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배우 조덕제가 영화인들에게 눈물의 호소를 했다.

영화 촬영 중 여배우에 대해 강제추행 혐의로 법정공방을 펼치고 있는 조덕제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서를 발표, “이 문제는 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영화인의 문제”라면서 영화인들이 주축이 돼 진상조사를 해줄 것을 촉구했다.

먼저 그는 2심 판결에서 유죄를 받은 것에 대해 “(재판부가) 영화라는 한정된 상황에 대한 이해 없이 감독의 지시에 충실하게 한 제 연기를 연기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사회의 일반적인 성폭력 상황으로 받아들였다”면서 “영화적인 리얼리티로 인해 마치 그것이 실제 현실에서 일어난 것처럼 혼동한다면 그것은 정확한 판단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영화인들에게 물어보라. 20년 이상 연기한, 조단역배우가, 수많은 스태프들이 있는 촬영현장에서 일시적 흥분을 할 수도 없을뿐더러 이러한 흥분상태에서 연기자임을 망각하고 성추행을 했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는 걸 잘 알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1심에서 무죄를 받을 때까지 이번 사건에 관심을 갖지 않던 영화단체들이 2심 유죄 판결 후 여성단체들과 한 편이 됐다며 영화인들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영화계 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인 ‘신문고’를 언급하면서 “이미 재판 중인 사건은 다루거나 심리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이 사건을 다루지 않았다. 여배우측과 저 모두 영화인이었고, 촬영장에서 생긴 일로 벌어진 법정 다툼이니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 않는게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 뒤 “그런데 정작 몇몇 영화인을 위한다는 몇몇 영화 단체들이 어찌된 일인지 무죄가 선고된 1심 후 여성 민우회 등과 함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취했다. 재판 중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 개입하기 시작한 그들은 사건에 대한 어떤 사실관계나 진상조사도 없이 맹목적으로 저를 비난하고 규탄하는 자리에 서서 저를 매도하고 공격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열린 여배우 측의 기자회견에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등 영화단체들이 동조의 목소리를 냈던 것.

뒤이어 조덕제는 “영화인들마저 등을 돌린 상황에서 저 혼자 모든 것을 감내하고 버텨나가야 했다”면서 “제가 평생을 바친 연기가 저를 향한 비수가 될줄은 몰랐다. 그저 연기에 열정을 바치고, 더 나은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감독의 지시에 따랐던 것이 저를 구렁텅이로 밀어넣고 만 상황이 됐다”고 한탄했다.

그럼에도 “저는 결코 쓰러지지 않고 또 다시 진실의 문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결연한 목소리를 낸 조덕제는 “결국 이 문제는 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영화인 전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리 영화계가 저의 사건이 빌미가 돼 영화계와 무관한 외부 여성단체들에 의해 매도되고 좌지우지 되는 것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영화계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외부 단체들에 의해서 사건이 왜곡, 과장되고 그들의 힘의 논리에 의해서 애꿎은 희생자들이 영화인들에게서 양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 나아가 “표현의 자유와 창작의 자유가 위협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 같은 이유로 “영화인들의 손으로 철저히 진상 조사를 하고 검증해달라”고 제안한 조덕제는 “나를 조사해달라. 어떤 시험대라도 오르겠다. 우리 영화인들이 조사하고 검증한 결과라면 마땅히 그 결과를 존중하고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조덕제는 지난 2015년 저예산 영화 촬영중 여배우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무죄를 받았으나 지난 10월 13일 2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성폭력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의 유죄 판결을 받자 이에 불복, 상고했다.

cho@sportsseoul.com

사진|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