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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강헌주기자] ‘게임인 출신 첫 국회의원’ ‘문재인 영입인재 2호’ ‘20대 국회의원 최고 재산가’ ‘여당 텃밭 성남분당갑서 첫 당선된 야당 의원’
30일 제20대 국회가 열리면서 당선인 신분에서 현역 국회의원이 된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을 지칭하는 숱한 수식어다. 게임 개발업체인 ‘웹젠’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김 의원은 정치권에 발 들여 놓은 지 4개월만에 여당의 철옹성으로 분류되는 경기 성남분당갑서 야당 깃발을 처음으로 꽂았다. 첫 의정활동 준비에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김 의원을 지난 24일 국회의원회관내 의원열람실에서 만났다. (인터뷰 당시는 당선인 신분)
김 의원의 첫 인상은 최고 재산가 의원답지 않게 소탈한 모습이었다. 그는 회색양복에 하늘색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요즘 그는 이 의상을 교복처럼 입고 공식행사에 나서는 듯 하다. 최근 다른 매체에 게재된 김 의원의 사진을 봐도 늘 회색 양복에 하늘색 넥타이 차림이었다. 어깨에 매고 온 수수한 검정색 백팩도 기존 정치인 이미지와는 달라 보였다.
야권의 험지로 통하는 지역구에서 승리한 요인이 뭐냐고 묻자, 김 의원은 “오히려 제가 다른 분들에게 묻고 싶은 질문입니다. 왜 제가 당선된 거죠?”라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기자는 순간 당혹스러웠지만 나름대로의 답변을 했다. 그는 진지하게 듣더니 “그렇게 보셨군요. 맞는 말입니다”라고 말한 뒤 여권의 공천 파동, 지역구 맞춤 공천, 분당지역의 경제적 변화, 이재명 시장의 인기 등을 꼽았다.
관심사로 떠오른 상임위 배정에 대해서는 아직 고민중이라고 밝혔다. IT업계 출신인만큼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나 교육문화체육위원회 배정을 점치는 사람이 많다. 그는 초선인만큼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다고 밝혔다. 지역구 주민들은 민원을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국토교통위원회를 맡으라는 주문이 많다고.
게임업계에서 그에게 거는 기대도 크다. 그도 부담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김 의원은 “제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업계의 어려움들을 이제 바깥으로 노출시킬 계기가 마련됐다”며 게임업계 문제 해결의 의지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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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성향이 강한 분당갑에서 예상을 깨고 당선됐다.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사실 출마전 분당갑 선택을 놓고 고민했다. 계속 여당의원만 당선된 지역이어서 승리 가능성이 낮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최근 선거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이 승리하기도 한 곳이어서 희망을 찾았다. 판교가 개발되면서 분당에 젊은층 유입이 크게 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임대 아파트와 소형 평수 아파트들도 많이 늘었다. 또 분당에 오래 살았고 회사도 여기에 있으니 내게는 딱 맞는 지역구다. 우리나라가 안 힘든 곳이 없겠지만 분당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도시가 됐다. 예전에 천당위에 분당이라는 말도 있었지만 지금은 예전같지 못하다. 지역민들중에는 분당사는 게 창피하다고 말하는 분도 계시다. 이 지역은 아파트도 노후화되고 예전만큼 상권이 활성화되지 못하면서 힘든 삶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현실에 여권이 분당주민들을 잘 달래주지 못하며 안주한 것 같다. 여권은 이 지역에 주로 권력 중심에 있던 분들을 공천했다. 관료 등 안정감을 주는 분을 공천해온 것이다. 이제껏 성공했는 데 이제 그게 잘 안먹히는 것 같다. 우리 당이 이 지역구에서 약세였던 것도 그 지역과 맞는 사람이 가야 하는데 정치인이 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인물에 대한 평가와 함께 그 지역에 적합한 인물을 공첞해야 하는 데 그러지 못했다. 주민들이 더 이상 화려한 이력보다는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고 우리 지역에서 어떤 것을 활동할 것인지를 더 중시하기 시작했다. 물론 총선 직전 여권의 공천 파동도 큰 변수로 작용했다.
