치트완으로 날아갔다. 카트만두에서 비행기로 30분거리인 네팔 남부도시 치트완은 우기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아서 인지 날씨가 매우 습하게 더웠다. 해가 질 무렵 인솔자와 함께 타루족이 살고 있는 사우라하 마을 한바퀴를 돌았다. 치트완 국립공원을 여행하는 대부분 사람들은 사우라하 마을에 있는 리조트에서 숙박하며 다양한 정글 탐험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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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태양을 피하기 위해 다음날 아침 일찍 랍티강에서 카누를 탔고 잔잔한 강물을 따라 내려가며 악어와 공작새들도 볼 수 있었다. 치트완 국립공원에는 멸종 위기종인 뱅갈 호랑이, 외뿔 코뿔소를 비롯 다양한 야생동물들이 있으며 450여종의 조류들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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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정글 워크’ 탐험을 마치고 태양이 약해질 무렵인 오후 3시쯤 ‘코끼리 사파리’에 나섰다. 몸무게 5t, 키가 3m에 달하는 우람한 코끼를 타고 정글을 탐험하는 ‘코끼리 사파리’는 오전에 걸어 다니며 했던 ‘정글 워크’ 보다는 더 역동감이 있었다. 하루에 230Kg의 먹이와 180ℓ의 물을 마시는 거구답게 여행객 4명을 태운 코끼리는 지형조건을 가리지 않고 정글 깊숙이 이곳 저곳을 휘젓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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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의 임신기간이 2년 가까이 되고 산후조리에도 3년이 걸리다 보니 임신을 하면 5년동안 ‘밥벌이’를 못한다. 그래서 코끼리 먹이를 주는 장소에는 야생 수컷 코끼리들이 함부로 암컷을 덮치지 못하도록 철조망까지 설치해 지키고 있었다. 코끼리 사파리가 주 수입원인 사우라하 마을 주민들 입장에서는 새끼를 낳아 들어가는 투자비용 보다 당장의 수입이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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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험을 즐기는 트레커들의 로망 ‘안나푸르나 트레킹’
습식사우나 같은 정글에서 사파리를 한 다음날 버스를 타고 안나푸르나 트레킹의 전초기지인 포카라로 향했다. 인류가 최초로 오른 8000m이자 2011년 박영석 대장의 생명을 앗아간 안나푸르나는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트레킹 코스(ABC)가 있는 산이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가 컸던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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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라에 도착한 다음날 아침 일찍 안나푸르나를 조망할 수 있는 오스트레일리안 캠프(해발 2000m)로 올라가기로 했다. 아침 일찍 올라가야 더운 기온으로 인한 연무가 적어 맑은 공기 속에 안나푸르나를 조망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버스를 타고 언덕을 오르며 트레킹 출발지점인 카레(해발 1770m)에 가까워지자 멀리 안나푸르나가 보이기 시작했다. 더 좋은 조망을 보기 위해 서둘러 버스에서 내려 힘차게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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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에서 자고 하산하는 독일 여행객들은 구름이 몰려 오고 있으니 서둘러 올라가라며 충고해 줬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는 역시 눈앞에 아무 산도 보이지 않았다. 너무 아쉬워 다음날 새벽에도 지프를 타고 또 다른 조망지인 댐푸스로 올라갔지만 비만 줄기차게 내려 운해가 자욱한 산들만 보여 주었다.자연은 역시 인간의 욕심을 다 들어주지 않았다. 네팔에 단기간 머물면서 많은 것을 보려는 여행객들에게 안나푸르나는 운이 좋아야 바라 볼 수 있는 대상이다.
7박8일간 네팔 주요 여행지를 둘러보니 문화유적지가 있는 도시들은 낡고 열악한 도시환경으로 인해 이곳이 지진 피해가 있었는지 구분조차 힘들었다. 인도와 접하는 남부쪽 도시들이나 트레커들이 주로 가는 지역에서도 지진의 영향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무너진 문화유산 조차 중요한 관광대상으로 생각하는 유럽인들을 흔히 볼 수 있었고 아직은 우기라 많지는 않지만 네팔의 주요 트레킹 지역으로 떠나는 트레커들도 공항에서 볼 수 있었다.
여행정보●
국가정보=네팔은 북쪽으로는 중국의 티베트와 히말라야 산맥을 사이에 두고 접하며 그 외 지역은 인도와 접해 있다. 3000만명의 인구 가운데 힌두교도가 87%일 정도로 힌두문화가 지배적인 나라이다. 분지에 도시들이 형성되어 공기순환이 잘 안되고 매연에 취약하다. 특히 카트만두를 여행할 때는 마스크가 필수. 우기(6~9월) 때 낮 기온은 한국의 여름 날씨와 비슷하며 건기(10~5월) 때 낮 기온은 한국의 가을 날씨와 비슷. 한국보다 3시간 15분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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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밥에다 카레가 들어간 콩스푸를 비벼 먹는 달밧커리가 대표적인 현지식. 현지인들은 숟가락을 사용하지 않고 오른손으로 비벼서 먹는다. 요쿠르트에다 향신료를 넣어 재운 뒤 점토항아리인 탄두르에 넣어 구운 탄두리 치킨이나 밀가루 반죽을 잎사귀 모양으로 만들어 탄두르에 넣어 구운 난 등 인도 요리도 즐겨 먹는다. 네팔에도 전통 막걸리 ‘창’과 소주 ‘럭시’가 있다. 럭시는 마실 때 부드럽게 넘어 가지만 서서히 취하므로 과음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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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상품=네팔 트레킹 전문 혜초여행사는 안나푸르나(ABC)트레킹, 에베레스트(EBC)트레킹을 비롯해 인도, 네팔 성지순례 등 다양한 여행상품을 판매한다. 히말라야 트레킹 패키지로 연간 1000명 이상을 네팔로 보내고 있는 혜초여행사(www.hyecho.com)는 히말라야 트레킹 여행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히말라야 트레킹 최적기는 건기인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이다. 특히 12월, 1월은 청명한 날씨가 이어져 낮에는 아름다운 설산을 조망하기 좋고 밤에는 하늘에서 별이 쏟아지는 황홀감에 빠져 들 수 있다. 푸른 산록에 야생화가 만발하는 4, 5월도 낭만적인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시기다. 인천~카트만두 간 대한항공 직항(10월 2일부터 월·금 주2회 운항)을 이용하며 현지에선 국내선 항공, 중대형버스와 지프차로 이동한다. 문의 (02)6263-2000. namadeu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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