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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고진현 선임기자]저변이 얇아지고 있는 한국 남자배구에 희망의 등불이 켜졌다. 경북 영천의 금호중학교가 국내 28번째 남자 중학교 배구팀을 창단했다.
금호중학교(교장 손대성)는 10일 교내 유봉유도관에서 배구팀 창단식을 열고 힘찬 첫 발을 내디뎠다. 창단 사령탑은 현역시절 ‘배구 천재’로 불린 노진수(51) 전 LG화재(현 KB손해보험) 감독이 맡았다. 지난해 3월 금호중학교 체육교사로 부임한 노 감독은 1년동안 전국을 발로 뛰어다니며 창단작업을 이끌었다.
배구명문 경대사대부고~성균관대를 거쳐 현대자동차서비스에서 활약했던 노 감독은 1984~1994년 국가대표 부동의 레프트로 한국 남자배구 최전성기를 이끌었다. 현역시절 타고난 배구센스로 ‘배구 천재’ 소리를 들었던 그는 한국 남자배구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리셉션은 역대 최고로 꼽힌다. 공격력도 뛰어났다. 고무공 같은 탄력을 이용한 높은 타점과 반박자 빠른 스피드 그리고 밀어치고 틀어치는 테크닉까지 겸비해 상대 블로커를 손쉽게 따돌렸다. 여기에 물 샐 틈 없는 수비력까지 갖춰 감독의 입장에선 가장 필요한 선수라는데 이견의 여지가 없었다.
은퇴 후 지도자로서도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모교인 성균관대 감독을 거쳐 프로배구 LG화재 감독,중국 베이징팀 감독,대구여고 감독 등 각급 팀을 두루 지도했다. 남자 국가대표 코치와 남자 청소년대표 감독도 역임해 국제 배구의 흐름에도 정통하다.
명 감독의 지도를 받게 될 영천 금호중학교 배구팀은 모두 9명으로 구성됐다. 지난해 3관왕에 오른 성남 금상초등학교 출신의 이경민(레프트)과 김요한(라이트)을 필두로 윤완섭(세터) 김정민(센터) 김범서(레프트 이상 하양초),김민욱(레프트 대전 석교초),이한울(센터 대전 유성초),석민규(레프트) 박유민(센터 이상 서울 면목초) 등 모두 9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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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감독은 창단팀이 으레 그렇듯 타교에서 선수들을 빼오는(?) 일은 과감히 포기하고 전원을 신입생으로 채웠다. 천성이 순하기도 하지만 이유를 전해듣고 보니 올곧은 배구철학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금호중학교만의 탄탄한 배구문화를 만들고 싶어 신입생으로 창단팀을 꾸렸다. 멀리 보고 높이 날기 위해 처음부터 배구의 기본기를 차근차근 가르치겠다. 성적에 연연하기 보다 선수의 잠재력을 키워주고 싶다. 선수들의 미래를 위해 운동은 수업을 모두 마치고 한다는 원칙도 정했다.”
12개의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대구 경북지역 최대의 사학재단인 협성교육재단(이사장 신철원) 소속의 금호중학교는 이번 배구팀 창단을 계기로 체육특성화 사업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배구와 함께 유도팀도 운영하고 있는 금호중학교는 전인교육을 모토로 앞으로 지역특성에 부합하는 다양한 스포츠팀 운영을 염두에 두고 있다.
금호중학교 손대성 교장은 “금호중학교 배구부가 한국 남자 배구의 꿈과 희망의 산실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과 후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창단 소감을 밝혔다.
노련한 농부가 작정하고 씨앗을 뿌렸다. ‘배구 천재’가 시골 영천에서 키우는 될성부른 떡잎들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까. 이를 지켜보는 재미는 꽤 쏠쏠할 듯 싶다.
jhkoh@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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