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도형기자] 이제는 남편이자 딸을 키우는 아빠, 여기에 축구 행정가의 길을 걷고 있는 박지성(36·은퇴)이 오랜만에 한국 방송에 출연해 다양한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박지성은 5일 방송된 SBS 파워FM '배성재의 텐'(이하 '배텐')에 출연했다. 이번 출연은 아내 김민지 전 SBS 아나운서 때문에 성사됐다. 지난해 5월 김 전 아나운서가 '배텐'에 나왔다. 배성재와 김 전 아나운서는 SBS '풋볼매거진' 등을 진행하며 인연을 맺었다. 특히 배성재가 두 사람의 오작교 역할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박지성은 아내와 함께 녹음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 "다음에 한국 왔을 때 꼭 방송에 출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로부터 약 1년 3개월 만에 박지성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배텐'에 출연한 것이다.


박지성을 향한 관심은 여전히 뜨거웠다. 이날 방송은 포털 사이트를 통해 보는 라디오로 이루어졌다. 평일 오후 시간에 녹음이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5000여 명이 넘는 팬들이 몰리며 프로그램 역대 최고 시청률을 찍었다. 축구 팬들은 박지성에게 오는 31일 한국에서 열리는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이란전에 출전해줄 수 없냐고 농담과 진담이 섞인 인사를 건넸다. 최근 한국 축구에 위기감이 형성되면서 2000년대 한국 축구의 황금기를 이끈 박지성의 플레이를 다시 보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와 관련해 "아직 신태용 감독(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부터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재치 있게 답변한 그는 이어 진심을 드러냈다. "이란전에서 10분만 뛰어달라는 분들이 많은데 은퇴한 지 벌써 3년이 됐다. 현역 선수들에 비해 실력이 예전만 못할 것이다"라고 그라운드 복귀는 없을 것이라고 돌려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계속해서 현역으로 복귀해달라고 요청했다. 그에 대한 그리움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박지성은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 누에서 열린 바르셀로나 레전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레전드의 맞대결에 선발 출전하며 풀타임을 소화했다.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등 현역 선수 못지않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열린 '마이클 캐릭 테스티모니얼 매치'(캐릭 자선 경기)에도 선발 출전하며 녹슬지 않은 움직임을 보여주며 보는 이들의 감탄을 이끌어냈다.


박지성은 두 경기 이후 실제로 알렉스 퍼거슨 전 맨유 감독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박지성 말에 따르면 퍼거슨은 박지성에게 현역 복귀 생각이 있느냐고 질문했다. 박지성은 이 대목에서 꽤나 진지한 목소리로 답변을 이어갔다. 그는 "(퍼거슨이) 현역 복귀 질문을 하길래 '프로 선수를 이야기하는 것이냐'고 되물었고, 프로 선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퍼거슨의 눈에는 박지성이 아직 현역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퍼거슨은 현역 활동이 가능한 선수의 은퇴를 번복시킨 사례가 있다. 2012년 폴 스콜스가 그렇다.


배성재도 이를 언급하며 "퍼거슨 생각에는 박지성이 현역으로서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 같다"고 했다. 또 2005년 박지성이 PSV 아인트호벤에서 활약하던 시절, 그를 보기 위해 직접 경기장을 찾고 러브콜을 보낸 것을 덧붙여 이야기하며 "퍼거슨이 연락했다는 건 의미가 아예 없다고 볼 순 없을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박지성의 생각은 단호했다. 그는 퍼거슨에게 "현역 복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고 웃어 보였다. 박지성은 이밖에도 2008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명단에서 제외된 사연, 남편이자 아빠로서의 생활, 축구 행정가 준비 과정, 지도자에 대한 생각 등을 밝혔다.


wayne@sportsseoul.com


사진ㅣ배성재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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