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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한 여름 밤의 지옥문’이 열렸다. 안정적인 3연전 체제가 지난 6일부로 막을 내렸고 각 팀, 특히 지방팀들이 곤혹스러워 하는 2연전 체제가 8일부터 시작된다. 사상 유례없는 폭염에 허덕이던 선수들은 잦은 이동과 물고 물리는 순위싸움 등 이중고를 감내해야 한다.
2연전을 두고 10개구단 감독과 구단 관계자 모두 “의미없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공평하게 일정을 짜다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항변하지만 현장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지방구단의 한 관계자는 “일주일에 세 번이나 짐을 싼다는 게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요즘처럼 대기가 불안정해 이동할 때 폭우라도 쏟아지면 사고 위험도 높다”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상대적으로 이동거리가 짧은 수도권 구단 관계자들 조차 “3연전씩 5번을 소화하고 나머지 한 경기를 우천 순연 경기 일정을 잡을 때 이동거리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편성해도 큰 문제가 없다. 홈 앤드 어웨이의 형평성을 고려해야한다는 게 KBO가 내세우는 첫 번째 이유인데, 전년도 포스트시즌 진출팀이 홈에서 한 번 더 3연전을 하고 우천취소경기 등 일정에 따라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팀 구장에서 치르는 식으로 편성하면 동기부여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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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거리 등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살인적인 일정이다. 선두 KIA는 오는 8일 광주 홈에서 넥센을 맞이한 뒤 수원 원정을 떠났다가 다시 홈으로 돌아와야 한다. 오는 15일부터도 광주에서 시작해 잠실과 광주를 오가고, 이후 광주-대전-마산 순으로 경기를 치러야 한다. 10개 구단 중 이동거리가 가장 긴 롯데도 사직에서 시작해 마산, 대구, 사직, 고척, 대전, 광주 순으로 짐을 꾸려 이동해야 한다. 반면 두산은 잠실-고척-잠실로 비교적 편하게 2연전 첫 주를 시작한 뒤 사직-잠실-수원-문학-잠실로 이어지는 일정을 소화한다. 3주간 지방 원정은 사직 한 번 밖에 없다. 이동거리에 따른 체력손실 등을 고려하면 KBO가 강조한 ‘형평성‘에 크게 어긋나 보인다. 일각에서는 “2연전 대신 중립경기를 편성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넥센이 원정을 떠났을 때 수도권 일정을 치러야하는 지방 팀에게 일일대관 형식으로 이용하는 고척 스카이돔의 문호를 개방하자는 것이다.
자고 일어나면 바뀔만큼 중위권 혼전이 치열한 시즌에 이동거리 손실이라는 이중고를 겪는 팀들은 입을 내밀 수밖에 없다. KBO측은 “모두를 만족시키는 일정을 뽑는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항변하지만 흥행 요소를 고려해 잠실 등 큰 구장에 주말 빅매치를 편성해야 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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