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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종서. 최재원기자 shine@sportsseoul.com

“조용필 선배 보며 컴백에 힘을 얻었다.”

가수 김종서가 오랜만에 새 앨범을 들고 돌아왔다.

2005년 정규 9집 앨범을 선보인 뒤 창작곡으로는 8년 만의 디지털 싱글이다. 신곡 ‘아프다’는 김종서에게 퍽 각별하다. 1987년 밴드 시나위의 객원보컬로 시작해 26년의 세월 동안 노래한 그가 난생처음 보컬 레슨을 받고 선보이는 곡이기 때문이다.

국내 최고의 보컬리스트이자 실용음악과 교수이기도 한 그가 보컬 레슨을 받은 이유가 뭘까. 그는 “평생 노래하기 위해 필요한 점검이었다. 그 과정에서 배움의 기쁨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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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종서. 최재원기자 shine@sportsseoul.com

◇26년차 ‘신인’ 김종서입니다
이번 음반은 정규 10집 앨범 발매를 앞두고 징검다리처럼 선보이는 것이다. 다시 출발선에 선 그가 “현재의 김종서는 이렇습니다”를 보여주는 곡인 셈이다. 작사, 작곡, 편곡까지 혼자 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이번엔 주변의 도움도 받았다.

“내가 그릴 수 없었던 것들을 협업을 통해 얻어낸 것 같아요. 예쁜 색깔을 추려낼 수도 있었는데 왜 그동안 갇힌 시선 속에서 살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앞으로 음악의 폭을 좀 넓혀봐야겠어요.”

‘아프다’는 절제된 애절함이 돋보인다. “힘있고 파괴적인 걸 원한 분들에게는 굉장히 말랑말랑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성패와 관련 없이 현재의 나를 담아낸 결과물이라 후련해요. 감정전달이나 이런 게 깊어졌다는 평가가 가장 감사해요.”

그런 평가에는 꾸준한 레슨을 통해 달라진 목소리도 한몫을 했다. “2년 전에 문득 내 보컬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저 또래 가수가 다 그렇겠지만, 저도 독학으로 보컬을 만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한계점에 도달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죠.”

목소리의 기복을 다스리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그는 성악에서 답을 얻었다. “그때쯤에 케이블 tvN ‘오페라스타(2012년)’에서 섭외를 받았는데, 한줄기 빛을 본 기분이었죠. 어떤 건지 한 번 보자 싶은 마음으로 매일 레슨을 받았어요. 기존의 나를 가져가면서 습득하기는 어렵고, 개·보수가 아니라 전면적인 변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26년차 가수가 뭔가를 다시 배운다고 마음을 먹은 자체가 대단하다. “성악가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멋진 목소리를 내는데, 왜 팝보컬은 나이가 들면 쇠하는지를 고민하다보니 이른 결론이에요. 몸이라는 악기가 좋은 소리를 내도록 물리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걸 인제서야 안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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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종서. 최재원기자 shine@sportsseoul.com

◇성시경의 ‘너에게’, 절친 서태지 감성 그대로더라
가요시장이 단타로 승부를 거는 음원 위주로 재편되고, 아이돌 그룹이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기성 가수들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그 역시 연기자, 예능 패널로 영역을 넓히며 엔터테이너로 변모해 왔다. 그런 그에게 ‘가왕’ 조용필의 행보는 큰 감동을 줬다.

“연초에 조용필 선배를 보면서 정말 많은 걸 깨달았어요. 아티스트로서의 능력을 활용하면서 그렇게 독특하고 매력적인 상품을 만들어내시다니 이게 바로 저분의 능력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의 선배가수분들이 작품활동을 하시는 게 시사하는 바가 참 커요. 선배님이 저에게 또 한 번 큰 그늘을 드리워주신 것 같아요. 우리에게 조용필이라는 가수가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에요.”

인기리에 종영한 tvN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 덕분에 1990년대의 음악이 재조명되는 것에도 반가움을 드러냈다. ‘응사’에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너에게’가 최초로 공식 리메이크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서태지의 절친이기도 한 그는 성시경의 ‘너에게’를 어떻게 들었을까. “목소리만 바뀌고 감성은 크게 바뀌지 않았던데요? 성시경은 참 좋은 보컬리스트에요. 손에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감성적인 코드를 정말 잘 이끌어내는 가수죠.”

자연인 김종서는 8년간 기러기 아빠로 살고 있다. 그는 외로움을 ‘피할 수 없으니 즐기는’ 단계라고 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외로움을 느끼지만, 이제 친구가 됐어요. 하하. 억지로 외로움을 벗어나려 하지 않고 그 안에서 내가 즐길 수 있을 것들을 생각하려고 해요.”

옵션처럼 주어진 고독 속에서 음악은 유일한 친구다. “사실 음악 하면서도 팬들에게 나는 잊힌 존재겠구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JTBC ‘히든싱어2’에 나가고 팬들을 다시 발견했어요. ‘내 노래가 이렇게 많은 걸 했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보컬로서 갈증이 더 생겼던 것 같아요.”

‘왕년의 인기가수’에서 ‘현재형 가수’가 되기 위해 뭐든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초심을 지치지 않고 잘 끌고 갈 수 있길 바래요. 이번에는 콘서트도 소극장 공연부터 해서 아주 잘 짜여진 연출 속에서 만드는 걸 생각 중이에요. 가제는 ‘쇼타임’이에요. 열심히 노력하다보면 필요한 게 보이더라고요. 그렇게 도전하면서 길을 찾아가고 싶어요.”

박효실기자 gag11@sportsseoul.com

사진 | 최재원기자 shin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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