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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모처럼 시상대에 선 ‘당구헐크’ 강동궁(37)은 환하게 웃었다. 그는 지난 6~12일(한국시간) 터키 부르사에서 열린 올해 첫 3쿠션월드컵에서 공동 3위를 차지했다. 비록 결승 진출엔 실패했으나 대회 내내 안정적인 샷 감각을 뽐내며 최근 연이은 부진에서 벗어나게 됐다.
하이라이트는 ‘3쿠션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토브욘 브롬달(스웨덴)과 8강전이다. 16강에서 한국의 김형곤을 제치고 8강에 올라온 강동궁은 초반 주도권을 쥐었다. 탁월한 샷 감각으로 8이닝까지 21-8로 달아나면서 기세를 올렸다. 좀처럼 흔들리지 않으면서 22이닝 만에 40점 고지를 밟았다. 반면 브롬달은 경기 내내 샷이 흔들렸다. 그러나 특유의 뒷심이 돋보였다. 후구 초반 키스를 이용한 샷이 두 차례 연속 성공하더니 순식간에 12점을 보탰다. 40점까지 3점을 앞뒀을 때 비교적 수월한 공 배치였다. 그러나 더는 점수를 보태지 못했다. 강동궁은 브롬달을 잡으면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전까지 강동궁에게 브롬달은 영원한 롤모델이자 당구 인생 최대 아픔을 안겨다 준 존재다. 지난 2015년 프랑스 보르도에서 열린 세계3쿠션선수권대회 결승에서 만났다. 당구 3쿠션 최고 권위 대회에서 이제까지 우승한 건 최성원 뿐이다. 최성원은 한국에서 열린 2014년 대회에서 정상을 밟았다. 강동궁으로서는 한국 당구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원정에서 우승에 도전했다. 하지만 0.01% 가능성일 수 있는 챔피언 자리를 눈앞에 두고 놓쳤다. 당시 세계랭킹 1위 브롬달을 상대로 40점 단판, 후구 방식으로 치른 가운데 26이닝 만에 40-34로 40점을 먼저 찍었다. 그러나 브롬달이 후구에서 6점을 따내 40-40 동점을 만들었고 강동궁이 당황하면서 승부치기에서 역전 우승을 내줬다. 강동궁은 당시를 떠올리며 “30년 가까이 당구를 쳤지만 세계선수권 결승전 분위기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다. 순간 안도를 했고 상대 추격에 중압감이 생겨 샷마다 후회할만한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우승하면 체육연금 혜택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최고 권위 대회에서 그렇게 아쉬운 준우승에 머물러야 했다. 그후 강동궁은 좀처럼 부진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선 조별리그에서 일찌감치 탈락했다. 절치부심하며 이번 대회를 준비한 그는 비록 대회 우승자인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에게 준결승에서 패했으나 브롬달 사냥에 성공하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2013년 구리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그는 이듬해 이집트 후루가다 대회 준우승 이후 3년 만에 다시 시상대에 서는 기쁨을 누렸다.
한편 쿠드롱은 결승에서 딕 야스퍼스(네덜란드)를 17이닝 만에 40-20으로 제압했다. 지난해 전반기 호치민, 포르투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쿠드롱은 후반기 부진에 빠지면서 어려운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올해 첫 월드컵을 제패하면서 웃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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