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현배

[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배우 동현배는 최근 종영한 KBS 예능드라마 ‘최고의 한방’에서 ‘MC드릴’ 역을 맡아 탁월한 ‘감초’ 연기로 호평받았다. 지난 2012년 ‘닥치고 꽃미남 밴드’ 이후 5년 동안 주로 단역에 머물다가 모처럼 선보인 조연급 역할이었는데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동현배를 이 작품에 캐스팅한 이는 이 작품의 공동 연출을 맡은 배우 차태현이었다. 일면식도 없었지만 동현배의 가능성을 눈여겨 보고 전격적으로 박탁한 것이다. 동현배가 본 배우 겸 프로듀서 차태현이 궁금했다.

-KBS 드라마 ‘최고의 한방’을 돌아보면.

아직 그립다. 처음으로 내게 도전할 수 있게 해준 드라마다. 드라마를 하고 싶어서 계속 오디션에 도전했었다. 선택은 감독님들의 몫인데, 이번엔 공동 감독을 맡은 차태현 형님이 나를 선택해 주셨다. 그전엔 한번도 뵌 적이 없었는데 약간 노안인 내가 이 캐릭터에 적합한 인물이라 생각하셨다더라.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던 작품이다.

-데뷔후 드라마에서 비중있는 조연을 맡은 게 오랜만인데.

‘최고의 한방’ 이전엔 2012년 ‘닥치고 꽃미남 밴드’에서 샤크파 두목을 맡은 게 사실상 처음이자 마지막 제대로된 배역이었다. 말만 ‘샤크파’지 멍청한 역할이었다.(웃음) 이번이 5년만에 출연한 두번째 드라마다. 그사이 단역은 많이 맡았다.

돌아보면 드라마에서 내가 이미지적으로 애매한 부분들이 있어 잘 안됐던 것 같다. 20대 역할에 도전한다고 하면, 나이에 비해서는 어려보일 수 있지만 20대 보다는 나이 들어 보일 테고, 그렇다고 30~40대 같지도 않은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

-드라마 오디션을 많이 보고 있나.

셀 수 없이 봤다. 오디션에 최선 다하고 열심히 한 뒤 깔끔하게 잊는다. 그래야 버틴다. ‘잘 본 거 같은데 연락이 왜 안오지?’라고 연연하는 순간 힘들어진다. 오디션에 가면 이야기를 많이 하려 노력한다. 질문을 받으면 ‘예’, ‘아니오’ 단답형이 아니라 다음 질문을 받을 수 있는 대답을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내게 주어진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려고 한다.

-최근 종영한 KBS 드라마 ‘최고의 한방’에서 조연인 ‘MC드릴’ 캐릭터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MC 드릴’은 에너지가 넘치는 친구라 그처럼 활발하려고 노력했다. 대본 연구할 때도 다운이 되면 SNS 라이브를 하면서 기분을 끌어올렸다. 현장에서도 떠들고, 장난치려 노력했다.

아이돌 연습생 역할이니 랩도 연습하고, 할게 많았다. 누가 준비하라고 시킨 건 아니고, 결국 못 써먹긴 했지만 자작랩도 써봤고.춤연습도 해야 했다. 초반에 상의 탈의신이 있어서 운동도 해야했다. 대본을 받고 촬영에 들어가기 전까지 2주 정도는 밤을 샜다.

오디션은 내겐 늘 쉽지 않은 기회다. 내 꺼가 되기 위해서는 운도 필요하다. 이번엔 운이 와준 거 같다. 정말 하고 싶었다. MC드릴은 연습생을 오래한 역할이라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이번 작품에 공개하지 않은 자작랩을 소개해 달라.

랩 연습하는 씬이 있을 것 같아서 만들어봤다. 연습생이라면 기존 랩이 아니라 자신의 랩을 해야 할 것 같아서 만들어봤다. 결국 오디션을 보는 신에서는 “어~ 요~”만 하다 끝났지만 그래도 내가 무슨 랩을 할지 알면서 버벅대는 게 중요할 듯 했다.

제목은 ‘나는 MC드릴’이다.

드릴 앞으로 자주 듣게 될거야 공구 같은 내 이름 언젠간 공구 하게 되겠지 내 음반

꿈꾸는 게 아직은 내 삶의 전부 공감 할거야 너두 어떤 것도 날 막을순 없을거야 아마도

무언가를 가져야 하는 나이 어쩌면 나와 다른이들의 차이

가진건 드림밖에 없지만 내 꿈을 향한 개드립들 그 단단한 벽을 드릴로 구멍을 낼거야

벽이 높아서 못넘으면 쓰러뜨리면되

쓰러지지 않는다면 또 부수면되

길을 찾고 또 찾아도 없으면 내가 만들면되

부모님의 꿈을 대신 살아가는 무게 넌 혹시 아니 지금 이순간이

무모할 지라도 난 앞으로만 가 무대 밖으로 나가 오늘도 마이클 잡아.

-랩이 본인에게 하는 얘기인가.

내가 MC드릴이라고 생각하며 쓰긴 썼지만 그래도 내 입장에서 공감되는 내용도 많다. 랩실력이 뛰어난 동생인 배우 김민재에게 이 랩을 들려줬다. “여~ 오호~ 브로~ 예~! 끝장난다”라고 해줬다. 소속사 사람들에게도 들려줬는데 그냥 “알겠다”고 하더라. (웃음)

-옆에서 본 초짜 감독 차태현 PD는 어떤 사람인가.

우리나라 PD 중 연기를 제일 잘 한다. 배우 입장에서는 막 해도 된다. 그럼 연기 잘하는 차태현 감독님이 부족한 부분을 정확하게 잡아준다. 배우 입장에서 마음 편하게 연기할 수 있다.

배우이다 보니 정확하게 어떤 그림이 예쁘게 나오는지 안다. 배우에겐 이 각도, 이 위치가 낫다고 정확하게 말해준다. 배우 입장에서 생각해준다. 배우 입장에서 생각을 미리 알고 상대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까지 아는 상황에서 그래도 다른 게 낫다는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주니 굉장히 편했다.

-옆에서 지켜본 배우 차태현의 강점은.

배우로서 차태현 선배는 집중력이 엄청난 사람이더라. 감독을 하다가 헤어메이크업을 하고 나면 눈빛이 달라진다.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 눈빛을 보면 금세 매료가 된다. 뭘 말하는지 알고 연기를 하시더라, 많이 배웠다.

배우 차태현은 대사를 자기말처럼 소화하는 배우 중 한명인데, 옆에서 보니 애드립이 하나도 없다. 대본의 토씨하나 안 틀리고 하는데 자기 말처럼 하는 걸 보고 대단하다 느꼈다.

monami153@sportsseoul.com

<배우 동현배. 사진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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