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1986년 톰 크루즈 주연의 당구 영화 ‘컬러오브머니’가 상영되면서 일본에 포켓 당구 열풍이 몰아쳤다. 그 이전까지 일본에서는 3쿠션 당구가 대세였다. 하지만 일본협회의 관리 부실로 캐롬 선수들을 양성하지 못하고 현상 유지에만 급급, 그 결과 선수층의 노화로 이어져 몇몇 세계적인 선수들의 명성에 기대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 돼 버렸다.
▶영화 ‘컬러오브머니’ 영향으로 일본 포켓 당구 대유행
‘컬러오브머니’가 상영될 무렵은 일본에서 인구 절벽이 시작된 시기로, 50~70대의 놀이 문화가 다양하지 못했다. ‘빠징코’ 외에는 시간 보낼 곳이 적었던 은퇴한 장,노년층이 개인 큐 가방을 메고 영화의 영향으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포켓 당구장으로 몰려들었다.
허리우드가 수출한 포켓당구대
▶일본 포켓 당구 유행으로 ‘허리우드 포켓 당구대’ 일본에 수출
국내의 세계적인 당구대 제작업체 ‘허리우드’는 일본의 포켓 당구 열풍에 맞춰 포켓 당구대 만들기에 집중해 적지 않은 숫자의 당구대를 일본으로 수출하게 된다. 당시 일본에 설치된 포켓 당구대의 60%가 한국 제품일 정도로 일본은 최대 수출 시장이었다.
‘컬러오브머니’는 1987년 국내에서도 상영됐지만 일본과 달리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영화는 포켓 당구를 소재로 자신이 걸은 허슬러의 길이 아닌 제자가 스포츠 당구인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스승과 제자의 갈등과 화해를 담고 있다. 하지만 당시 국내 당구 시장은 3쿠션이 대세였고, 포켓 당구의 매력을 느끼지 못해 국내 당구인들에게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
▶스누커 종주국 영국 우승상금 수 억 원대, 테니스 이어 두 번째 인기 종목
당구가 1988년 패럴림픽에 정식종목으로 지정되면서 한국은 변기선 단장, 백충기 감독, 그리고 3명의 선수가 개최국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스누커 종목에 참가한다. 스누커는 당시 국내에는 생소한 종목이었다. 국내 선수들의 경기력은 평균 득점력이 30점을 넘지 못했다. 성적보다는 참가가 목적이었다.
스누커 당구는 종주국인 영국선수들의 주 종목이다. 영국에서 스누커 당구는 테니스에 이어 국기라고 할 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매년 9차례의 대회 구성에 우승 상금도 수억 원대로 이른다. 영국 왕실에서 대회를 지원하고 국영방송인 BBC가 전 경기를 중계한다. 삼성과 LG가 타이틀 스폰서를 맡기도 했다.
대한당구연맹도 민영길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뒤늦게나마 스누커에 관심을 가지고 매년 사업비를 책정해 투자를 했다.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김도훈 정태훈 등 한국 대표 스누커 선수들을 파견해 경험을 쌓게 했다. 아시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아시아선수권대회에도 출전했지만 태국, 파키스탄, 중국 등의 선수들에게 게임이 되지 않을 만큼 경기력 차가 커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아시아선수권대회는 매년 2명에게 영국에서 주관하는 프로당구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프로 등용문이었다. 스누커는 파키스탄 등 영국의 영향을 받은 국가들이 뛰어난 경기력을 보였지만 이후 중국이 잇달아 세계적인 선수들을 배출하고 있다.
국내 선수들이 스누커 당구 테이블에서 선수들이 경기를 하고 있다.
▶한국 스누커 당구 장기 계획 수립해 활성화 시켜야
한국의 스누커 경기력은 아시아에서도 최하위권이며 선수도 20여 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명예도 얻고 부도 쌓을 수 있는 스누커 당구를 무시할 수는 없다. 한국 스누커 당구의 경기력은 기본부터 재설정하지 않으면 현 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기존 선수들로는 이를 극복하기 어렵다. 유소년들이 칠 수 있는 사이즈인 스누커 당구대를 제작 보급하는 등 10년 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 8~16세를 대상으로 학원 개념의 당구 학원을 설립, 중국어와 영어를 교과목으로 지정해 스누커도 배우고 중국어와 영어를 배울 수 있는 메리트를 제공해야 한다.
대한당구연맹 지정 스누커 당구 학원을 인증하고 연맹이 관리 감독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분명 관심의 대상이 되리라 확신한다. 당구장 금연이 시행되면 당구에 관한 사회적인 분위기도 개선돼 스누커 당구에 관심이 커질 것이다. 스누커로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다면 부모들도 자녀들에게 적극 추천할 것이다. 더구나 영어와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 따로 학원에 갈 필요도 없다.
U-21 세계스누커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선수와 지도자.
박세리가 LPGA에서 성공을 거둔 뒤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부모 손에 이끌려 골프채를 들게 됐다. 그 덕분에 성장을 거듭한 한국여자골프는 현재 세계 정상급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 그린을 누비고 있다. 스누커 당구도 여자골프처럼 비전을 가지고 투자가 이어진다면 세계적 기량을 가진 선수들의 탄생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박태호 당구연맹 수석 부회장> new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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