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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도=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지난 17일 국회 본회의에서 실내 체육시설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내년 12월부터 당구장이나 스크린 골프장 등 실내 체육시설에서 흡연이 전면 금지된다. 업소가 금연구역 지정 의무를 위반하면 1차 시정명령이 내려지고 2차로 과태료가 부과된다. 가장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는 건 당구장이다.
한국 당구는 최근 프랑스 보르도에서 막을 내린 세계3쿠션선수권대회에서 1992년 대표팀 막내 김행직(전남연맹)이 준우승을 차지했다. 2014년 국내에서 열린 대회에서 한국 선수 사상 최초로 우승한 최성원과 지난해 준우승을 차지한 강동궁에 이어 또 한 번의 쾌거를 이뤄냈다. 1980년대 고(故) 이상천 이후 30여년 만에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보이는 한국 당구. ‘금연법’ 통과와 함께 제2 중흥기를 예고하고 있다.
국내 당구 동호인 수만 1000만 명에 다다르고 있다. 가족 연인 단위로 당구장을 찾는 수가 늘고 있다. 그럼에도 당구의 산업가치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은 건 담배 연기가 자욱하고 칙칙한 분위기를 떠올리는 당구장 이미지가 걸림돌이었다. 동네 당구장뿐 아니라 일부 대회장에도 주변에 수많은 담배꽁초가 곳곳에 보이는 게 현실이었다. 이젠 ‘당구=담배’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진정한 스포츠로 대접받기 위한 기회를 잡은 셈이다.
세계선수권에 참가한 국가대표 선수도 당구장 금연법에 흡족해했다. 조재호(서울시청)는 “(당구장에서)금연하면 부활하는 당구 열기가 시들어지지 않겠느냐고 주변에서 우려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금연이 훨씬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당구장은 최근 다시 호황세를 누리면서 자연스럽게 담배를 피우며 큐를 잡는 구습도 이어지고 있다. 당구장 경영인은 ‘금연’을 시행하면 손님의 발길이 끊기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김재근(인천연맹)은 “나도 흡연자”라며 “선수나 일반인이나 (당구하면서)담배를 피우는 게 습관이 되면 끊기 어렵다. 나 역시 경기 중엔 담배 생각을 절대 하지 않는다. 당구가 더 나은 가치를 쌓으려면 모두가 책임감을 가져야할 부분”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2011년에도 당구장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려고 했으나 관련 단체가 반발해 불발됐다. 올해 다시 당구장 금연구역 지정을 위한 민원이 접수됐고 당구장협회도 금연 지정에 찬성하면서 긍정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현재 국내 당구장은 2만5000여 곳으로 추산된다. 김행직의 아버지(김연구씨) 역시 인천에서 당구장을 경영하고 있다. 김행직은 “아버지는 금연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다”며 “초반에 담배 때문에 힘들어하는 일부 고객이 예전보다 당구장을 덜 찾을 순 있다. 하지만 당구장내 흡연 부스도 별도로 설치하면서 배려하면 당구를 좋아하는 모두가 어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정한(경남연맹)은 “우리나라 스포츠 종목중 흡연하면서 경기하는 게 어디있느냐”며 “당구가 스포츠로 대접받고 싶으면 금연에 동참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은 한 번 적응하면 더 좋은 것으로 발전시키는 잠재력이 있다. 당구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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