-대부분 언론에서 당선을 비관적으로 봤다.외부에서는 낙선 가능성을 많이 점쳤지만 캠프에서는 선거기간 내내 낙관적으로 봤다. 내부에서는 여론조사 결과에 플러스 7~8% 더하는 것이 실질적인 여론이라고 봤다. 선거운동이 계속 되면서 점점 승리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주민들과 직접 대면하면서 자신감도 커졌다. 하지만 ‘여론조사가 맞고 우리가 틀린 것이 아닌가’하는 불안감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웃음)
-국회의원으로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정치 입문 이후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먹고 살기 어렵다’다. 즉, 경제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있다. 기본적으로 현 정부의 경제실정 문제에 초점을 두고 의정활동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제가 해왔던 일 게임업계 넓게는 기업활동 그밖에 사회부분에서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 조금 더 크게 보면 정치가 시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국회로 만들어갔으면 한다. 시민들이 보기에 ‘일하는 정치’를 펼쳤으면 한다. 상임위 배치에도 관심이 많은 데 어느 곳이든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지역구민들은 국토교통위원회에 가라는 의견이 많다. 분당이 1기 신도시다보니 재개발되야 하는 부분이 많아 국토위에서 해야할 일이 많다고 보고 있다. 또 출마선언 이후 계속 제기했던 청년문제나 내가 몸담았던 게임 및 IT 산업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이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지역 현안에 대해서도 많이 살필 것이다. 지역의 가장 큰 현안 중의 하나인 분당-판교 지역 임대아파트 분양전환가 산정문제라든지, 지역의 교육, 복지 사업 등을 점진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이다.
-바깥에서 본 정치권과 다른 점이 있다면.평소 정치인이 되려고 하려고 생각한 적도 없지만 정치에는 관심을 가졌다. 크게 다르지는 않은 듯하다. 하지만 지역구 관리와 중앙정치활동이 가끔 상충되는 어려움이 있다. 물론 지역구 의원으로 지역구 관리를 열심히 해야지만 중앙정치 활동과 병행한다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보여주기식 지역구 행사 참가는 되도록 줄이고 실질적으로 지역민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고민해보겠다. 정치에 입문한 후 아무래도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같은 사안이라도 입장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많이 체감하고 있다. 특히, 내 생각과 다소 다르더라도 해야하는 일들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늘 되새기고 있다. 많은 사람을 대변해야 하는 만큼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경청하고, 대화와 소통을 통해 최선의 방안을 모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재산신고액이 가장 많다. 정치인으로서 부담은 없는지.많은 분들이 제 재산문제에 관심을 갖고 계신 것 같다. 부당하게 축적한 재산이 아니기 때문에 전혀 부담은 없다. 재산도 있고 기업도 운영하면서 편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이 왜 힘들게 정치에 뛰어들었냐는 이야기도 많이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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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청년실업 문제가 역대 최악의 수준인데도, 좋은 일자리는 늘지 않고 있다. 청년 일자리 문제 해소를 위해 ‘창업날개법’을 준비할 예정이다. 아이디어와 재능, 기술과 실력을 갖춘 청년들이 창업에 도전해 성공할 수 있도록 금융, 회계, 세제, 행정 등을 지원해 주자는 취지다. 열정과 실력이 있어도 여러가지 규제 및 자본의 부족으로 인해 도전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우리 정치가 힘이 되야 한다. 청년 실업문제는 누구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정치권과 정부가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 희망을 주는 정치를 만들어 가는게 해야될 일이다.
