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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일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오고 있다면 그건 우연이 아니다. 구조가 낳은 필연성이라는 측면에서 그 현상을 꼼꼼히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 해부터 봇몰처럼 터져나온 국제 스포츠계의 눈여겨볼 현상 중 하나는 부정과 비리의 폭발적 분출이다. 미국과 스위스 사법부의 공조로 백일하에 드러난 국제축구연명(FIFA)의 비리 스캔들은 연루 인사나 뇌물의 규모를 놓고볼 때 가히 충격적이다. 이어서 터진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스캔들은 더욱 가관이다. 러시아 육상선수들의 도핑에 국가기관이 개입됐고,심지어 정부까지 방조한 혐의가 있다는 조사결과는 뒤이어 터진 뇌물 사건의 서글픈 전주곡에 불과했다. 세네갈 출신의 라민 디악 전 IAAF 회장은 이를 덮어주는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150만유로(약 20억원)의 뇌물을 받았고,이 돈은 세네갈 대선 자금으로 쓰여진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 스포츠계는 더 시끄러웠다. 신년 벽두부터 ‘역도 영웅’ 사재혁의 후배 폭행사건이 국민들의 공분을 산 것도 모자라 지난해 봇물처첨 터진 스포츠계의 부정과 비리 사건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모자랄 정도다. 프로야구 선수의 해외 원정 도박과 프로농구계의 승부조작 및 불법 도박, 프로축구 심판 매수사건 등은 추락하고 있는 한국 스포츠의 현 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도 남았다.

스포츠 비리가 전 세계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구조에서 잉태된 모순이 심화된 결과 기존 패러다임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모순의 동시다발적 폭발은 현대 스포츠를 지배했던 상업주의 패러다임에 대한 경종이다. ‘아마추어리즘의 사도’라고 일컬어지던 에이버리 브런디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1972년 사임하고 새 위원장으로 킬라닌 경이 선출된 뒤부터 불 붙기 시작한 스포츠의 상업화는 인류의 스포츠 제전인 올림픽을 넘어 스포츠 전체로 확산된 지 오래다.

스포츠는 육체와 정신의 균형적인 단련이라는 숭고한 가치를 외면한 채 인간의 물화된 욕망을 자극하는 거대한 시장으로 전락했다.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용기에서 신의 불멸성을 엿본 인간들은 스포츠를 정신적 가치의 측면에서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극단적인 상업화로 인해 한계에 대한 도전과 용기라는 스포츠의 본질적인 가치는 사라졌다. 타자와의 치열한 경쟁과 승리를 통해 취득하는 경제적인 부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스포츠는 거대한 시장이 됐고,그 위에서 브레이크 터진 폭주기관차 처럼 질주하는 인간의 탐욕은 스포츠의 숭고한 정신적 가치를 되새길 수 있는 여백마저 잠식하면서 비리와 부패의 모순구조를 심화시켰다. 상업주의에 찌든 현대 스포츠가 ‘글로벌 위기’에 빠졌다는 사실은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근대 스포츠를 정립한 올림픽 창시자인 쿠베르탱의 이상은 분명했다. 고대 그리스에서의 완전한 인간을 육성한다는 ‘전인교육’의 가치에서 스포츠를 착안했고,그 결과물이 바로 근대올림픽의 창설이다.

스포츠의 중심은 인간이 되어야 한다. 그 자리를 자본이 차지하게 되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극단적인 스포츠 상업화의 폐해를 중화시켜줄 수 있는 아마추어리즘의 회복,2016년 전 세계 스포츠계가 한번쯤은 곱씹어봐야 할 화두가 아닐까 싶다.

체육1부 선임기자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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