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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정말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매년 치솟는 프리에이전트(FA) 계약금만 얘기하는 게 아니다. 협상과정부터 계약체결, 계약발표까지 모든 게 비정상이다. 제도 개선도 늦고 제도가 변해도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지도 미지수다. KBO리그에 맞는 노사협정이 절실한데 조금이라도 복잡하거나 부담되는 안건은 일단 회피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먼저 에이전트 제도부터 규약에서 벗어난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에이전트가 당연한 듯 구단 실무 관계자와 협상한다. 이사회에서 에이전트 제도를 승인하지 않은 구단 고위 관계자도 에이전트를 찾는다. 4년 전 모 지방구단 고위 관계자는 구단 사무실에서 “당신은 여기 있을 수 없다. 내가 에이전트와 협상 테이블에는 앉는 것은 규정 위반”이라며 에이전트를 내쫓았다. 그러나 이듬해에 그는 1년 전의 그 에이전트를 찾아가 그가 보유한 한 선수와 계약을 체결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로 감정이 상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특급 선수를 다수 보유한 한 에이전트는 모 수도권 구단 관계자를 향해 “내 선수가 당신 구단에 가는 경우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는데 실제로 아직까지 해당 에이전트와 구단은 단 한 번도 계약서를 교환하지 않고 있다.
계약이 성립돼도 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하다. 선수는 이미 계약서에 사인을 했는데도 구단은 발표를 미룬다. 금액 발표를 놓고 내부논의를 거듭하다가 축소발표를 일삼는다. 발표 형식도 제각각이다. 계약기간과 금액, 옵션 등을 정확하게 명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발표한 계약 내용과 실제 계약이 금액과 기간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옵션 포함 100억원이 넘어가는 계약이 100억원 미만으로, 6년 계약이 4년 계약으로 둔갑한다. 심지어 한 베테랑 선수는 FA가 되기도 전에 이미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FA제도 시행초기인 2000년대 초중반에는 이렇지 않았다. 협상 기간, 탬퍼링 금지 조항 등을 어느 정도 준수했다. 자정까지 선수 집 앞에서 구단 관계자가 차로 대기하다가 선수를 태워 사무실로 향했다. 특급 FA가 탄 A구단 차를 B구단 차가 쫓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A구단과 계약이 성립되지 않을 경우 곧바로 협상테이블을 마련하기 위한 B구단의 조치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이제는 에이전트 없이 FA시장에 나서는 특급 선수를 보기 힘들다. 선수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원인이 구단에 있든 에이전트에 있든 제도와 규약이 아무 효력이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스토브리그와 FA 시장은 공정하고 적합한 절차 속에서 진행돼야 한다. FA 계약금의 현실화도 절실하다. KIA가 통합우승으로 받은 배당금이 최형우 FA계약 총액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않는 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에이전트 제도는 2018년 2월부터 공식적으로 시행된다. 내년 스토브리그에선 만연하고 있는 부정행위가 얼마나 바로잡힐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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