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빈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아게임 피겨 금메달리스트 최다빈이 1일 태릉실내빙상장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2017. 3. 1.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도영인기자] 최근 막을 내린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는 단연 최다빈(17·수리고)이었다. 그는 대타로 나선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에 사상 첫 여자 피겨스케이팅 금메달을 안기며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금메달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그는 이달 말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다시 빙판에 섰다. 최다빈에게 세계선수권대회는 또 하나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선발전을 통해 김나현(과천고)이 출전할 예정이었지만 부상으로 인해 최다빈에게 또 한번 기회가 찾아왔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는 평창올림픽 출전 티켓이 걸린 중요한 대회라 그의 어깨가 무겁다. 최다빈을 1일 태릉빙상장에서 만나 아시안게임의 영광과 세계선수권대회 준비상황에 대해 들어봤다. 이제 막 날개를 펼친 최다빈은 현재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스케이터다. ‘많을 다, 빛날 빈’이라는 그의 이름처럼 더 많은 대회에서 빛이 날 수 있길 기대해본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기분이 어떤가.

무엇보다 평가가 많이 좋아서 감사한 마음이 크다. 1등을 했지만 운도 좋았다. 사대륙대회와 아시안게임이 붙어 있어서 컨디션을 잘 유지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 동료 선후배들에게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 (김)연아 언니의 메시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대회를 연이어 소화해서 많이 힘들었을텐데 고생 많이했고 축하한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1등과 인연이 없는데 큰 대회인 아시안게임에서 기가 막히게 정상에 올랐다.

나는 실력이 남들보다 뛰어난 선수가 아니라서 그동안 1등을 못했다. 나로서는 2등도 만족스러웠다. 이번에 1등을 하게 돼 기분이 좋았다.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서 애국가를 들으니 가슴이 뭉클했다.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한 것만해도 선수생활에서 큰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아시안게임 프리스케이팅은 맨 마지막 순서였는데 흔들리지 않았다.

쇼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예상을 못했던 상황이라 놀라긴했지만 2위권과 큰 격차가 아니었기 때문에 점수 생각을 안하고 편안하게 연기를 했다. 마지막 순서라 사실 긴장이 될 것 같았다. 그래도 내 경기에만 집중을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최다빈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아게임 피겨 금메달리스트 최다빈. 2017. 3. 1.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10년 전에 김연아에게 장학금 받은 사진이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을 보니 당시 기억이 어렴풋이 나긴 했다. 5살에 처음 스케이트를 신었을 때 연아 언니가 시니어에 막 데뷔하던 시기라 항상 같이 스케이트를 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꿈을 키웠다. 2011년 내가 첫 국가대표가 됐을 때 연아 언니가 밴쿠버올림픽이 끝나고 복귀했을 시점이다. 그때 처음 같이 훈련을 하게 됐다. 연아 언니는 대회를 마치면 연락을 주신다. 경기가 잘 안풀렸을 때 위로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됐다.

-김연아처럼 에지(Edge) 등 점프의 기술 정확도가 높다는 평을 받는다.

연아 언니는 어렸을 때부터 교과서적인 자세와 점프를 구사했다. 나는 처음 점프를 뛰었을 때 자세와 에지가 좋지 않아서 캐나다에서 교정을 받았다. 지금은 자세가 많이 좋아졌지만 그래도 아직 정자세라고 보기 힘들다. 계속해서 노력을 해야한다.

-지난 1월 동계체전 뒤 쇼트프로그램을 ‘시즌 중에’ 바꿨다. 고민이 됐을 텐데.

이은희 선생님이 권유를 해주셨다. 내가 원하지 않으면 변화를 주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는데 노래를 들어보고 너무 좋아서 변화를 선택했다. 처음엔 전반적인 프로그램을 유지하고 분위기를 바꾸려고 했다. 이전 프로그램보다 바뀐 프로그램이 나에게 더 잘 맞고 더 편하게 탈 수 있는 것 같다.

최다빈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아게임 피겨 금메달리스트 최다빈. 2017. 3. 1.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힘들 때 자신을 다스리거나 스트레스 푸는 방법이 있다면. 특별한 취미가 있다면.

스트레스 해소법은 언니가 운동을 했기 때문에 이야기를 나누면 편해진다. 어떤게 속상하고 힘든지를 잘 알고 있어서 이야기를 나누면 기분이 많이 풀린다.

-내달 출전하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평창 올림픽 출전 티켓이 걸려있다(10위 이내 진입시 티켓 2장).

한국을 대표해 출전하는 대회다. 아시안게임처럼 후회없는 연기를 하고 싶은게 목표다. 이전 두차례 대회에서 180점 이상을 기록했지만 점수에 대한 특별한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제대회에서 이름있는 선수들도 실수를 해서 프리컷(세계선수권대회 남녀 싱글은 24위까지 프리스케이팅 진출)을 당하는 경우를 봤다. 올림픽 출전권을 2장 획득하는 것이 좋다. 다만 무리하게 욕심을 내기보다는 최선을 다하겠다.

-피겨 선수로서 꼭 이루고 싶은 한가지가 있다면.

지금은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 가장 큰 꿈이다. 선발전을 3차례 거쳐야한다. 쿼터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선발전 결과를 예상하기 어렵다. 당일 컨디션에 따라 올림픽 출전자가 달라질 수도 있다. 최근 2차례 대회를 통해 올림픽이 치러질 아이스 아레나에서 연기를 했다. 경기장이 정말 크고 좋았다. 좋은 경험이 됐고 올림픽에서도 그 경기장에서 꼭 연기를 해보고 싶다.

-이제 피겨 인생 전성기가 시작됐다. 최다빈은 어떤 스케이터로 기억되고 싶은가.

항상 겸손한 선수로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 아직 훌륭한 선수가 될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어떤 선수가 되든 겸손한 선수가 됐으면 한다.

doku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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