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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젊고 빠른 팀으로 변신하고 있는 삼성이 선수단에도 ‘젊은 리더십’을 선택했다.
삼성은 최근 유격수 김상수를 차기 주장으로 내정했다. 김한수 감독의 의중이 다분히 실려 있는 선택이다. 김 감독은 전임인 류중일 감독으로부터 지휘봉을 넘겨받은 뒤 대대적인 코칭스태프 개각을 통해 코치들의 평균 연령대를 뚝 떨어뜨렸다. 분위기를 한층 경쾌하고 밝게 끌어가는 한편 선수들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이었다. 오키나와에서 진행된 마무리 훈련 때는 슬쩍 선수들의 반응을 떠보며 김상수를 차기 주장으로 선임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동안 삼성의 팀 컬러에는 전통적으로 베테랑 선수들의 색깔이 강하게 묻어났다. 최근 주장을 지낸 선수들도 진갑용, 강봉규, 박한이, 최형우(KIA) 등 30대 중반을 넘어선 고참들이었다. 프리에이전트(FA)로 NC 유니폼을 입기 직전 박석민이 30세에 주장을 지냈던 것이 그나마 이례적인 케이스였다. 그런데 김상수는 내년에 만 27살이 된다. 올시즌 주장을 맡았던 박한이가 만 37살이니 주장의 나이가 단숨에 10년이나 어려진 것이다.
단지 젊은 선수 가운데 팀의 리더가 필요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김상수는 한동안 삼성의 ‘대체불가 선수’로 꼽혔다. 그러나 자신의 자리가 확고해진 것이 오히려 김상수의 성장을 가로막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팀내에 더이상 경쟁자 상대가 없었던 김상수가 목표의식을 상실한 탓에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김상수를 바짝 긴장시키기 위해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먼저 내야를 집중적으로 보강했고 “기회는 모두에게 열려있다. 김상수도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상수에게 주장이라는 책임감을 부여해 자신이 먼저 팀을 위해 움직이도록 했다. 선수단의 리더라는 전통적인 주장의 역할 보다는 김상수 스스로 자신의 위치에 대해 판단하고 시즌을 준비하라는 의미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주장이라는 책임감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으라는 것이다.
김상수가 삼성이 지향하는 ‘빠른 야구’의 주축이라는 점도 그에게 중책이 맡겨진 배경 가운데 하나다. 삼성은 최형우, 박석민 등 거포들을 잃으면서 장타보다는 빠른 발을 앞세운 기동력 야구로 득점 효율을 높여야 하는데 올시즌에는 도루왕 박해민에게만 의존한 경향이 컸다. 김상수는 2014년 53개의 도루를 기록한 도루왕 출신이지만 2015년에는 도루 수가 절반 수준인 26개로 줄었고 올해엔 단 6개에 그쳤다. 팀의 맏형인 이승엽도 5개의 도루를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상수가 얼마나 도루에 소극적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결국 김상수가 구자욱, 배영섭 등과 함께 뛰어면서 박해민을 든든하게 뒷받침해야 장타력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김상수 개인적으로도 2017년은 의미가 크다. 내년 시즌을 마치면 FA 자격을 얻는 김상수는 성적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야구 외적으로도 한층 성숙한 자세를 보여준다면 금상첨화다. 김상수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주장 제의를 선뜻 받아들인 이유다. 김상수는 “마무리 캠프 때부터 선배들을 통해 감독님의 생각을 언뜻 들었는데 귀국한 뒤 동료의 결혼식장에서 직접 ‘내년에는 네가 주장이니 설렁설렁 하지 말고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하라’고 하시더라. 그 자리에서 바로 ‘잘 부탁드린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김상수는 “그동안 선배들에게 많이 의지했는데 이제는 내가 팀의 중심이 되야할 시기가 된 것 같다. 책임감이 더 커졌다. 그래서 이번 겨울에는 더 열심히 개인훈련에 매달리고 있다. 부담이 없지는 않다. 어린 나이지만 책임감을 즐겨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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