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있는 그녀 백미경작가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JTBC 금토극 ‘품위 있는 그녀’의 백미경 작가가 대본의 힘을 입증하고 있다.

전작 ‘힘쎈여자 도봉순’(이하 도봉순)에 이어 ‘품위 있는 그녀’(이하 품위녀)로 JTBC드라마 최고 기록을 경신한 백미경 작가는 최근 배우들이 꼭 한 번 같이 하고 싶은 작가로 떠올랐다. 비단 흥행기록 때문만이 아니라 이번 드라마를 통해 여주인공 우아진 역의 김희선을 비롯해 캐릭터 하나하나를 돋보이게 하는 대본으로 필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함께 한 ‘도봉순’과 ‘품위녀’의 연출자들이 각각 백 작가를 “천재작가”라며 찬사를 보내고 있기도 하다.

JTBC에서는 물론 전채널을 망라해 2017년 히트작으로 손에 꼽을 드라마를 두 편이나 쓴 백미경 작가를 직접 만났다.

<인터뷰①에 이어>-2연타석 홈런으로 스타작가가 됐다. JTBC에서 감사패도 받았다.

지난주에 받았다. 참 감사하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이제는 스타작가가 됐지만, 사실 신인작가로서 매번 캐스팅하기 쉽지 않은 스타들이 출연했다. 첫 장편 ‘사랑하는 은동아’때 김사랑부터 ‘도봉순’의 박보영, 그리고 이번 김희선까지 여배우복이 대단하다.

그렇다. 배우복이 있다. 심지어 단막극을 썼을 때에도 이동욱이 주인공을 했다. 배우복도 내 복이다. 게다가 배우들이 연기도 너무 잘한다. 김희선, 김선아 누구 하나 할것 없이 다 잘한다. 심지어 고양이조차 연기를 잘했다. 그건 대본의 힘만은 아니다. 현장을 장악하는 연출의 힘이다.

내가 잘한 게 있다면 그 배우에게 맞게끔 대본을 쓴 것이다. 캐스팅이 되면 그 배우에게 맞게 쓴다. 그게 내 일이다. 사실 나는 김희선이랑 배우에게 신세를 졌다. 김희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대본을 썼다.

20170710_150216_2352김희선

-김희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뭔지 어떻게 알았나.

원래 친분이 있었다. 사적인데 다른 드라마 캐스팅 때문에 만나서 이야기하다가 친해졌다. 사실 ‘사랑하는 은동아’ 때 처음에 김희선에게 대본을 줬는데, 김희선이 ‘앵그리맘’을 하게 돼 고사했다. 그게 인연이 됐다. 만나보면서 김희선의 장점이 보였다.

드라마는 결국 시청자들이 배우를 본다. 작가가 누군지는 관심도 없다. 배우를 보고, 작가는 그림자다. 배우의 매력과 연기를 극대화하는 대본을 써주는게 드라마가 잘 되는 길이다. 배우의 매력을 최고로 뽑아주는게 작가의 일이다. 배우에게 맞춰서 쓰는것에 내가 좀 열려있는 것 같다. 배우에게 대본에 맞게 연기하라고 하는게 아니라 배우에게 맞는 대본을 써준다. 배우에게 맞는 옷을 입어야 배우가 날 수 있다. 그래야 작가도 산다.

-김희선의 우아진 역은 정말 매력적이다. 상류층 출신이 아니지만, 가장 품위있고 현명해서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심지어 박복자(김선아 분)도 동경한다.

복자의 아진 사랑은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다. 인간에게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있다. 여자가 여자에게 반하는 지점도 있다. 그건 성적 의미와 다른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 저런 여자가 되고 싶다는 건데, 우아진의 경우는 여자의 내적 아름다움이다. 돈이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돈이 있어도 안되는거라는 걸 박복자로 보여준다. 또 우아진은 돈을 잃게 됐는데도 당당하고 아름답다. 그런 이야기를 마지막에 다시 해줄 것이다.

20170801_135257_3413김희선

-박복자의 내레이션이나 재판장에서 결혼의 무게를 이야기한 최근 우아진의 대사들을 통해서도 드라마의 메시지를 느낄 수 있었다.

처음부터 나는 이번 드라마로 상류사회를 고발하려 한 게 아니다. 얼마나 부패하고 형편없는지는 많이들 알고 있다. 상류층도 아니고, 부유층이라고 해야 맞다. 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약간은 손해보는 듯한 삶이 잘 살고 있는, 괜찮은 삶이라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 부유층을 부러워할게 없다고, 우리가 더 품위있다고, 품위는 돈하고 상관 없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걸 시청자들이 공감하면서 드라마를 좋아하는 것 같다. 어떤 드라마들은 상류층을 동경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그런 드라마가 싫었다. 우리와 다른 삶을 사는 사람을 동경하게 만드는 드라마가 싫다.

cho@sportsseoul.com

사진|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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