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KBO는 메이저리그 LA다저스의 야구기술과 전술이 총망라된 ‘다저스의 전법(The Dodgers‘ Way To Play Baseball)’을 최근 번역 발간했다.

이 책의 저자는 LA 다저스에서 선수로 뛴 후 여러 직책을 거쳐 구단 간부로 근무한 알 칸파니스다. 그는 1943년 다저스에 입단했고 몬트리올로 이적해 유격수로서 재키 로빈슨과 명콤비로 불렸다. LA다저스 구단주였던 피터 오말리는 “칸파니스는 훈련 담당자로서 야구 기술의 교육법을 오랜 세월에 걸쳐 노트에 기록했다. 그 기록을 수집해 정리한 것이 ‘다저스의 전법’이다”라고 소개했다.

다저스의 전법은 총 3부(수비, 공격, 팀 운영) 16장으로 나눠져 있다. 알 칸파니스는 수 년에 걸쳐,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 다저타운의 스프링 캠프에서 진행된 많은 전문 코치들의 강의와 토론, 그리고 실제 훈련방식을 총 집대성해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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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야구 필독서인 ‘다저스의 전법’ 국내 출간, 기본에 충실한 합리적인 야구서적

이 책을 KBO에 소개하며 감수를 책임진 박용진 전 감독은 “다저스의 전법은 미국과 일본에서 야구 지도자의 필독서로 활용되었다. 모든 포지션의 상황별 훈련방법을 잘 설명하고 있다. ‘기본’을 가르쳐야 하는 후배 지도자들과 선수들이 하나라도 몰랐던 것을 알게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설명했다. 박용진 전 감독은 태평양, 삼성, LG, 한화 등 4개 프로구단 2군 감독을 역임했다. 현재는 유소년 야구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현장에서 지도하고 있다.

국내에 나온 거의 모든 야구관련 서적을 탐독한 박 감독은 다저스의 전법에 대해 “야구기본에 가장 충실하면서도 합리적인 책자”라고 강조했다. 박 감독은 이 책이 출판되기까지 번역가를 직접 섭외하고 수 십 차례 원고를 감수했다. 세세한 뉘앙스까지 확인하며 오류를 정정했다. 이 책이 가지는 의미를 높이 평가했기에 많은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박 감독은 다저스의 전법 출간과 관련해 “이 책은 프로야구뿐 아니라 유소년 야구와 사회인 야구인까지 총망라해서 필요한 지식이 담겨 있다. 읽기에 어렵지 않지만, 수준은 상당하다. 각 부분별로 정리가 잘 되었다.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철학적인 면까지 이렇게 상세하게 만들어진 야구서적은 못봤다. 1950년대에 어떻게 이런 책이 나왔을까 싶을 정도”라고 했다. 변하지 않는 기본적인 야구 내용이 잘 정리되고 배치되어 있다는 평가. 이어 박 감독은 이 책이 보유하고 있는 합리적인 면을 강조했다. 한 두 명의 지도자가 아닌 수 십 명의 야구지도자의 야구기술과 철학이 한 권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야구에는 견해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LA 다저스의 베로비치 캠프에서 수 년간 함께한 지도자들의 생각이 고루 담겨 있다”고 했다. 편견과 오류가 최소화 된 변화지 않는 정석 야구책자라는 의미.

박 감독의 설명처럼 다저스의 전법은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해 간추렸다. 예를 들어 타격에 대해서는 조지 시스러나 폴 웨너 같은 천재타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수십명에 달하는 MLB경험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야구의 기본과 각 포지션 플레이 뿐 아니라 야구란 무엇이며 어떤 것인지를 잘 해설하고 있다. ‘기본’을 가르쳐야 하는 리틀리그,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교, 사회인 야구코치들에게 최적화된 교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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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전 삼성, LG, 한화 2군 감독
◇삼성 수비의 근간이 된 ‘다저스의 전법’, 우승 원동력이 되다

‘다저스 전법’은 지난 1985년 2월 삼성 라이온즈가 플로리다 다저타운에 스프링 캠프를 다녀온 이후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삼성은 김포를 출발해 비행기를 세 번 갈아타고 미국 플로리다주에 위치한 LA다저스 캠프인 베로비치 다저 타운에 도착했다. 삼성은 그 이후에도 1990년도까지 지속적으로 LA다저스와 코치, 선수 교류를 이어나갔다. 삼성은 그 기간 동안 LA다저스 코치들로부터 이론을 바탕으로 각 분야의 테크닉을 세밀하게 배운다. 그 과정을 통해 삼성은 더욱 강팀으로 성장했고 최근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으로 최강팀의 면모를 뽐내고 있다.

