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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이 볼거리 먹거리를 충족시키는 가을의 힐링 여행지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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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술골목으로 인기높은 오동동.
[창원=글·사진 스포츠서울 이우석기자]가을을 알리는 것은 비단 단풍 뿐만은 아닐진대 너무 단풍 단풍들 한다. 마음 앗아갈 만큼 활활 타오르는 만산홍엽의 단풍은 가을의 상징이지만 향기로운 국화와 발갛게 익어가는 탐스러운 감 역시 가을의 서정을 대표한다. 국화와 단감으로 대표되는 도시가 ‘고향의 가을’ 경남 창원이란 말을 줏어듣고 발길을 남으로 돌렸다. 마침 식은 바닷물에서 물메기란 놈이 빼꼼히 고개를 내민다고도 했다.또 천주산 자락 아래 마금산과 천마산이 버티고 선 깊은 곳 바윗틈에서 뜨거운 온천물 역시 콸콸 쏟아져 가을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어느덧 꽤 쌀쌀해진 때, 국화향 그윽한 힐링도시 창원으로 떠난 여행. 몸과 마음을 살지우기에 과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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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쁘고 향기좋은 마산 국화.
◇국화, 여성의 도시

국내 대표 산업도시 중 한 곳인 창원. “그곳으로 쉬러간다는 게 애초부터 대체 말이 되냔 말이지”. 누군가 단호하게 주장했다. 여기까지 뭔가 그럴듯 해 보였지만 다음 말이 모든 신뢰를 무너뜨렸다. “마산이 창원이라고?”.

여성 아이돌 그룹과 주식정보 외엔 관심을 가지지 않는 마흔여섯 살의 남자. 보통 상식에는 젬병인 그는 통합시 창원에 마산과 진해가 속한지 잘 모르고 있다. 게다가 단 한번도 창원을 다녀간 적 없어 보였다.

마산에 국화가 가득하다. 몇년 만이던가, 오랜만에 가을 국화를 보러 마산을 갔다. 물메기탕이나 통술집에 눈이 팔린 것이 아님을 미리 밝혀둔다.

왠지 절제되어야 할 듯 보이는 사군자 중, 가장 화려한 색상과 그윽한 향기를 자랑하는 꽃. 국화가 마산항 부두에 가득 모였다. 개인적으로 국화 중에서 가장 익숙한 것은 들국화(노래 때문이다). 그리고 상갓집에서 쓰는 하얀 국화다.

이렇게 많은 국화 종류가 있는줄 미처 몰랐다. 하나하나가 곱고 화려한데 이런 꽃이 무려 10만점이 한데 모였으니 거짓말 좀 보태서 향긋한 내음이 대마도까지 퍼질 듯하다. 부두 근처에 왔을 뿐인데 축제장이 어딘지 향기로 알아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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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도시 전체에 국화향이 가득하다.

입구에는 국화로 장식한 거대한 괭이갈매기가 반긴다. ‘갈매기의 꿈’이란다. 이름이 조나단이었던가?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자세히 못본다’ 뭐 그런 구절이 떠오른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룡을 비롯해 사랑의 행진’과 ‘국화마루’, ‘동심마을’, ‘국화미로 정원’, 소망기원탑 등 곳곳에 국화로 만든 토피어리와 조형물이 있는데 전체적인 모양도 예쁘고, 이를 구성하는 작은 국화도 한참을 들여다 보고있을 정도로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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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가고파 국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10만 송이 국화 중 주인공은 단연 ‘다륜대작’이다. 다륜대작은 국화 한 그루에서 나온 가지를 팔방으로 퍼뜨려 꽃을 피워낸 원예 작품이다. 지난 2009년 1315송이를 틔워내 기네스북 ‘세계최대 국화작품’ 인증서를 받은 후, 매년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작품이다. 올해 다륜대작은 지난해 기록(1507송이)에 7송이를 더 피워낸 1515송이로 다시 한번 세계적인 기술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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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알리는 국화가 마산에 가득하다.

마산(창원)은 국화의 도시다. 마산은 국화가 잘 자라는 토질과 기후를 지닌 까닭에 국내 최초로 국화 상업재배를 시작한 곳이다. 창원시는 봄에는 진해 벚꽃, 가을 마산의 국화로 봄가을 전국 최대 규모의 꽃축제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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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창동 예술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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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좋고 푸짐한 마산 통술. 오동동 정아통술.
◇통술, 남자의 도시

마산에는 국화만큼 유명한 것이 여럿 있다. 그 유명한 마산 아귀찜부터 무학소주와 몽고간장, 그리고 이를 한번에 즐길 수 있는 오동동 통술거리가 있다. 통술이란 얼음을 채운 통에 술을 가득 담아 여러 맛있는 안주를 거나하게 차려오는 술상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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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왁자지껄한 마산 어시장은 마산 통술의 기반이 되는 곳이다.

