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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도=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작년 그 순간, 생각하니 아프네요.”
보르도에서 만난만큼 지난해 결승전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기억을 곱씹은 세계랭킹 13위 강동궁(36·동양기계)은 눈에 힘이 잔뜩 들어간채 아쉬워하며 이같이 말했다. 15일 프랑스 보르도의 보르도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제69회 세계3쿠션선수권대회에 나서는 강동궁은 전날 대표팀 숙소에서 가진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당구 3쿠션 최고 권위인 세계선수권 우승은 세계 모든 당구인의 꿈이다. 지난해 0.001% 가능성일 수 있는 챔피언 자리를 눈앞에 두고 무너졌다는 생각에 오래도록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세계선수권은 1928년 처음 열려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한다. 한국 선수가 입상하면 체육연금 수혜자가 된다. 그만큼 당구인 누구나 꿈꾸는 무대다. 지난해 12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68회 대회에서 강동궁은 ‘당구황제’이자 세계랭킹 1위인 토브욘 브롬달(스웨덴)과 결승에서 격돌했다. 2014년 대회에서 한국 최초의 세계챔피언 자리에 오른 최성원에 이어 또다시 정상을 밟은 기회였다. 40점 단판, 후구 방식으로 치르는 대회에서 그는 26이닝 만에 40-34로 40점에 먼저 도달했다. 우승이 눈앞에 보였다. 그러나 브롬달은 후구에서 6점을 따내 40-40 동점을 만들었다. 긴장감이 감도는 페널티샷에서 강동궁은 끝내 브롬달을 넘지 못하며 역전 우승을 내줬다. “(7살에 시작해)30년 가까이 당구를 쳤지만 세계선수권 결승전이란 분위기에 경험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우승이 보이니 안도를 했고 상대 추격에 중압감이 생겨 샷마다 후회스러운 선택이 많았다.” 평소 존경하는 브롬달은 어떠한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은 것에 감탄했다. 강동궁에겐 뼈아픈 준우승이 30년 넘게 해온 당구인생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이전까지 무서움없이 달려온 것 같다. 하지만 최근 성적에 관계없이 당구가 참 알면 알수록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두려움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당구공 3개를 놓고 내 공을 큐로 쳐서 나머지 두 공을 맞히기까지 가장자리(쿠션)를 세 번 이상 맞혀야 하는 게 3쿠션이다. 즉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변수가 존재하기에 인생과 꼭 닮아 있다. 강동궁은 “브롬달이 한 말 중 ‘당구는 경험이다. 경험의 연속’이라는 게 있다. 지금 내가 지닌 두려움은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이겨내야 하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성적도 중요하지만 두려움을 깨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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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 때 당구장을 운영하는 부친 강태수씨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큐를 잡았다. 부친 강씨는 아직도 1000점을 칠 정도로 아들 못지않은 실력자다. 아들이 국내 최정상 선수로 거듭나기 전 대회 출전 때마다 함께 모니터링하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한땐 기술적인 요소를 두고 아버지와 다툰 적도 많다. 지금은 내게 없어서는 안 될 정신적 조력자다. 항상 대회 3~4일 전에 연락이 오셔서 ‘초심’을 강조하시는데 이번 대회에서 꼭 아버지 성원에 보답하고 싶다.” 강동궁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나란히 세계챔피언 경력이 있는 터키의 세미 세이기너(26위) 일본의 우메다 류지(152위)와 K조에 묶여 조 1위에게 주어지는 16강 토너먼트 진출을 다툰다. “오히려 강한 상대와 조별리그서부터 만나는 게 다행이라고 본다. 시작부터 집중력을 두고 승부하겠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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