삼성 2군 감독을 역임하기도 한 박용진 감독은 “삼성 선수단은 수비에서 번트시프트(Bunt Shift), 픽오프플레이(Pick Off Play), 런다운 플레이(Rundown Play), 릴레이(Relay), 컷오프 플레이(Cut Off Play), 베이스러닝(Base Running), 와일드 피치(Wild Pitch), 팝플라이(Pop Fly) 등 모든 분야에서 그동안 접해보지 못한 이론과 기술을 배웠다. 많이 놀라기도 했다”고 했다.

박 감독은 “당시까지 한국야구는 디테일한 이론과 기술적인 면에서 정립된 야구가 아니라 일본을 통해 들어온, 귀동냥해서 얻은 지식에 의존했다. 주먹구구식으로 야구를 해온 것이다. 생각 없이 뛰기만 하고 양적으로만 많이 하면 좋은 줄 알았다. 지도자들이 치밀한 이론 없이 무작정 시켜왔다. 때문에 새로운 세계의 야구를 접한 삼성 선수들은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논리적인 이론을 가르친 인스트럭터들은 삼성 선수들로부터 크게 공감을 얻었다”라고 밝혔다.

삼성은 국내 구단 중에 다저스의 전법을 가장 먼저 습득했다. 투구와 타격, 뿐 아니라 수비 포메이션과 시프트, 중계플레이 등 다양한 야구 이론이 집대성 되어 있는데, 국내 프로야구에서 가장 견고하다는 삼성수비 시프트의 기본도 여기에 담겨 있다. 메뉴얼화 된 그 계보가 현재의 삼성까지 지속되고 있다. 일화를 소개하면, 김응룡 전 한화 감독이 삼성 감독으로 부임후 수비 시프트를 손보려 했지만, 당시 1년차 코치였던 류중일 수비 코치가 그 우수성을 강조하며 지금까지 그 시스템이 이어지고 있다. 류 감독은 사령탑 부임 후 첫 우승을 하고 나서, 그 원동력으로 꼽은 번트 시프트의 기본이 된 이론서가 바로 다저스의 전법이다.

◇체계화된 메뉴얼의 중요성, 지도자의 수준이 선수의 수준이다

다저스의 전법에는 야구의 기본은 물론이며 각 포지션 플레이까지 언급하고 있다. 야구란 어떤 것인지를 가르치는 것뿐만 아니라 어떻게 해서 야구를 하는지 해설하고 있다. 야구 지식과 기술 뿐 아니라 선수들의 부상방지에도 도움을 준다. 각 파트별로 정리되어 있기에 체계적인 훈련을 하게끔 한다. 이는 부상 발생 저하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박용진 감독은 다저스의 전법을 감수하며 “국내야구는 감독이 새로 오면 모든게 바뀐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구단처럼 각 부분이 메뉴얼로 되어 있어야 한다. 미국은 빅리그 뿐 아니라 싱글A, 더블A, 트리플A까지 연습방법이 전부 메뉴얼화 되어 있다”라고 지적했다. 프로야구 30년이 넘어가는 KBO리그에서도 각 구단별로 전문화된 메뉴얼이 존재해야 한다는 일침이다.

그래서 박 감독은 “MLB 각 구단 선수들은 서로 얼굴을 보고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구단에 따라서 방법에 그렇게 많은 차이점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연습 방법이나 전법에서는 각각 약간의 차이와 특징은 있다. 그것들은 감독의 취향에 따른 것이기도 하고, 또 오래된 전통이기도 하다. 그래서 전통이 있는 어느 구단에는 그 구단만의 비법책이란 것이 반드시 있다. 새로운 유망한 선수가 들어온 경우, 그 선수를 키우는 데 있어 그 자리에서 생각이 났던 것을 즉흥적으로 가르친다고 하면 정리해서 지도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교과서가 필요하다. 이런 점 때문에 매뉴얼이 만들어져야 한다. KBO리그 각 구단들이 아직도 매뉴얼이 없다는 건 앞으로의 과제”라고 설파했다.

박 감독은 한국 프로야구가 그동안 질적으로 많은 발전을 이뤄온 사실을 인정하며 “김인식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지난해 ‘프리미어 12’ 대회에서 우승했고 미네소타 트윈스에 진출한 박병호,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김현수, 시애틀 매리너스로 간 이대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오승환, LA 다저스의 류현진,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강정호 등 한국 선수들의 기량이 MLB에서 인정받는 국제적인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들을 성장시킨 국내 지도자들의 실력도 인정해야 한다. 지도자들의 수준은 곧 선수들의 수준”이라고 했다. 그래서 박 감독은 ‘다저스의 전법’이 사회인야구와 학생 선수들, 프로 지도자들에게 유익한 야구 교과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밝혔다.

KBO를 통해 출판하게 된 다저스의 전법은 시중 도서가 아닌 교본으로 나왔다. 현재 KBO는 정식 출판에 관해 미국 현지에 문의중이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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