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감독
야구 국가대표팀 선동열 감독. 리베라호텔 서울.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정공법으론 쉽지 않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인 만큼 변칙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 제1기 선동열호의 한일전 승리공식은 벌떼 마운드와 강속구 공략이 될 전망이다.

한국야구 대표팀 선동열 전임감독은 지난 10일 야구회관에서 11월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엔트리 25명을 발표했다. 만 24세 이하·프로 3년차 이하 선수들이 참가하는 APBC는 대표팀 세대교체는 물론 2018 아시안게임부터 2019 프리미어12, 2020 도쿄올림픽까지 1년에 한 번씩 열리는 국가대항전을 준비하는 첫 단추다. 선 감독은 “3년을 잡고 단계를 밟으며 올림픽에 나갈 대표팀을 완성할 계획이다. 물론 젊은 선수 중에도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은 포함시킬 생각이다. 가장 좋은 그림은 이번 APBC부터 올림픽까지 4~5명 정도는 꾸준히 출장하면서 대표팀의 중심으로 자리잡는 것”이라고 청사진을 그렸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한국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일본을 넘어야 한다. 특히 2019 프리미어12와 2020 도쿄올림픽에선 한국과 일본 모두 최정예 대표팀을 내세운다. 24세 이하 선수들이 출장하는 이번 APBC가 프리미어12와 도쿄올림픽의 전초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다. 일본이 자랑하는 특급 에이스 오타니 쇼헤이(23)의 APBC 출전 가능성은 낮지만 오타니 외에도 타구치 가즈토(22), 이시자키 츠요시(27), 타와타 신사부로(24) 등 시속 150㎞을 찍을 수 있는 투수들이 대기하고 있다. 선 감독은 “오타니가 나오지 않더라도 150㎞의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와 맞붙을 수밖에 없다. 과연 우리 타자들이 그 공을 공략할 수 있을까 고민된다. 기본적으로 일본은 선수 자원 자체가 좋다”고 밝혔다.

결국 한일전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선 팽팽한 투수전을 이겨내야 한다. 선 감독은 “가장 좋은 그림은 선발투수가 5회까지 버텨주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지난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도 그렇지 않았나”며 “그렇다고 타격이 폭발한다는 보장도 없다. 일본전에선 경기당 투수 7~8명은 대기시킬 것이다. 당장 한일전을 치른다고 가정하면 기록이 좋은 선수보다도 당일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 위주로 마운드를 운용할 것”이라고 전략을 짰다. 투수 엔트리도 선 감독의 전략에 맞게 구성됐다. 최대 3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선발과 불펜진을 오갈 수 있는 투수들로 엔트리를 채웠다. 롯데 박세웅(22) 외에 모든 투수를 단기전에서 중간투수로 활용할 수 있다. 장현식(22)과 김대현(20), 이민호(24), 김윤동(24) 등 우완 정통파 강속구 투수에 구창모(20), 함덕주(22), 심재민(23)의 좌투수 라인과 사이드암 투수 임기영(24)을 더해 구색도 갖췄다. 대부분 선발투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컨디션이 좋다면 1이닝 이상을 소화할 수 있다.

공격에선 강속구 공략에 중점을 뒀다. 선 감독은 “국내에서 상대한 투수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해외투수들은 성향부터 차이가 난다. 변화구의 움직임도 차이가 크다. 2017 WBC때도 그랬지만 똑바로 오는 공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직구 계열도 조금씩은 다 변한다. 대비하지 않으면 힘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래서 타자들은 일단 1군 경험이 많은 선수들을 중점적으로 뽑았다. 일본 투수들 중에 150㎞ 이상 던지는 투수들이 많기 때문에 빠른 공에 대응할 수 있는 선수들을 우선적으로 뽑았다”고 설명했다. 이정후(19), 구자욱(24), 김하성(22), 하주석(23) 등 이미 소속팀의 주축으로 올라선 신예들이 빠른 공을 이겨내야 득점을 올릴 수 있다.

한편 한국은 일본, 대만과 달리 와일드카드 없이 이번 APBC를 치른다. 일본이 기존 입장을 바꾸면서 와일드카드 3장을 모두 사용했으나 선 감독은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선 감독은 “엔트리를 구성할 때부터 우리 젊은 선수들이 경험을 쌓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당장 APBC 성적보다는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보고 대표팀을 만들어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와일드카드 없이 이번 대회를 치르겠다”고 다짐했다. 선 감독의 최소 목표는 1승 1패다. 11월 16일 일본과 개막전, 17일 대만전에서 5할 승률을 올리고 19일 결승전에서 일본과 다시 맞붙는다는 계산이다. 대표팀은 내달 4일에 모여 13일까지 국내서 훈련하고 14일 도쿄로 출국한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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