-19대 국회에서 게임이 마약으로까지 몰리는 일까지 있었다. 다행히 19대 국회말에 자율심의를 확대하는 방안의 법안이 통과되면서 그나마 19대 국회에서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가 있었다. 20대 국회에서 게임 분야에 꼭 진행하고 싶은 일이나 법안이 있다면.현재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을 기본법으로 각종 진흥법, 규제법, 보호법 등이 있다. 불필요한 규제에 대해서는 재개정 법안을 발의하고, 게임산업을 진흥할 수 있는 법안들도 입안토록 할 것이다. 또 게임관계자들이 생존과 더불어 가장 절실히 원하는 것은 게임자체를 ‘문화콘텐츠’의 하나로 떳떳하게 인정받게 만들고 싶다. 게임산업 부흥을 위해서는 재정적·제도적인 창업지원 등에 대한 법안 마련도 중요하지만, 본질적으로 게임산업에 대한 인식을 크게 바꾸는 노력이 우선 되어야 한다.
-게임인으로서는 첫 국회의원이다. 나름 자신이 몸담아온 산업군에 대한 책임감이 있을 듯 하다.게임분야는 내가 종사해왔던 전문분야인 만큼 전문성을 발휘해 우리의 게임 및 IT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게임업계의 어려움을 직접 경험도 했고, 게임산업의 발전이 우리 경제에 기여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발전방향에 대해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이다. 하지만 일부의 이익을 대변하는 모습만 보이는 것은 경계할 것이다. 적절한 조화를 이뤄야할 것으로 본다. 게임업계는 그동안 조용한 대응원칙을 지켜왔다. 시끄러우면 정치권과 여론으로부터 불리할 것이라는 시각이 존재했다. 하지만 내가 국회에 들어오면서 어쨌든 게임산업의 문제점은 바깥으로 드러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제 드러내놓고 대응하자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한다. 업계에서는 기대하는 분들도 있고 걱정하는 분들도 많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게임에 대한 잘못된 사회적 인식으로 인해 게임산업을 진흥하려는 시도는 막히고 규제하려는 시도만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조사한 여러 자료를 보더라도 게임산업은 콘텐츠 산업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출을 차지하고 있는 미래먹거리 산업이자, 청년 고용이 가장 활발히 일어나는 산업 중 하나이다. 미국, 중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게임산업을 하나의 차세대 문화콘텐츠 산업으로 지정하여 정부차원의 폭넓은 지원을 하고 있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당과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가겠다.
-성남시에서 게임 밸리를 조성한다는 계획이 있다.분당은 젊은 도시이며, 이에 걸맞는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특히 판교테크노벨리를 청년창업과 게임 및 IT산업의 메카로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가 필요하겠지만, 저는 무엇보다 중소기업이나 창업기업들에 대한 맞춤형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시다시피 중소기업, 창업기업의 경우는 기반을 잡기까지 운영 및 비용 등에 많은 어려움이 발생하므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매우 중요하다. 판교가 실리콘밸리처럼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역경제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사람이 모여야 일자리도 창출되고, 지역에 돈이 돌게 된다. 이를 위해 판교를 끼고 있는 분당 지역의 주거 및 문화시설, 교통인프라 확충 등이 필요하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공약한 대로 약속을 지키겠다. 판교가 게임 및 콘텐츠 문화도시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성공한 기업인이지만 정치인으로는 초년병이다. 한계가 있지 않을까.제 장점은 창업과 기업을 하면서 실물경제와 현실경제를 잘 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은 거시경제 정책 위주였는데, 이제는 미시적으로 산업정책이 경제를 끌고 갈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제가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안에서 본 더민주당은? 수권 가능성은 보이나.이번 총선에서 국민들은 더불어민주당을 제1당으로 만들었다. 더민주는 김대중, 노무현이라는 두 대통령을 배출했다. 이것만 보더라도 우리 당이 충분한 수권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아직 부족한 부분들이 있지만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혁신해 나간다면 내년 대통령선거에서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분열의 정치를 통합의 정치로 바꾸고, 무능한 정치를 유능한 정치로 바꿔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다.
-다소 이른 질문이다. 정치인으로 계속 남을 것인가.정치에 입문할 때 많은 고민을 거쳐 결정한 만큼 쉽게 그만두지도 않을 것이다.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만들고 우리 아이들이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정치인 김병관이 앞장서 나가겠다.
lemosu@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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