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김도형기자] 에디슨 러셀(22·시카고 컵스)의 남다른 팬심이 미국 야구 팬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러셀은 2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원정 경기에 6번 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러셀은 지난달 5일 오른 발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DL)에 올랐다. 이달 17일 세인트루이스전을 통해 40여 일 만에 그라운드에 복귀한 러셀은 9경기에서 23타수 6안타 4타점 5득점 타율 0.261을 기록하고 있다. 러셀은 이날도 4타수 1안타 3타점으로 제 몫을 했다.
러셀과 관중의 운명적 만남(?)은 2회 말에 일어났다. 무사 1루 상황. 타석엔 제드 졸코가 들어섰다. 2B-2S에서 졸코는 존 레스터의 91마일(약 146km) 속구를 받아쳤다. 이 타구는 3루 측으로 조금씩 흘러가더니 관중석에 떨어졌다.
2루 베이스 근처에 서 있는 러셀은 어떻게 해서든 이 공을 처리하기 위해 40m 이상을 전력 질주했고, 그 탄력으로 관중석의 자리한 세인트루이스 팬들까지 덥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러셀은 한 남성 관중이 들고 있던 나초칩 박스로 건드렸고, 나초칩은 경기장에 모조리 쏟아졌다.
민망하고 미안했지만 경기 중이라 러셀은 짧게 사과한 뒤 그라운드로 돌아갔다. 대신 현장 관계자들이 이 관중에게 나초칩을 하나 더 전달했다. 그런데 이후 재미 있는 광경이 벌어졌다. 러셀이 구단 관계자를 통해 나초칩을 하나 더 부탁했고, 이를 이닝 교체 때 관중에게 전달한 것.
관중은 양손에 나초칩을 들고 셀카를 부탁하는 여유도 보였다. 관중석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왔고, 주변에선 러셀의 특급 팬 서비스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상대 팀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팬을 생각하는 러셀의 배려가 돋보였다.
'나초칩을 잃어버린 사나이'라고 소개된 앤드류 구더머스 씨는 폭스 스포츠와 인터뷰까지 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는 러셀의 배려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후 그는 자신의 트위터 닉네임을 '나초맨(nacho man)'으로 바꾸는 센스를 보이며 러셀과 찍은 사진을 공개해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선 안전 상의 이유로 그물망이 설치돼 있어 경기 전에도 선수들과 호흡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메이저리그도 최근 안전상의 이유로 관중석 그물망 설치를 종용하고 있는데, 관중과 자연스럽게 호흡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 부러운 건 어쩔 수 없다.
한편, 컵스는 이날 세인트루이스전에서 10-2로 승리하면서 지구 우승 매직넘버를 1로 줄였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1위는 컵스의 것이 된다.
사진ㅣMLB.com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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