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상훈기자]숙박 O2O 기업의 명(明)과 암(暗)이 갈리기 시작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반 사용자들이 봤을 때 야놀자와 여기어때 중 특별히 우위를 지닌 서비스를 지목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올해 들어서 두 회사 간 격차가 부쩍 커진 것이다.

야놀자
야놀자 홈페이지 화면 캡쳐.

야놀자는 이미 서비스와 프랜차이즈 사업이 안정화됐고,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로부터 60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는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이끄는 사모펀드다. 이곳에서 대대적인 투자를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넉넉한 자금력을 확보한 야놀자는 향후 글로벌 숙박시장에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숙박업소 운영 및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야놀자는 앞서 사명을 영어 ‘yanolja’로 바꾸고 CI(Coporate Identity)와 VI(Visual Identity)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등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물밑준비를 해왔다. 12일에는 야놀자가 전 세계 87개국이 참가한 이탈리아 ‘에이 프라임 디자인 어워드’에서 그래픽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부문 은상을 수상했다. 올해 야놀자의 매출목표는 1300억원 이상이며, 이는 지난해 매출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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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어때 해킹 피해자들 집단소송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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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어때 해킹 피해자들 집단소송 관련 이미지

반면 여기어때는 지난해 말 감사보고서 기준으로 이미 부채가 자본금 총액을 넘어서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여기어때는 지금까지 330억원어치의 전환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지만 이 비용 중 상당수를 광고·마케팅에 사용한 상태다.

여기어때 측이 야심차게 프랜차이즈 모텔 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3년 내 200여개 프랜차이즈 모집한다는 호언과 달리 상태는 더디다. 현재 여기어때는 3개점(잠실 방이점, 광주 충정로점, 천안 성정동점)이 오픈했고, 나머지 9개점(수원 인계점, 강릉 경포점, 서울 화곡점, 포항 중앙점, 대구 동대구역점, 천안 불당점, 안양 만안점, 동대구 2호점, 인천 소래포구점)이 오픈 준비 중이다. 정식오픈한 곳이 아직 많지 않아 연내 50개점, 3년내 200개점 오픈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게다가 여기어때 프랜차이즈 모텔 1호점은 현재 매각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호점인 여기어때 잠실점은 심명섭 위드이노베이션 대표가 개인 지분 100%를 보유한 곳이다. 여기어때 측은 매각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지만 업계에 따르면 심명섭 대표가 매각을 추진 중이며, 매입하는 모텔 주인이 부동산업도 겸하고 있어 매매와 관련해서 비공식적으로 추진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심명섭 대표가 1호점을 매각하더라도 새 주인이 여기어때 프랜차이즈 모텔로 계속 남을 가능성(호텔 여기어때 간판 사용)이 크지만 이 사실이 대외적으로 알려진다면 여기어때 프랜차이즈 확장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자본이 떨어진 여기어때가 급한 자금 확보를 위해 심명섭 대표 자산을 매각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지난 3월 발생한 여기어때 해킹 사태가 소송전으로 번지고 있고, 정보유출이 사실로 확인된 이번 사안의 경우 여기어때가 패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해킹 사건은 지난해 7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 제기된 소송이어서 배상액에 대한 세간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미 여기어때 해킹 피해자들의 소송은 여해법률사무소, 제하법률사무소, 법무법인 한누리에서 진행하고 있다. 여해법률사무소는 피해자들로부터 위임받아 1인당 100만원씩의 손해배상 요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피해자들이 승소할 경우 최소 수십억원의 배상 판결이 나올 수 있다.

여기어때는 그간 끊이지 않았던 불법 웹하드 사업에 대해 앞서 여러 차례 “이미 매각한 사업이며, 여기어때와 무관하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해당 웹하드 사업을 뱅크미디어가 여기어때(위드이노베이션)의 감사보고서에 ‘특수관계에 있는 회사’로 버젓이 등장했다. 더 나아가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는 여기어때의 모회사인 위드웹이 분할한 후 다시 합병·해산시키는 방식으로 흡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어때 앱의 사용자 리뷰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리뷰를 월별 1000여 건씩 삭제하고 이벤트를 통해 여기어때 앱에 좋은 평가를 내리도록 했다. 여기어때가 야놀자에 비해 부진한 성과를 낼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이다.

part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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