원래는 통영 다찌집, 진주 실비집, 전주 막걸리집처럼 새벽장을 봐온 다양한 안줏거리를 그득 차리고 술을 팔면서 계속 내주는 선술집이던 것이 지금은 아예 처음부터 한 상 차려내는 집이 많다. 그래서 마산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명물 먹거리 문화’로 알려져 많은 이들이 저녁 삼아 통술집을 찾는다. 많이 먹어도 상관없다. 시원한 복국과 물메기 등 속을 풀어줄 것이 마산에는 지천이다.

규모나 내용 면에서 국내 최대급을 자랑하는 어시장은 마산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원동력이다. 싱싱한 해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 건어물과 젓갈 등 품종도 다양해 지역민 뿐 아니라 관광객들도 한 보따리 씩 사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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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에 대한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주류박물관이 마산에 있다.

굿데이뮤지엄. 전세계 수많은 박물관을 둘러봤지만 이처럼 마음에 쏙드는 박물관은 드물다. 주류 박물관이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 개관한 굿데이뮤지엄은 바로 ‘무학소주’의 무학에서 운영하는 곳이다(굿데이는 무학의 조주 브랜드 ‘좋은데이’에서 따온 명칭이다). 흔히 주류 박물관을 가면 보통은 자사 생산 제품 위주로 전시를 하는데 이곳은 다르다. 중국·일본 등 아시아, 유럽, 오세아니아, 미주, 아프리카 등 권역으로 나눠 전 세계 주류의 역사와 문화를 한 눈에 살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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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에 기반을 둔 무학소주가 운영하는 굿데이뮤지엄 술 박물관.

이를테면 일본관에는 사케와 맥주, 위스키를, 중국관에선 바이주(白州)를 위시해 다양한 브랜드의 맥주를 만날 수 있다. 어떻게 구했는지 일본에서도 아예 동이 났다는 산토리 히비키와 야마자키, 샤토 디캠, 압생트 등 각국의 비싸고 진귀한 술을 모아다 전시하고 있다. 콜렉션도 다양하고 훌륭하다.

“러시아에선 근시대까지 맥주가 술로 분류되지 않았다. 이유는 알콜 도수 10% 미만은 음료수로 취급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음주문화에 대한 설명이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의 뵈브 클래시코 등 영화 속에 등장한 술, 쑥으로 만든 독주 압생트와 이를 사랑한 예술가 등 해박한 정보를 두루 설명해 놓은 각국 술문화에 대한 전시물에도 눈이 간다.

정말이지 이곳에 반나절 이상 있으래도 있겠다. 또 시음코너 등이 있어 무학 소주의 다양한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 가면 시중에선 아직 만나보기 힘든 파인애플 맛의 신제품 ‘좋은데이 옐로’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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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상상길.

오동동 통술거리를 나서면 오밀조밀한 골목길이 무척 정감가는 창동 예술촌이다. 여기에 또 하나 볼 거리인 ‘상상길’이 생겼다. 창원 상상길은 한국관광공사가 한국관광브랜드 ‘Imagine Your Korea’를 알리기 위해 세계 각국의 외국인들로 응모를 받아 그들의 이름을 타일에 새긴 길을 조성한 곳이다.

멀리 외국에 자신의 이름이 박힌 길이 있다면, 게다가 주변에 아름다운 예술촌까지 있다면. 어찌 가보고 싶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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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창동 예술촌.

색색의 타일로 수놓인 길은 창동 예술촌의 중앙을 지나 여러 골목을 연결한다. 조만간 이곳에서 ‘창원’과 ‘자신의 이름’을 똑똑히 기억하고 먼길을 찾아 온 각국 외국인 관광객들을 자주 목격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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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금산 온천은 물좋기로 소문났다. 무료 족욕장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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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9번째 보양온천으로 지정된 마금산 원탕.
◇온천, 가족의 도시

가을의 한복판에서 몸도 쉬게 해줘야 혹독한 겨울 추위를 견딜 수 있다. 여행의 피로와 전날 통술의 숙취를 풀어줄 수 있는 곳이 온천이다.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 것이 바로 창원의 온천이다. 쌀쌀해진 요즘 온천이 생각난다. 창원 주남저수지 인근 마금산 온천은 ‘물이 좋은 곳’이다. 창원 도심에서 약 20분 거리인데다 인근에 마금산(279m)과 천마산(372m) 등이 있어 가벼운 등산을 즐긴 후 온천욕을 즐기기에 좋아 단체 등산객들도 알고 찾아온다.

