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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 ‘인생은 마라톤.’
인생이라는 기나긴 레이스의 끝은 아무도 알 수 없다. 끝까지 완주하려면 몸도 마음도 튼튼해야 한다. 작은 레이스를 통해 소중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더 기나긴 인생이라는 레이스를 포기하지 않고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15일 서울월드컵 공원 평화광장에서 열린 제12회 스포츠서울 마라톤대회에서는 어린 학생들이 선수로 나선 학교팀들이 눈길을 끌었다. 이들에게 이번 마라톤 대회는 달리기를 통해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배움의 기회기도 했다.
‘인생은 마라톤’이라는 팀 명을 내세운 청학고 1학년 1반 27명의 여학생들은 분홍색 반 티셔츠를 맞춰입고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수학을 가르치는 고진수 담임교사는 “급훈이 인생은 마라톤이다. 매년 학기 초에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하는 첫 인사”라면서 “마라톤으로 목표의식을 갖고, 그 목표에 다다르기까지의 인내심을 가질 수 있다. 여학생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달리기라 처음에는 힘들어하지만 마지막까지 뛰고 나면 목표를 달성했다는 쾌감과 만족감을 누릴 수 있다”고 이번 대회에 참가한 이유를 설명했다. 제자들이 성장해 가는데 이런 작은 성취감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대회를 위해 한 달여 전부터 매일 아침 수업이 시작되기 전 한 시간씩 함께 달리며 집중훈련도 했다. 그런 때문인지 학생들 중에는 ‘달리기 좀 해 본’ 복장들도 눈에 띄었다. 학생들도 좋아하면서 학부모들도 호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날 대회에는 6명의 학부모도 학생들과 함께 레이스에 나섰다. 공부를 하더라도 체력이 든든하게 밑받침이 되야 한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반대로 능곡고는 남학생들만 참가했다. 운동선수 못지 않은 몸매를 지닌 채인석 체육교사가 1, 2학년으로 구성된 ‘마라톤 팀’을 꾸렸다. “학생들과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채 교사는 “농구대회 등에 학생들과 같이 참가해본 적이 있다. 함께 운동을 하면 건강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서로 소통하면서 끈끈한 정이 생긴다. 선후배 사이도 돈독해지고, 교사와 학생 사이도 가까워진다”고 말했다. 교내에 달리기 관련 동아리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33명의 학생들과 6명의 교사들이 이번 대회에 함께 나섰다. 채 교사는 “달리기 마치고 다같이 점심을 먹기로 했다. 학생들의 호응이 좋다면 이번 대회를 계기로 교내에 마라톤 동아리를 만드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며 웃었다.
polari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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