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류중일 감독, 여유있는 대화
삼성 류중일 감독.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류중일 감독은 2011년 처음 삼성 지휘봉을 잡은 이후 늘 정상을 지켰다. 정규시즌 5연패를 달성했고 2014년까지는 한국시리즈까지 휩쓸어 통합 4연패의 신화를 썼다. 그러나 지난 해 가을 해외원정도박 파문에 휩쓸리면서 주축 투수 3명을 제외한채 한국시리즈를 치러야 했고 결국 두산에 1승4패로 무릎을 꿇었다. 모두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통합 5연패에 실패한 아쉬움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류 감독은 “아직도 아쉽다. 통합 5연패를 달성하고 새 야구장에서 2016시즌을 시작했다면 얼마나 좋았겠나…”라며 입맛을 다셨다.

그런 류 감독에게 우승만큼이나 절실한 것이 바로 새 훈련시설이다. 삼성은 경산에 국내 최고의 훈련시설인 ‘삼성 라이온즈 볼파크’를 운영하고 있다. 경산 볼파크는 삼성 야구의 저력을 상징하는 시설이다. 완벽한 훈련조건과 체계적인 선수 육성 시스템은 삼성이 꾸준하게 상위권 전력을 유지할 수 있는 든든한 배경이었다. 경산 볼파크는 1985년 통합우승을 차지한 뒤 이건희 회장의 지시로 조성됐다. 1986년 2월 제일모직의 예비군 훈련장 부지에서 공사를 시작해 이듬해 야구장을 완공했고, 1992년에는 선수단 숙소인 필승관을 건립했다. 1996년에는 실내훈련장과 보조구장 등을 추가해 지금의 틀을 갖췄다. 이후 삼성은 2009년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매번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7차례나 한국시리즈 정상을 밟았다.

삼성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한 타 팀들도 경쟁적으로 전용훈련장을 만들기 시작했고, 전용훈련장의 기준이자 모범이었던 경산 볼파크는 어느덧 20년이 훌쩍 넘은 노후화된 시설이 됐다. 끊임없이 보수를 하고 있지만 고장나거나 불편한 부분이 점점 늘고 있고 시설들이 추가되면서 공간도 협소해졌다. 20년 전의 선수단 규모와 지금의 선수단 규모도 천지차이다. 류 감독이 새로운 훈련시설을 꿈꾸는 것도 그래서다. 더 나은 환경 속에서 선수들이 훈련에만 전념한다면 성장 속도도 한층 빨라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류 감독은 “구단에서 청도 쪽에 부지는 물색해둔 것으로 알고 있다. 청도라면 거리상으로는 경산보다 조금 더 멀어지겠지만 대구-부산 고속도로를 타면 시간상으로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건립 비용이 500억원 정도가 투입돼야 하는데 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메이저리그의 스프링캠프지 처럼 야구장을 세 면 조성하고 한 쪽에 숙소와 실내연습장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 정도는 돼야 2, 3군 선수들이 한꺼번에 훈련할 수 있지 않겠나”라며 머릿속에 들어있던 청사진을 펼쳐보이기도 했다. 경산 볼파크가 프로야구단 훈련시설에 한 획을 그었다는 점을 돌이켜보면 청도에 들어설 새 볼파크 역시 규모와 시설 면에서 최고의 전용훈련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류 감독에게 물었다. “한국시리즈 우승과 새 훈련장 가운데 한 가지만을 선택하라면 어느 쪽이냐”고. 류 감독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새 훈련장을 택했다. 한국시리즈에서 설욕전을 펼치는 것보다 구단의 백년대계에 초석이 될 전용훈련장 건립이 훨씬 절실하다는 것이다. 당대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하더라도 새 훈련장만큼은 꼭 만들고 싶다는 류 감독의 간절한 바람이 이뤄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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