온천이 아직 덜 알려진 덕에 일본의 어느 온천마을처럼 조용한 분위기를 오롯이 간직하고 있다. 초대형 워터파크나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아닌 호젓한 농촌 풍경 속에서 온천욕과 함께 쉬어갈 수 있다. 덕분에 비용도 다른 지역의 온천보다 저렴하다. 대중탕같은 시설도 많다.

수질이 탁월하다고 소문나 지역민 뿐 아니라 멀리서도 찾아온다. 가톨릭대학교 의정부 성모병원과 대한 온천학회 등에 따르면, 약알칼리 저함량 식염천인 마금산온천수는 아토피 피부염을 비롯한 피부 면역염증질환에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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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금산 온천.

특히 새로 리모델링한 ‘마금산 원탕’은 수치료탕과 운동욕장, 치유풀장, 노천탕 등을 갖춰 가족 단위에 인기가 높다. 용출수온(57도)과 나트륨과 철, 칼슘 등 성분이 우수하고 주변 환경이 쾌적해 국내 9번째(경남 최초) 보양온천으로 지정됐다.

최근에야 개발된 것 같지만 사실 마금산 온천은 1454년 세종실록지리지(창원도호부 편)에도 등장할 만큼 유서가 깊다. 1927년 일제 강점기에 마산도립병원장으로 있던 일본인 의사 도쿠나가가 온천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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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남저수지.

온천을 즐긴 후 주변에 둘러볼 곳도 많다. 탁 트인 풍광의 주남 저수지는 언제가도 좋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저수지에는 일출도 낙조도 멋지게 솟고 내린다. 특히 한 겨울 천수만에서 날아올 가창오리 떼를 보고싶다면 주남 저수지의 이름을 기억해야 한다. 생태학습관에는 탐조전망대도 있다.

demory@sportsseoul.com

여행정보

●둘러볼만한 곳=마산어시장은 필수코스다. 마산 다녀오고 빈손으로 온다면 가족 친지들이 쩨쩨하다 말할게 분명하다. 창동 예술촌과 오동동 통술거리는 서로 이어진다. 어시장도 코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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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남저수지 옆 황금들판에 유명한 창원단감이 익어가고 있다.

주남저수지와 달천계곡 오토캠핑장은 마금산 온천과 가깝다. 온천 단지에는 야생화 쉼터도 있다. 무료 족욕탕도 운영하고 있어 쉬어갈 수 있다. 올해 가고파국화축제(http://festival.changwon.go.kr/gagopa)는 8일까지 마산항 1부두에서 열린다.(055)225-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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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거북집의 호래기회.

●먹거리=물메기가 제철을 앞두고 있다. 물이 식으면 살집좋고 퉁퉁한 물메기가 나온다. 못생겼지만 맛이 좋다. 부드러운 살을 넣고 푹 끓여낸 국물은 해장에 그만이다. 통술과 궁합이 딱이다. 생선국을 잘하기로 소문난 ‘거북집’에서 맛볼 수 있다. 역시 제철인 호래기도 회로 즐길 수 있다. 꼴뚜기보단 좀 큰 오징어 종류인 호래기는 회로도 샤브샤브로도 모두 그만이다. 초고추장에 찍어먹으면 입에 슬슬 단맛이 배어난다. 마산합포구 중앙동 거북집(055)241-5388.

마금산온천욕을 즐긴 후 몸 생각을 한다면 무조건 산미(山味)의 녹두국수를 먹어야 한다. 녹두를 진하게 갈아내 척보기에 마치 전복죽과 비슷한 농도를 자랑하는 국물에 국수를 말아낸다. 고소한 맛의 땅콩국수도 젓가락이 멈추지 않는다. 북면막걸리와 두부 역시 힐링에 최고 음식으로 온천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055)298-0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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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 탐조와 낙조로 유명한 주남저수지.

오동동의 정아통술은 솜씨좋은 주인이 아들과 함께 차리는 푸짐하고 맛깔나는 음식으로 유명한 집이다. 다양하고 어느 것 하나 지나칠 수 없는 음식들이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지니 끼니를 겸해 술한잔 맛보기에 딱이다. 메뉴는 그때그때 달라진다. 들렀던 이날은 대구뽈살 등 생선구이부터 전복과 소라, 산낙지, 가리비, 석화, 해파리 냉채, 대하구이, 오만디(미더덕과 비슷한 우렁쉥이과 동물), 장조림, 가오리찜 등에다 심지어 즉석에서 말아 나오는 충무김밥까지 든든하게 차렸다. 통술상이 아니라 잔치상이래도 손색없다.(055)247-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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