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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미국 메이저리그(ML) 도전 의지를 담은 원고를 든 이대호(33·소프트뱅크)의 손이 살짝 떨렸다. 목소리에도 긴장감이 묻어났다. 이대호는 3일 귀국 및 거취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서 전격적으로 ML 진출을 선언했다. 그는 “어떻게 보면 남부럽지 않은 야구 선수의 길을 걸었지만, 어느덧 30대 중반이 됐다. 야구 인생의 불꽃을 더 강하게 태우고 싶어 어릴 적부터 동경했던 ML에 도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 야구를 장악하고, 일본 무대까지 호령하고 돌아온 이대호는 평생 꿈이던 ML 도전을 발표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가슴에 벅차오르는 감격을 애써 눌러 참았다.
이대호는 소프트뱅크로부터 내년 연봉으로 최소 5억 엔(약 48억원)을 보장받았지만 “좋은 기량을 아직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며 거액의 연봉을 포기하고 도전을 택했다. 마이너리그가 아니라 ML로 가는 것이라고 확실한 선도 그었다. 이대호는 “난 ML 진출의 꿈을 발표하고 있다. 마이너리그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자신감에 차있는 이대호가 ML에 가면 어느 정도의 성적을 낼 수 있을까.
◇타율 2할 후반대, 20홈런 무난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기량은 좋은 선수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방망이 치는 것은 타고 났다. 낯선 미국 야구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가 관건이다. ML 진출 첫 해 타율은 0.270~0.280을 기록할 듯 하고, 홈런은 두 자릿수만 기록하면 될 듯 하다. 그 정도면 적응했다고 볼 수 있고, 그 이후 갈수록 더 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연봉 등 조건을 지나치게 따지는 것보다 나이를 고려해 계약기간을 잘 조절해 잘한 뒤 더 많이 받는 것도 괜찮다.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면 일본에서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훈기 SPOTV 해설위원도 “이대호는 컨택트 능력도 있고, 힘도 좋다. 무엇보다 유연하고, 일본투수들의 변화구를 참아내는 참을성도 보여줬다”면서 “ML에 가면 타율 2할 후반대는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ML로 간 타자 중 가장 고타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강정호보다도 좋은 타율을 기록할 듯 하다. 홈런도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20~25홈런을 칠 수 있는 파워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예우를 해주던 일본과 달리 미국에선 그 정도로 대우해주지 않을 수 있는데 자존심 강한 이대호가 이겨내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ML 구단 프런트 출신인 대니얼 김 KBSN 해설위원은 “어떤 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지 변수도 있고, 상황을 지켜봐야해 예상 성적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 애매하지만 첫 해 타율은 0.250~0.270 정도를 기록하지 않을까 싶다. 홈런도 15~20개 정도는 칠 것 같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으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에 맞는 팀을 찾는 것도 박병호(넥센)보단 유리하다”고 밝혔다.
◇내셔널리그보다 아메리칸 리그!허 위원은 “이대호가 ML에서 1루수로 확실한 비교우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아무래도 지명타자가 있는 아메리칸리그(AL)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며 AL 구단을 추천했다. 민 위원 역시 “그나마 이대호의 약점이라고 하면 주루플레이와 수비 정도인데, 수비도 센스있는 편이다. 내셔널리그(NL)도 괜찮겠지만 지명타자로 뛰며 가끔 1루수로도 나갈 수 있는 AL가 좋을 것이다. NL보다 옵션이 하나 더 생기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NL보다 AL에 지명타자 제도도 있으니 유리한 게 맞다. 하지만 현재 ML 전체 30개 팀 중 확실한 1루수가 없는 팀이 10개 팀 정도 되는 듯 하다. 이대호는 FA여서 이적료도 들지 않기 때문에 1루수를 필요로 하는 팀이면 어느 리그든 그를 원할 수 있다”고 현 시장상황을 설명했다.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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