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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세상에 춤추고 노래하려고 나온 거 아닌가. 노래할 수 있어 행복하구나!”

소리꾼 장사익(67)이 올 초 성대 수술 후 다시 무대로 돌아온다. 오는 10월 5~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콘서트 ‘장사익 소리판 - 꽃인듯 눈물인듯’을 시작으로 전국투어무대에 나선다. 성대 수술을 받고 노래를 멈춘 시간 동안 자신의 삶과 노래를 되돌아봤다는 그는 “다시 노래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서울 홍지동 자택에서 만난 장사익은 “아프고 난뒤 내 소리도 듣고 남의 소리도 듣고 내 걸어온 길도 보고 앞으로 갈 길도 봤다. 돈 주고 살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너무 급하게 살았던 건 아닌가. 천천히 배려하면서 내가 하는 일의 소중함을 느끼면서 더 진솔하게 정성스럽게 노래해야 하지 않나 했다”면서 “내일 모레면 내 나이 칠십이다. 칠십에는 어떤 노래를 해야 할까. 앞으로 20년 더 노래할텐데 그때 나오는 노래가 진짜배기일 것 같아 나이 먹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아프고 난뒤 삶을 바라보는 눈이 더 깊고 넓어진 장사익은 이번 콘서트에서 자신의 마음을 건드린 시들을 골라 무반주로 노래할 예정이다.

“허영자 시인의 ‘감’이라는 시가 있다. ‘이 맑은 가을 햇살 속에선/누구도 어쩔 수 없다/그냥 나이 먹고 철이 들 수밖에는// 젊은 날/ 떫고 비리던 내 피도/ 저 붉은 단감으로 익을 수밖에는…’이라는 시다. 이 시를 무반주로 노래한다. 마종기 시인의 ‘상처’나 김용택 시인의 ‘그랬다지요’도 부른다. 내 노래는 100% 시다. 노래는 노랫말이 좋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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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창에 부딪힐까, 도깨비 그림을 그려 유리창에 붙여 놓았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진한 슬픔의 정서가 배어있는 장사익의 노래를 들으면 누구라도 눈가가 촉촉해지며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장사익은 가수라기 보다 이야기꾼이다.

“노래는 가수의 이야기다. 희로애락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어라 내 얘기네’ 한다. 그게 사람의 감성을 치유해준다. 인생은 가볍고 이쁜 것만 있는 게 아니다. 어떤 때는 죽음도 얘기할 수 있고 슬픔, 페이소스도 필요하다.”

장사익은 남들보다 한참 늦은 마흔다섯살에 가수가 됐다. 보험회사 직원, 경리과장 등 15개의 직업을 거쳤고 마지막 직업은 카센터 사무장이었다. 당시 카센터 단골손님으로 가수 유열이 있었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뜬끔없이 가수가 된 것이 아니었다. 웅변을 하며 목청을 틔웠고 태평소를 불며 음감을 익히는 등 부지불식 중 가수가 갖춰야할 기본기를 착실히 갖췄다. 태평소를 불며 국악 공연을 다니던 중 뒷풀이에서 구성지게 노래하는 그를 눈여겨본 피아니스트 임동창의 권유로 가수로 데뷔했다. 그때가 1994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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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는 쓰레기들을 모아 설치미술을 만들었다.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사람들에게 다 길이 있다. 그 길이란 것이 뜬금없이 나타나는 게 아니라 나름대로 공력을 쌓아가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나는 나도 모르게 노래라는 집을 짓기 위해 공력을 쌓았다. 오늘 하루가 내 인생의 디딤돌이다. 과정이 운명이다. 지금 당장 승부를 내려고 하면 안된다. 10년 정도 노력하면 그게 내 인생의 꽃이 될 수 있다.”

콘서트 제목 ‘꽃인듯 눈물인듯’은 김춘수 시인의 시에서 차용했다. 세상살이가 꽃과 눈물의 이야기 같다는 생각에서다.

“다시 노래할 수 있어 그렇게 행복할 수 없다. 노래가 내가 사는 의미다. 이 세상에 나온 이유를 뒤늦게 찾았지만 노래가 내 생명이고 삶이다. 그래서 세상사 꽃과 눈물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무대를 준비했다. 인생은 춤 추고 노래하는거다.”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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