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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 지옥에서라도 데려온다는 좌완 파이어볼러 차우찬을 영입하는데 성공하면서 2년 동안 진행해온 팀 리빌딩에 화룡점정했다. 사진은 FA계약을 마친 뒤 LG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차우찬.  제공 | LG 트윈스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LG가 두산이 걸은 길을 따라 팀 리빌딩에 화룡점정했다.

두산은 LG가 2002년 한국시리즈 진출 이후 암흑기로 접어든 사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팀 체질을 강화하면서 가을잔치 단골손님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끊임없이 우승 후보로 꼽히면서도 번번이 포스트시즌에서 고배를 들어야 했다. 그러나 2014년 겨울 프리에이전트(FA)로 풀린 좌완 장원준을 영입하면서 새로운 왕조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장원준이 선발 한 자리를 단단히 지킨 두산은 2015년 포스트시즌에서 승승장구하며 삼성을 꺾고 한국시리즈 챔피언에 올랐다. 두산은 올시즌 한층 업그레이드된 선발투수들의 압도적인 힘을 바탕으로 통합우승까지 내달렸다.

LG는 지난 2년 동안 두산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했다. 이천에 2군 훈련장인 챔피언스파크를 건립해 육성의 전진기지로 삼았고 어린 유망주들이 마음껏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성적의 압박과 팬들의 비판 속에서도 꿋꿋하게 리빌딩을 단행해 젊고 빠른 야구를 정착시켰다. 그 결과가 이번 시즌에 드러났다. 채은성, 김용의, 이천웅, 문선재, 안익훈 등 젊은 외야수들이 경쟁을 통해 일취월장한 기량을 뽐냈고 투수에서 외야수로 전향한 이형종도 예상을 뛰어넘는 빠른 속도로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내야에도 양석환, 정주현 등이 주전 못지 않은 백업 선수로 자리잡았다. 이들의 발전은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시간이 갈수록 LG의 전력은 더 탄탄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선수 출신 프런트로 뼈가 굵은 두산 김태룡 단장이 ‘화수분 야구’로 불리는 두산의 시스템 구축을 주도했다는 점도 고스란히 차용했다. LG는 시즌을 마친 뒤 오랫동안 프런트로 일해온 왕년의 프랜차이즈 스타 송구홍을 신임 단장으로 전진배치했다. 현장의 고충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프런트가 야구단 운영을 총괄하게 되면서 선수단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한층 강화되는 효과를 누리게 됐다.

두산이 걸어온 길을 고스란히 밟으며 단계적 리빌딩에 성공한 LG 역시 대형 FA 영입으로 대권을 향한 승부수를 던졌다. 한동안 FA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던 LG는 FA시장이 열리자마자 좌완 차우찬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LG의 적극적인 러브콜은 차우찬의 마음을 움직였다. 차우찬은 해외진출 계획을 철회하기 무섭게 4년 95억원의 조건에 LG와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원소속팀인 삼성은 차우찬의 마음이 돌아서는 듯하자 “FA협상 첫 날 2년 뒤에는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한다는 옵션을 포함해 100억원 이상의 금액을 제시했다”며 차우찬과의 협상 과정을 공개했다. 삼성이 제시한 조건보다 적은 금액에 LG행을 결정했다는 얘기다. 2년 전 장원준도 똑같았다. 롯데는 “보장액 80억원과 옵션 8억원 등 88억원을 제시했지만 장원준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는데 그로부터 며칠 뒤 장원준은 총액 84억원에 두산과 계약을 맺었다.

올시즌 두산 선발진은 우완 2명(더스틴 니퍼트, 마이클 보우덴)과 좌완 2명(장원준, 유희관)이 축이었다. LG도 2017년에는 우완 2명(헨리 소사, 류제국)과 좌완 2명(데이비드 허프, 차우찬)으로 구성된다. 우완과 좌완 모두 강속구를 갖춘 파이어볼러 1명과 정교한 제구력을 갖춘 기교파 1명으로 완벽한 균형을 갖췄다. 여기에 병역 의무를 마치고 복귀한 사이드암 신정락이 5선발로 가세하면 오히려 구색 면에서는 두산을 뛰어넘는 선발진을 구축할 수 있다. FA로 풀린 사이드암 우규민을 삼성에 내준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과연 LG도 두산처럼 새로운 왕조의 전설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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