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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벼랑 끝에 몰린 넥센은 ‘부담감’이란 족쇄를 달고 뛰고 있다. 한 경기라도 패하면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다. 트래직 넘버 ‘-1’인 상황에서 21일 적지인 수원에서 kt를 만났다. kt는 3년 연속 최하위를 확정지었지만 오히려 이달 들어 놀라운 경기력을 과시하고 있다. 성적에 대한 기대에서 벗어나 육성이란 희망을 갖고 경기에 임하고 있는 덕분이다. 부담과 희망은 똑같이 두 글자이지만 그 차이는 크다.
넥센은 이날 경기를 치르기 전까지 올시즌 139경기에서 68승2무69패를 기록했다. 5위 SK와 3.5경기차 뒤진 6위다. 하지만 남은 5경기에서 1경기라도 패하면 가을잔치 문턱을 넘지 못하게 된다. 남은 5경기를 모두 승리하더라도 SK가 남은 3경기를 모두 패해야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을 수 있다. 5강 진입이 어려워진 게 현실이다.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넥센 장정석 감독도 말을 아끼고 있다. 장 감독은 “특별히 선수단에 많은 얘기를 하지 않았다. 코칭스태프가 꾸준히 잘해주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경기 전 넥센의 가라앉은 분위기까지 감출 순 없었다. 넥센 더그아웃에선 웃음기가 사라졌다.
이날 경기 전까지 넥센은 이달 들어 15경기에서 3승(1무11패)에 그치며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촘촘한 간격으로 펼쳐지던 5강 레이스의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팽팽한 경쟁 속에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은 선수들의 경기력을 갉아먹는 악재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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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만 놓고 보면 최하위인 kt가 더 암울하다. 하지만 더그아웃 분위기는 달랐다. kt 김진욱 감독부터 웃는 얼굴로 취재진을 맞이했다. 김 감독은 “올시즌 탈꼴찌 목표는 실패했지만 육성의 목표는 남아있다. 젊은 선수들에게 계속 기회를 주고 있다는 점은 성공으로 볼 수 있다”며 희망을 노래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3연속경기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던 선발투수 정성곤(21)은 이날 역시 5회(3실점)까지 마운드를 지켜줬다. 김 감독은 “정성곤은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제구가 안되면 조급해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하지만 이제 여유를 갖고 경기를 운영하고 있다”며 칭찬했다. 정현(23)과 오태곤(26) 등 젊은 야수들은 5회 연속타자 홈런포를 작렬하며 김 감독을 또 한번 미소짓게 했다.
꼴찌에도 불구하고 밝은 분위기의 kt는 이달 들어 10승6패로 10개팀 중 2번째로 높은 승률을 기록 중이다. kt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이 최하위 확정 후 오히려 부담없이 경기에 나서면서 좋은 결과를 내고 있는 듯 하다. 어차피 올해까지는 육성에 집중하기로 했으니 최근 젊은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는 점은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부담감과 싸워야하는 넥센은 분위기를 끌고 가는 게 중요했다. 다행스럽게도 1회 선제점을 먼저 냈고 1-1로 맞서던 4회에는 김민성의 역전 투런포가 터졌다. 5회 kt에 솔로포 2방을 맞고 동점을 허용했지만 6회 이정후의 희생플라이로 바로 역전에 성공하며 힘겹게 승리를 수확했다. kt 역시 패하긴 했어도 무기력하게 무릎을 꿇곤 했던 이전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김 감독의 말처럼 젊은 선수들의 약진이 빛났다.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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