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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가 21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자택에서 스포츠서울과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취미로 모자와 신발을 수집하고 있다. 바르셀로나 | 김현기기자

[바르셀로나=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21~22살 이승우를 기대해주세요.”

이승우(18)가 FC바르셀로나에 온 지도 어느 덧 5년이 되어간다. 떠날 때만 해도 갓 초등학교를 졸업한 소년에 불과했던 그는 이제 성인팀(바르셀로나 2군) 데뷔까지 이루며 적지 않게 성장했다. 하지만 그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현지에서 스포츠서울과 가진 단독인터뷰에서 “이제부터 시작이다”면서 “오늘보다는 좀 더 먼 미래를 그리며 살고 있다”고 했다. 지난 1월 국제축구연맹(FIFA) 출전정지가 풀린 뒤 그는 “언제 바르셀로나 1군에 가고 싶은가”라는, A팀 데뷔 시기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1군 경기 한,두 차례 뛰는 것보다는 완성된 나를 만들어 꾸준히 뛰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의 가슴 속 얘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부모님 한국에 두고 혼자 컸다, 그게 날 만들었다”

이승우와 한 살 위 한국인 동료 백승호 등이 바르셀로나에서 차근차근 성장하자 스페인으로 유학 오는 어린 선수들이 굉장히 늘어났다. ‘제2의 이승우’를 꿈꾸며 가족과 함께 낯선 땅으로 오는 것이다. 하지만 이승우는 “올 거면 늦어도 초등학교 졸업 직후, 혼자 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게 바로 지금까지 이승우를 버티게 한 생존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는 “5년 가까이 몸 담으면서 느낀 것은 스페인 역시 텃세가 심하다는 것”이라며 “축구 잘하는 선수들은 스페인에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텃세를 이기고, 맨손으로 클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또 어릴 때 와야 언어도 금방 익히고, 문화에도 적응할 수 있다. 나 같은 경우는 말이 안 통해서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FIFA가 유소년 국제 이적을 금지한 뒤 바르셀로나엔 남미나 아프리카 선수들이 확 줄어들었다. 갈수록 스페인 선수들로 채워질 확률이 높다. 이방인은 외로울 수밖에 없다. 이승우는 “거의 3년을 ‘라 마시아(바르셀로나의 유소년 클럽)’에서 혼자 살았는데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부모님 생각도 났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홀로 버틴 게 옳았던 것 같다”고 했다. 스페인어와 카탈루냐어를 별 문제 없이 구사하는 그는 스페인 음식인 하몽을 즐겨 먹고, 낮에는 현지 사람처럼 씨에스타(낮잠)도 곧잘 청한다. 축구를 넘어 생활 방식마저 스페인식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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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가 21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자택에서 스포츠서울과 인터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바르셀로나 | 김현기기자

◇“올시즌은 팀 플레이와 수비를 할 것이다”

FIFA 징계에서 풀려 후베닐A에서 주로 뛰는 그는 종종 미드필드로 내려와 연계 플레이를 돕거나,수비에 가담한다. 현 바르셀로나 유소년 스카우트로 이승우를 가르쳤던 아르세니오는 20일 후베닐A 정규리그 바르셀로나-에스파뇰 격돌을 관전한 뒤 “이승우가 수비에 많이 신경쓰고 있다는 게 눈에 띄었다”고 평가했다. 이승우는 “올 시즌까지는 그렇게 할 것이다”고 못 박았다. 지난 1월 3일 스페인으로 출국할 때 “골보다 팀에 녹아드는 게 우선”이라고 했던 인터뷰를 떠올리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는 “골을 넣으면 좋지만 올 시즌은 도움이나 수비를 더 해서 팀과 하나가 되고, 동료들이 날 편안하게 생각하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번 시즌이 끝날 때까지는 그렇게 할 것 같다. 다음 시즌엔 후베닐A나 B팀이나 더 좋아질 것이다. 그러면 나도 더 과감하게,이기적인 면도 살리면서 플레이할 것”이라고 전했다.

◇“21~22살 이승우를 기다려달라”

A팀 경기에 출전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성취감을 느끼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승우 마음 한 구석엔 차근차근 한 단계씩 밟아나가는 그림도 들어있다. 그는 “B팀에서 자리잡고 A팀을 왔다갔다하는 시기가 내 전성기의 출발점이 아닐까”라고 반문한 뒤 “21~22살이면 완성된 나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 시기를 바라보면서 운동하고 있다. 지금 바르셀로나는 만만한 곳이 아니고,1군에서 경쟁하기가 너무나도 힘들다. 그걸 잘 알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플랜을 짜면서 내게 부족한 것이나 필요한 것들을 갖춰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B팀 주전 확보는 ‘이승우 전성기’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단계다. 지금 상황에선 2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 말고 1군으로 가는 길이 없기 때문이다. 이승우는 “3년간 못 뛰었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 정말 행복하다. 앞으로 3년 정도 더 갈고 닦아 나를 만들겠다”고 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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