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KIA 김기태 감독, 9회 위기 몰린 한승혁에게 다가가더니...
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이 13일 잠실 구장에서 진행된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4-2로 앞선 9회 마무리로 등판한 한승혁이 볼넷과 안타로 위기에 몰리자 마운드를 방문해 다독이고 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아직 정규시즌의 10%도 소화하지 않았다.”

KIA 김기태 감독은 초반 선두 등극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KIA는 지난 16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넥센과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역전승을 거두며 11승 3패로 단독 선두에 올라 있다. 무실점 승리가 한 차례도 없었고 5점차 이상 여유있게 이긴 것도 홈 개막전인 4일 광주 SK전(6-1승) 뿐이다. 한 두점차 박빙승부에서 승리를 따내 압도적 1위와는 거리가 먼 행보인데, 10개구단 중 10승 고지를 밟은 유일한 팀이다. 구단 내부에서도 “우리가 잘하는 게 맞느냐”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객관적인 지표를 살펴봐도 전력이 압도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17일 현재 팀 타율 5위(0.266) 팀 방어율 7위(4.54)에 불과하다. 홈런 7개는 공동 8위, 67타점은 5위 수준이다. 팀 도루 14개로 두산과 공동 선두에 올라있고, 10개구단 중 두 번째로 많은 2루타(25개)를 때려낸 것이 그나마 눈에 띄는 성적이다. 희생플라이 8개로 공동 1위에 올라있고 10개구단 중 가장 적은 삼진(74개)을 당했다는 점 정도가 KIA의 변화된 모습을 드러내는 지표다. 안타 하나 없이 점수를 뽑아낼 힘이 생겼다는 의미다.

[SS포토] KIA 버나디나, 장염...다 나았어요~!
KIA 타이거즈 리드오프 버나디나가 6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 진행된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1회 안타로 출루해 후속 타자의 희생 번트 시도를 응시하고 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실제로 지난 16일 광주 넥센전에서는 1회말 볼넷으로 출루한 로저 버나디나가 2루를 훔친 뒤 이명기의 희생번트와 신종길의 희생플라이로 홈을 밟았다. 팀 최소잔루(92개)가 증명하듯 누상에 나가있는 주자를 반드시 불러 들이겠다는 팀 플레이가 숫자로는 드러나지 않는 숨은 힘이다. 벤치의 적당한 개입도 한 몫한다. 타격감이 좋지 않은 타자가 타석에 있을 때에는 볼카운트에 따라 런 앤드 히트를 적극적으로 지시해 더블플레이 가능성을 예방한다. 이날 경기 8회말 무사 1, 2루에서 런 앤드 히트를 걸지 않았다면 김주찬의 유격수 땅볼은 더블플레이가 될 타구였다. 병살을 방지한 덕분에 1사 2, 3루에서 버나디나가 희생플라이를 쳤고 결과적으로 결승점이 됐다. 강한 임팩트는 없지만 한층 섬세한 야구로 득점 확률을 높이는 게 올시즌 KIA의 달라진 힘이다.

강력한 1~3선발을 보유했지만 불펜이 헐거워 경기 끝까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이범호가 빠져있고 버나디나와 김주찬이 타석에서 강한 인상을 주지 못한다. 이 때문에 선수들도 “운이 90% 이상 작용하는 것 같다. 투수는 갈수록 안정이 될 것이고 타선도 시간이 지나면 정상궤도로 진입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그 때까지는 서로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간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다보니 승운이 우리쪽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2009년 통합챔피언에 등극했을 때처럼 ‘우주의 기운’이 KIA로 모이고 있다는 의미다.

[SS포토] KIA 안치홍의 부상 복귀전, 설렌다...
KIA 타이거즈 안치홍(오른쪽)이 7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진행된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출전하기 위해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다 덕아웃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양현종과 안치홍, 나지완 등은 “2009년과 비교해도 팀 분위기는 오히려 더 좋다. 동료들간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에 지고 있어도 언제든 뒤집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경기에 임하고 있다. 각자가 1이닝씩 버틴다는 기분으로 경기에 임하다보니 좋은 결과가 이어진다. 연승 연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지금처럼 서로가 서로를 돕는다는 마음으로 시즌을 치르면 분명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호랑이의 사냥 본능이 KIA의 새로운 팀 색깔로 정착되고 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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