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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서울 박영길 객원기자] 벼랑끝에 몰린 LG나 선발 투수가 마땅치 않은 NC 모두 타격이 관건이었다. 특히 LG는 플레이오프(PO) 1, 2차전에서 침묵한 박용택이,NC는 에릭 테임즈가 키플레이어로 떠올랐다. 이들 타순에서 타점이 나와줘야 승산이 있다. 양팀 타선 모두 최상이라고 보기 힘들기 때문에 몇 차례 안되는 찬스에서 누가 더 많은 주자를 불러들이느냐가 승부의 가늠자였다.
-NC 선발 장현식은 기대를 모았지만 큰 경기 첫 경험이라는 부담감이 발목을 잡은 듯 했다.장현식은 1회부터 제구가 불안했다. 경험부족에서 오는 긴장감 때문이다. NC 포수 김태군도 PO 1, 2차전에서는 투수들을 잘 끌어왔지만 이날은 아직 베테랑으로 부르기에 조금 모자란 볼배합을 했다. 투수가 제구에 어려움을 겪으면 손목을 비틀어야 하는 커브를 볼이 되더라도 하나씩 던지게 해야 한다. 손목을 쓰는 투구를 하다보면 빠른 공을 던질 때에도 자연스럽게 손목힘으로 투구할 수 있는 요령이 생긴다. 제구가 안될 때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릴리스할 때 손가락에 힘이 많이 들어갔을 때가 많다. 그 긴장감을 풀어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느린 변화구를 던지게 하는 것인데 이 부분을 해결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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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LG는 초반 찬스를 너무 허무하게 날렸다.
LG 타자들은 1번부터 9번까지 모두 타이밍이 안맞았다. 박용택을 이날 경기의 키플레이어로 봤는데 정규시즌 때와 견줘 타이밍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시즌 때에는 오른 발을 미리 디뎌놓고 타격했는데 PO 들어서 디딤과 동시에 스윙을 시작하니 먹히는 타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루이스 히메네스와 오지환은 타격감은 나쁘지 않았지만 과욕이 발목을 잡았다. 1회말 1사 2, 3루에서 NC 선발 장현식을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는 기회를 잡았지만 히메네스가 볼에 배트를 내밀어 기회를 무산시킨 게 이날 경기를 어렵게 끌고가게 한 배경이 됐다. 누구나 슈퍼스트가 되고 싶어한다. 하지만 타선 전체가 침체기라면 중심타자들은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할줄 알아야 한다. 선발이 류제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NC 타선을 0점으로 막을 수는 없다고 판단해야 한다. 한 방보다는 한 점씩 차곡차곡 쌓는 전략이 필요했다.
-NC 타선도 원활하지는 않았다.류제국은 국내 투수들 중 두뇌회전이 가장 좋은 투수 중 한 명이다. 양상문 감독의 현역시절을 보는 것 같다. 140㎞ 초반 구속에 커브 하나로 10승 한다는건 그만큼 두뇌회전이 좋다는 의미다. 바깥쪽 낮게 제구되는 빠른 공은 우타자들이 쉽게 공략하기 어려울 정도로 제구가 좋다. 유리한 카운트에서는 커브로 타이밍을 빼앗을 수 있다. 커브는 최동원만큼 떨어진다. 다만 최동원은 커브 구속이 빨랐다. 한화 배영수 같은 투수들이 롤모델로 삼아야 할 투구다. 타자를 제압하는 것은 구속이 아니라 타이밍싸움에서 이기는 것이다. 류제국이 이런 투구를 보여줬다. NC 타선이 고전한 것도 류제국과 수싸움에서 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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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전에서 실패한 마무리 임정우를 중요한 순간에 등판시켰다.
투수출신 감독의 과감함이 돋보였다. 9회초 1사 1루에서 박민우 타석 때 봉중근을 올렸다. 소사가 PO 1차전에서 NC 좌타자들을 잘 막아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사로 밀어붙이는 게 낫지 않나 싶었지만 양상문 감독은 좌투수를 투입했다. 2아웃을 잡은 뒤 나성범 타석 때 임정우를 올리는 장면을 보며 아찔한 느낌을 받았다. 너클커브를 갖고 있는 좌투수를 상대로 좌타자가 자신있는 스윙을 하기는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아마도 1차전 패배의 아픔을 스스로의 힘으로 씻으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담지 않았나 싶다. 결과적으로는 그 메시지가 통했다.
-결국은 임정우가 1차전 부진을 씻어내고 승리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연장 11회초 1사 1, 2루에서 이종욱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낸 뒤 나성범의 잘맞은 타구를 안익훈이 호수비로 잡아낸 게 결정적이었다. 전진수비하고 있던 안익훈의 첫 발 스타트가 인상적이었다. 스타트가 좋았기 때문에 우중간쪽으로 뻗어나가던 타구를 건져낼 수 있었다. 이 수비 하나가 임정우를 살렸다. 이럴 때 승리투수가 돼야 기량이 살아 올라간다. 만약 오늘 졌다면 내년 개막때까지 죄인처럼 고개 숙이고 살았어야 할지도 모르는 중요한 경기를 이겨냈다. PO 3차전은 가을잔치답지 않는 졸전이었다. 큰경기는 5~6점 정도 나야 관중들이 열광한다. 잔루도 3~4개 정도로 그쳐야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된다. 이런 면에서는 양팀 선수들과 타격코치 모두 반성해야 한다.
정리 | 장강훈기자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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