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익 상무님(2)
김병익 상무. 사진 | 랩시리즈 제공

[스포츠서울 남혜연기자]“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죠. 무엇보다 경청하는게 가장 중요하죠.”

남성전문 스킨케어 브랜드 랩 시리즈의 김병익(50)상무의 말이다.

‘금남의 구역’이라 생각했던 남성 화장품 시장에 그 역시 호기심과 설레임으로 뛰어들어 이제 그 중심에 서있다. 세계 최초 남성전문 스킨케어 브랜드인 랩 시리즈는 에스티 로더 그룹의 창립자인 에스티 로더 여사가 남편과 아들을 위해 화장품을 만든 게 계기가 됐다. 1986년 ‘랩 시리즈’ 브랜드가 탄생했고, 한국에는 1991년 진출했다. 김 상무가 이 브랜드의 마케팅 매니저로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2004년이지만, 화장품 회사에 입사한 것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외국어대학교 무역학과 졸업 후 1991년 효성물산에 입사해 상사맨으로 뛰다 1995년 에스티로더 컴퍼니즈 코리아(ELCA Korea Ltd)로 이직했다.

◇새로운 분야에 뛰어드는 것에 두려워하지 말라

“왜 하필이면 화장품 회사였어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김 상무는 씩 웃으며 눈을 반짝였다. 50대의 나이에도 주름없는 외모와 센스있는 헤어스타일과 패션을 보면 ‘애초부터 패션과 뷰티에 관심이 많았을 것 같은 남자’라고 생각했던 가운데, 재미있는 답이 돌아왔다.

“‘미생’이라는 드라마 아시죠? 효성그룹에서 5년 동안 정말 많이 배웠죠. 출장을 많이 다니는 환경이라 자연스럽게 면세점을 보잖아요. 본능적으로 제 눈에 들어온 것은 샤넬과 에스티로더 였어요. 화장품 향기가 싫지 않았고, 더 인연이라 생각했던 것은 헤드 헌터에게 연락이 왔는데 화장품 회사였던거죠.”

기회는 우연하게 찾아왔다. 당시만해도 색안경을 끼고 봤을 법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김 상무는 남달랐다. 회사내에 있는 여러 브랜드를 보며 호기심이 생겼고, 마침 상사맨으로 유통 및 세관, 구매 등 기초가 탄탄했던 터라 오히려 일이 한눈에 쏙 들어왔단다.

“제가 이 회사에 와서 가장 고맙게 생각했던 지점은 다양한 브랜드 경험이었어요. 세일즈 마케팅 부터 브랜드 매니저 까지 전 과정을 보니 화장품이 꼭 여자만의 것은 아니더라고요. 그리고 어떤 일을 하든 가장 중요한게 뭔지 아세요? 귀를 기울이는 것이요. 사실 제가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좋은 후배들과 함께 브랜드를 키워가는 작업인 만큼, 함께 고민하고 새롭게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김병익 상무님(3)
김병익 상무. 사진 | 랩시리즈 제공

◇매일 아침 파우치 펼쳐놓고 화장하는 남자

김 상무의 책상은 남다르다. 책상 앞과 옆에 얼굴을 볼 수 있도록 거울을 놨다. 물론 자사 제품의 화장품도 함께 놓여있다. 직접 본사에 립밤이나 클렌저, BB크림 등 제품개발을 제안해 상품으로 선보였고, 본사에서 매년 전 세계 140개국 랩 시리즈 담당자 가운데 가장 성과가 좋은 한 명에게 주는 ‘올해의 브랜드 매니저상’을 5년 연속 수상을 했다.

“매일 아침 헬스클럽에 가거든요. 샤워 후 파우치 가방을 쫙 펼쳐놓으면 모두 쳐다보죠. 처음에는 이상하게 보던 시선들이 ‘그거 뭐에요?’라고 호기심을 갖고, 저도 권해요. 한번 발라보시라고. 이제는 남자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세상이 왔으니까요. (화장품 사용하는 것을)‘남자답지 않다’고 생각하는 인식을 바꿔야해요. 본인의 이미지도 자산이잖아요. 내 얼굴이 피곤한지 아닌지도 봐주고. 화장의 의미 보다는 내 얼굴을 더 빛나게 해주는 것이라 생각해도 좋을 것 같아요.”

직접 체험하고,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하는 상사. 인터뷰하는 내내 “리더는 몸소 보여줘야 하잖아요”라며 여러가지 제품들을 직접 발라보거나 “앞으로의 트렌드, 소비자들이 무엇을 더 좋아하게 될지 찾는 중이에요”라며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질문도 던졌다. 매일 아침 로션과 에센스 그리고 가끔은 BB크림도 바르는 그가 마지막으로 이시대의 청년들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부끄러움에서 탈피해야해요. 이 시대에는 내가 해 보지 못한 게 더 많아요. 도전하고, 고민하는 작업이 필요해요.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사람들과의 관계가 걱정된다면, 장점만 바라보는 것도 방법이죠. 모든 것은 내가 시작하고 경험하는 것부터 시작되니까요.”

whice1@sportsseoul.com

1966년생. 한국외대 무역학과, 서강대 MBA졸

주요이력

1991. 효성그룹 ㈜효성물산 피혁 제품부 스포츠 & 레져 용품과 미주 유럽담당

1995.7 에스티로더 컴퍼니즈 코리아 (ELCA Korea Ltd) 로 이직

1995.7 에스티로더 컴퍼니즈 코리아 (ELCA Korea Ltd) SCM & IP Manager

1998.7 에스티로더 세일즈 Account Executive

2000.7 에스티로더 마케팅 Sales Promotion and Special Event Manager

2004.7 아라미스 랩 시리즈 브랜드 Marketing Manager

2006.7 아라미스 랩 시리즈 디자이너 향수 브랜드 Retail Operation Manager

2008. 7 아라미스 랩 시리즈 디자이너 향수 브랜드 Brand General Manager

2012.7아라미스 랩 시리즈 디자이너 향수, 오리진스 Brand General Manager

수상내역

5년 연속 올해의 브랜드 매니저상 수상 : 2006 ~ 2010년도 (아라미스 랩 시리즈 디자이너 향수 뉴욕 본사 Global Brand 수여)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