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찬
LG와 95억 원에 계약을 체결한 차우찬이 유광점퍼를 입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LG 트윈스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홀가분한 것보다 무거운 마음이 더 크네요.”

프리에이전트(FA) 투수 최대어 중 한 명으로 꼽히던 차우찬(29)이 해외진출의 꿈을 잠시 접고 LG에 둥지를 틀었다. 차우찬은 14일 오전 LG 송구홍 단장을 만나 4년간 총액 95억 원(계약금 55억 원, 연봉 10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차우찬은 계약직후 스포츠서울과 전화통화에서 “야구 환경에 변화를 주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금전적인 부분보다 어느 팀이 나를 더 필요로하느냐가 중요했기 때문에 결정을 내리기까지 마음고생이 정말 심했다. 삼성 홍준학 단장님께는 너무 죄송해 전화도 못드렸다. 삼성 김한수 감독님과 김태한 코치님께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해외진출 꿈대신 태극마크 선택

지난 12일 오후까지도 마음을 잡지 못했다.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 구단에서 영입의지를 보여 꿈에 그리던 해외무대가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 3월 개최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발목을 잡았다. WBC가 해외구단들의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 기간에 열리기 때문에 그가 던지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어하는 구단 관계자들의 의견과 충돌이 생겼다. 하지만 차우찬은 과감하게 태극마크를 선택했다. 그는 “해외진출을 타진하면서도 WBC 참가를 허락해달라고 강하게 요청했다. 꿈 대신 태극마크를 선택했다는 평가는 너무 거창한 일이지만 대표팀에 뽑아주셨는데 개인적인 이유로 불참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모든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고 싶어하는데 그 일원이 됐기 때문에 국가를 대표해 출전하는 대회가 더 큰 의미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진출의 꿈을 잠시 보류하게 된 결정적인 요인이다.

차우찬
해외진출을 타진하던 차우찬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참가를 위해 국내 잔류를 선택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성실함 인정해줘 마음 움직여

삼성에서 상상할 수 없는 조건을 제시했지만 LG를 선택했다. 차우찬은 “지금까지 쌓은 성적보다 성실함을 더 높게 평가해주신 진정성에 마음이 움직였다. 송 단장께서 ‘함께 우승에 도전하자’는 말씀을 해주셨고 그 길에 내가 꼭 필요하다는 말씀도 하셨다. 삼성에서도 너무 좋은 조건을 제시하셨지만 스스로 야구 환경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금전적인 부분으로 고민했다면 오히려 결정이 쉬웠을 것이다. 마음이 이렇게 무겁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 단장은 “김광현, 양현종보다 통산 성적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건강하고 성실하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정현욱(삼성 코치)이 팀에 왔을 때나 올해 데이비드 허프가 라커룸에서 해준 역할 등을 지켜보면서 죽기살기로 덤벼들면서도 야구에 대한 예의, 동료에 대한 존중을 아는 선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면에서 차우찬이 가장 적합한 선수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개인플레이가 강한 팀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팀 트윈스’가 되려면 구심점 역할을 해 줄 베테랑이 필요했다는 의미다.

차우찬
야구대표팀의 차우찬이 16일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 구장에서 진행된 ‘2015 프리미어 12’ 쿠바와의 8강전에서 5-2로 앞선 6회부터 등판해 7회 투구를 마친 뒤 야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동료들과 함께 우승위해 뛸 것

차우찬은 “말을 많이하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동료들에게 해줄 말이 있을진 모르겠다”면서도 “지난해부터 LG 선수들이 팀을 위해 뭉친다는 인상을 받았다. 젊은 선수들의 기량이 빠르게 성장한다는 느낌도 받았기 때문에 내가 해야할 것만 잘 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홀가분하게 내년을 준비할 예정이다. 그는 “계약하기 전에도 틈틈이 훈련을 했다. 이제 계약을 했으니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훈련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서울에 살 집도 알아보고 당분간 신변정리하는 시간을 보낸 뒤 1월 초에 괌에 가서 투구훈련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우찬은 “잠실을 홈으로 쓰기 때문에 이점이 생길 것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내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WBC부터 100% 투구를 해야하기 때문에 긴 시즌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올시즌을 일찍 마쳤기 때문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 새로운 동료들과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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