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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참치야.”
넥센 박철영 배터리코치가 짐짓 근엄한 목소리로 포수 박동원을 불러세웠다. ‘참치’는 국내 굴지의 참치통조림 제조업체와 똑같은 이름을 가졌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두고 분주하게 움직이던 박동원이 멈추자 박 코치는 “기찻길 위에 서 있으면 되겠냐, 안되겠냐?”라며 선문답을 던졌다. 준PO 2차전에서 홈플레이트 앞쪽에서 블로킹을 하다 두산 김현수와 충돌해 득점을 허용한 장면을 두고 한 말이었다. 박동원이 “송구가 그 쪽으로 날아오기에 잡으려도 들어갔다가 들이받혔다”고 답하자 박 코치는 “설령 아웃을 시켰다고 해도 상대 팀에서 어필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것을 떠나 네가 다칠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볼을 놓친 것에 대해 “네가 생선도 아닌데 그걸 왜 물었다가 놓냐”고 핀잔을 줬는데 박동원도 “무는 느낌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없어지더라”면서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박 코치는 “라인에서 한 발만 앞에 있었으면 안쪽으로 들어오면서 잡을 수도 있었다. 교통사고로 죽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한다.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래 해야지? 다치면 절대 안된다”며 박동원을 돌려보냈다.
그 뒤로도 박동원을 향한 ‘참치론’은 한참 계속됐다. 박 코치는 “박동원의 몸은 아주 부드러운 근육질이다. 국내에서는 그런 부드러운 근육을 가진 선수가 거의 없다. 포수로서 몸은 타고 났다. 그런데 박동원은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는 스타일이다. 포수는 그렇게 파닥거리면 안된다. 참치는 캔 안에 있을 때 고소하고 맛있다. 그래서 박동원이 너무 잘하려는 의욕을 앞세울 때마다 ‘얌전하게 캔 안에 들어가 있어라’고 얘기해준다. 그러면 그 말을 듣던 선수들이 한 술을 더 뜬다. ‘얘는 냉동실에서 꽁꽁 얼려야 돼요’라고 한다”고 말했다. 포수는 그라운드 내의 사령탑이다. 투수가 분위기에 휩싸이지 않도록 차분하게 경기를 운영해야 하고 전체 수비의 중심도 잡아줘야 한다. 포수가 먼저 흥분하고 욕심을 내다보면 오히려 경기를 그르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박동원은 준PO 1, 2차전에서 넥센 타자들 가운데 가장 뜨겁게 방망이를 돌렸다. 6타수 2안타로 타율 0.333를 기록했는데 안타 2개가 모두 홈런이었다. 그러나 앞선 두 경기의 결과는 모두 패배였다. 3차전에서 박동원은 3타수 무안타에 그쳤는데 팀은 5-2로 승리했다. 공교롭게도 박동원의 방망이가 침묵을 지킨 날만 승리한 것이다. 물론 1, 2차전에서 박동원이 수비를 소홀히 했던 것은 아니지만 이틀 연속 첫 타석에서 홈런포를 가동했던 것이 경기 중후반 집중력을 유지하는데 나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김현수와의 홈 충돌도 의지의 과잉이 빚어낸 결과일 수 있다. 그러나 3차전에서는 동료들이 펑펑 홈런포를 터뜨려준 덕분에 자신이 해결해야 하겠다는 부담을 덜고 수비에만 집중하면서 팀의 승리를 뒷받침할 수 있었다.
캔 속에 들어가 있을 때도, 꽁꽁 얼렸다가 해동시켜도 참치는 맛있고 영양가도 풍부하다. 포인트는 파닥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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